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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AI’ 탈락, 무엇이 ‘네이버’ 발목 잡았나
시사위크
정부의 ‘독자 인공지능(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선발에서 네이버가 고배를 마셨다. 네이버는 그간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국내 AI산업의 중심으로 여겨진 기업 중 한 곳이다.이번 평가에서 네이버가 선발되지 못하면서 AI업계선 논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독파모’ 3개팀에 ‘LG AI연구원’, ‘SKT’, ‘업스테이지’ 선정
1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발표에 따르면 LG AI연구원, SKT, 업스테이지 등 3개 정예팀이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2차 단계 평가에 진출했다. 3개 선발팀과 함께 1차 단계 평가에 진출했던 네이버클라우드, NC는 탈락했다.
일명 ‘독파모’라 불리는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의 세계 AI 3강 도약, 글로벌 AI모델 종속을 방지와 독자적 AI기술력 확충을 목표로 한다. 독파모 정예팀으로 선정될 시 데이터학습과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 지원 등 혜택을 받게 된다. 말 그대로 ‘국가대표 AI’ 연구팀으로 선정되는 것이다.
평가는 △벤치마크 평가(40점) △전문가 평가(35점) △사용자 평가(25점)로 이뤄졌다. 평가 결과, 전 부문 최고점을 받은 곳은 ‘LG AI연구원’이다. 벤치마크 평가 33.6점, 전문가 평가 31.6점, 사용자 평가 점수 25점을 기록했다.
반면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네이버클라우드의 탈락은 다소 충격이라는 평이 나온다. AI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앞세운 네이버클라우드는 1차 단계 평가 결과 자체에서는 LG AI연구원, SK텔레콤, 업스테이지와 함께 4개팀에 포함됐다.
그러나 네이버클라우드의 2차 단계 진출 발목을 잡은 것은 ‘독자성’ 문제였다. 과기정통부는 프로젝트 공모 안내서를 통해 ‘독자 AI모델’ 개발을 강조했다. 즉, 해외 모델을 미세조정해 개발한 파생형 모델은 포함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쉽게 말해 AI모델 설계부터 사전학습 과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한 ‘국산 AI모델’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네이버클라우드의 2차 단계 진출을 가른 기준은 독자성이다. 프로젝트 공모 안내서는 독자 AI 모델을 해외 모델을 미세 조정해 개발한 파생형 모델이 아닌 모델 설계부터 사전학습 과정 등을 수행한 국산 모델이라고 정의했다. 이를 기준으로 평가한 결과, 네이버클라우드가 모델 조건에 부합하지 못했다는 게 과기정통부 측 입장이다.
과기정통부는 “네이버클라우드 정예팀의 AI모델은 독자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됐고 전문가 평가위원들도 독자성 한계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며 “이 같은 제반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네이버클라우드 정예팀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조건에 부합하지 못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네이버클라우드의 탈락 결정적 사유가 된 것은 ‘오픈소스’의 사용이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지난해 12월 AI모델의 1차 개발 결과를 공개했다. 정부에 제출한 모델은 ‘하이퍼클로바X SEED 8B Omni’이다. 하나의 AI가 텍스트·이미지·오디오와 같은 다양한 모달리티를 동시에 이해하고 생성할 수 있도록 한 기술이다.
이때 문제가 된 것은 중국기업이 개발한 AI오픈소스의 사용이다. 하이퍼클로바X SEED 8B Omni에는 ‘Qwen2.5-ViT’가 적용됐다. 이는 중국 ‘알리바바(Alibaba)’에서 개발한 것이다. 이를 네이버클라우드는 ‘비전 인코더’에 적용했다. 비전 인코더는 AI가 이미지, 영상 등 시각적 데이터를 이해할 수 있도록 원본 픽셀 데이터를 고차원 벡터로 변환하는 신경망 모듈이다.
