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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과 비워 두기
트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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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마지막 출장으로부터 고작 4개월이 흘렀을 뿐인데, 마치 4년이 흐른 것 같습니다. 다음 주에는, 다음 달에는, 그렇게 유예되어 온 기다림이 어느덧 하반기로 함께 넘어와 내년을 바라보는 중입니다. 조바심을 경계하는 비법은 출근길에 광화문 교보문고의 글판을 한 번씩 보는 겁니다. ‘씨앗처럼 정지하라, 꽃은 멈춤의 힘으로 피어난다(백무산, ‘정지의 힘’ 中).’
그래도 며칠 전에는 ‘실로 오랜만’에 관광버스를 탔습니다. 목적지도 ‘실로 오랜만’인 한국민속촌이었습니다. 이 조합이 이뤄진 이유는 장애인, 임산부, 영유아를 위해 준비된 여행이었기 때문입니다. 여행은 느렸습니다. 아기 엄마가 수유실에서 젖을 먹이는 시간, 문턱을 넘기 위해 휴대용 휠체어 슬로프를 접고 펴는 시간, 전동휠체어의 배터리를 충전하는 시간도 충분히 계산해 넣었으니까요. 사실 조금 긴장도 했었지만, 결론적으로 천천히 걷고, 자리를 양보하고, 기다려 주는 것이 함께 여행하는 법의 전부였습니다.
느리게 걷고, 자주 멈추었던 여행은, 고스란히 여유로운 여행으로 돌아왔습니다. 역시 ‘실로 오랜만’에 아이스커피의 얼음이 다 녹을 때까지 나무 그늘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그저 기다림이면 충분한데, 익숙하지 않으니 자꾸 잊습니다. 우리 주변에 이동 약자들이 많고, 그들이 곧 여행 약자라는 사실을요. 학교 앞 속도 제한, 노약자석과 임산부석 비워 두기, 노약자 우선 탑승이 요구하는 행동 지침도, 기다림과 비워 두기가 전부입니다.
7월호에도 <트래비>는 여러 가지 여행을 제안했습니다. 서울 자전거 여행, 마포 걷기 여행, 섬으로 가는 캠핑, 현지인 추천 맛집 여행 등등이죠. 더 느리게 페달을 밟고, 더 천천히 걷고, 목적지의 수를 줄이셔도 좋습니다. 새로운 여행이 아닐지라도 분명 새롭게 느껴지실 겁니다. 정호승 시인은 말했습니다. ‘사람이 여행하는 곳은 사람의 마음뿐’이라고요. 사람의 마음을 여행하려면 어떤 속도로 가야 할까요. 일단 멈춤, 그리고 서행입니다.
<트래비> 부편집장 천소현

Contents
July 2020 vol.341

Travel + Vie
11 Editor’s Letter
12 Travelship <트래비>만의 뉴스 읽기
16 Editor’s Choice 쿨링이 필요할 때
18 Editor’s Choice 바다가 그리울 때
20 Special Story
Seoul 따릉따릉, 두 바퀴로 달리는 서울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적당한 속도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날 잡고, 두 바퀴로 달려 보기로 했습니다. 자전거는 없었지만 괜찮았어요. 서울 어디에나 ‘따릉이’가 있으니까요. 다만 여행을 좀 더 특별하게 만들어 줄 최소한의 테마는 가져 보자 했죠. 궁궐, 여의도 둘레길, 한강공원과 먹방 등 소기의 목적을 갖고서 서울을 달렸습니다. 하고 싶은 만큼, 각자의 속도로요.
36 제주 더 숨겨 놓고 싶은 제주 현지인 맛집
평범한 떡볶이 하나도 제주에 가면 문어를 품고, 전복뚝배기와 갈치조림의 선도가 확연히 다르다. 이유 있는 현지인피셜 맛집.

42 대전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잘 살고 있었던 겁니다
모든 여행이 멈춘 이 시점, 대전으로 떠났다. 두부두루치기, 칼국수, 숨두부, 순대, 냉면. 1박 2일 동안 차곡차곡 음식을 쌓았다. 대전에는 먹을 게 참 많더라.

46 부산 그들의 ‘맛있는’ 부산행
그 어떤 극과 극의 여행 취향과 식성을 가졌다 해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단 한 도시를 고르라면, 정말로 부산뿐이다.

60 Island 생일도의 행복한 생일여행
심플하다. 생일날에 가고 싶은 섬 생일도에는 케이크가 있고, 생일송도 있다. 그래서 생일이 아닌 날에 방문해도 풍성하다.
66 Island 아름다운 인생 학교, 매물도
43년 동안 아이들에게 인생을 가르쳤던 학교는 이제 캠퍼들에게 여행을 가르치고 있다. 여기선 여행만 잘해도 우등생이다.
28 Street 자박자박 여름을 걷는 기분
초록빛이 쨍한 날. 길을 나섰다. 별 생각 없이 마포 한강변을 직진하다, 늘 가던 홍대 주변을 애써 새롭게 걸어 봤다.
52 Gallery 문득 울진이 간절했던 날
아무 상관관계가 없을 법한 것들이 말도 안 되는 시점에 한꺼번에 몰려올 때. 견디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을 때, 생각나는 곳이 하나 있다.

72 Interview 그녀의 상상은 그림이 된다
무엇을 그리는 일, 참 복잡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녀의 대답은 간단했다.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고 싶은 대로. 일러스트레이터 곽명주를 만났다.
78 Stay 쉼 & 영감을 위한 여행
공간이 건네는 선물이 있다. 그것이 영감일 수도, 쉼일 수도. 어느 것이 필요한지 모를 때는 둘 다 해보는 거다. 쉼과 영감을 위한 곳을 모았다.

86 Aircraft 난 이 비행기 반댈세!
항공기 산업에 새로운 혁신이 더딘 이유가 궁금하다면, 미래의 비행기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면.

88 Feature 맥주가 온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가능해도 맥주와 거리두기는 불가능하다. 아니, 오히려 더 가까워진 슬기로운 맥주 생활, 요즘 트렌드는 어떨까.

Besides

76 Advertorial 체이슨호텔 더 리드
92 Dining 샤브샤브 독립선언
96 News 컬처·북
98 Health 작지만 세심하게, 발 건강
100 Gift 정기구독자 선물
101 Review <트래비> 2020년 6월호 리뷰
102 Preview 드라마 속 서울
104 Index <트래비> 과월호
106 Talk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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