실제로 네이버클라우드는 지난해 12월26일 공개한 ‘HyperCLOVA X 32B Think’ 기술보고서에서도 “시각적 이해 구성 요소의 경우, Qwen2.5-VL의 Vision Transformer(ViT) 아키텍처를 채택했다”며 “이를 통해 정지 이미지와 비디오 프레임 시퀀스를 통합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명시하기도 했다.
따라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기준 3가지 조건 △기술적 △정책적 △윤리적 측면에서 네이버클라우드의 AI모델이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과기정통부 측 설명이다. 특히 기술적 측면 세부 내용에 따르면 독창적 AI 모델 아키텍처 설계부터 학습까지 AI모델의 ‘독자적 구현’을 지향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정책적’ 측면에서도 문제 제기가 발생할 수 있다. 국방·외교·안보, 국가 인프라(전력망·교통·통신망) 등에 외산 AI모델을 활용 시, 국가 기밀 유출 우려나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 등이 발생할 가능성을 해소하기 위해 AI모델을 언제든 스스로 개발·고도화(자주권)할 수 있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주체적으로 AI모델의 운영·이용을 통제(통제권)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는 것을 지향한다.
과기정통부는 “독자적 AI 파운데이션 모델은 완전한 우리 기술로 AI모델을 개발하거나 라이선스 제약 없는 오픈소스를 활용해 스스로 개발·고도화할 수 있어야 한다”며 “오픈소스 활용으로 인한 외부의 통제·간섭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탈락에 대해 네이버 측은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해당 문제가 제기됐을 당시, 네이버클라우드 측은 하이퍼클로바X의 추론과 판단을 담당하는 핵심 영역은 자체 기술로 개발했다고 해명했다. 또한 논란이 된 비전 인코더는 효율성과 글로벌 호환성을 고려, 검증된 외부 모듈을 적용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과기정통부에서 독자성 논란으로 심사평가가 나온 것에 대해 따로 말씀드리긴 어렵다”면서도 “다소 놀란 결과긴 하지만 심사평가 판단에 대해선 존중한다”고 말을 아꼈다.
AI학계 전문가들도 대체로 이번 선발 결과에 대해 인정한다는 분위기다. 다만 논란의 여지는 존재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네이버클라우드의 AI가 오픈소스를 사용한 것 자체를 문제로 볼 수 있냐는 것이다.
김수현 경희대 소프트웨어융합대학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에 사용된 오픈소스가 진짜 핵심 기술 부분이야에 대해선 조금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 같다”며 “핵심적인 기술 자체에 대해선 당연히 그걸 재활용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적인 의견에서는 국가대표 AI모델을 개발한다는 측면에선 이해가 안되는 결정은 아니다”라며 “네이버 측이 핵심 기술은 개발했지만 다른 부분에서 상대적으로 노력이 좀 부족했다고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경전 경희대 빅데이터응용학과 대학원·한국AI서비스학회 회장도 오픈소스를 사용한 것 자체는 오히려 문제를 삼으면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예를 들어 어떤 글을 쓸 때 다른 글을 참조할 경우,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표절하는 수준이 아니라면 문제가 아닌 것과 유사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심사평가에 대해서는 ‘그럴만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교수는 “네이버클라우드의 탈락은 오픈소스 사용을 문제로 탈락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실력이 많이 부족해서 떨어졌다고 생각한다”며 “애당초 5개 팀 중에서 NC가 제일 부족했고 그다음에 네이버였기 때문에 이건 어차피 떨어질 팀이 떨어지는 상황이”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올해 상반기 중 1개 팀을 추가 공모한다는 입장이다. 동시에 네이버클라우드, NC와 5개 정예팀 선발 당시 탈락했던 카카오, KT, 모티프테크놀로지스, 코난테크놀로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컨소시엄에도 다시 기회를 준다는 계획이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2차관은 15일 브리핑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히 최종 승자를 가리는 것이 아닌 국내 AI기업의 경쟁력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라며 “공석인 네 번째 팀 자리는 탈락 컨소시엄과 그 외 역량 있는 모든 기업에게 기회를 열어 추가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네이버클라우드 측은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상반기 독파모 프로젝트에 재참가하는 방안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