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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는 청와대 기자 ‘좌표찍기’, 다시 시작되나
미디어오늘
그러다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방문 당시 진행된 지난 5일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일부 기자들의 질문을 짜깁기 해 왜곡하거나 비난을 유도하는 식의 영상이 유튜브에 다시 올라온 것이다. 청와대를 출입하는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가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이 대통령을 무리하게 비판하려고 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이 기자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패널이 대통령에게 질문한 기자에 대해 “간첩 행위” 등의 비난을 하기도 했다. 출입기자들 사이에선 ‘도를 넘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화난 대통령’ ‘대통령 정색’ 기자 비난 부르는 영상 제목들
유튜브 ‘팩트TV NEWS’는 지난 7일 「“부정선거를 중국이? 정신 나간 소리!!”...화난 이대통령, 질문한 기자 향해..」란 영상에서 KBS 기자가 질문하고 이 대통령이 답변한 영상을 올렸다. 영상 제목만 보면 마치 이 대통령이 화가 났거나 혹은 질문한 기자에게 화를 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이 대통령이 답변하는 영상을 보면 화를 내지 않았다. 또한 KBS 기자가 부정선거와 관련된 내용을 질문한 것처럼 해석되기도 한다.
KBS 기자가 실제로 한 질문은 “어제도 말씀하셨고 양국 우호 증진을 설명하면서 혐중·혐한 정서를 해소하는 문제의 중요성을 말씀하셨는데 중국 측 시(진핑) 주석이나 고위 인사들과 만나시면서 중국 측도 이런 문제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는지 궁금하고, 시간을 갖고 해소해야 할 문제이긴 하지만 단기적으로도 문제 해결이 필요할 것 같은데 그런 방안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하고 계신지 여쭙고 싶다”였다.
이에 이 대통령은 “(중국은) 가까운 이웃이고 떠날 수 없는 관계이고 거대한 잠재력인데 우리가 배척하고 피하면 우리 손해”라며 “꽤 오랜 기간 혐중·혐한 정서가 광범위하고 지속적으로 악화되면서 양국에 큰 피해를 입혔고 대한민국에 더 큰 피해를 입혔다고 생각한다”고 한 뒤 한국 상품·문화·관광 등의 피해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근거 없고 불필요한 혐중·혐오 조장은 없어야겠다”며 “부정선거를 중국이 어쩌고 저쩌고 이런 정신나간 소리를 해서 그 감정을 상하게 하면 되겠냐”고 했다. 이 대통령이 KBS 기자를 향해 화를 내며 “정신 나간 소리를 했다”고 한 게 아니라 ‘중국이 부정선거에 개입했다’는 허위 주장을 비판한 것이다.

많은 유튜브 채널에서 좌표가 찍힌 곳은 조선비즈다. 다음은 조선비즈 기자가 한 질문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결국 ‘근거 없는 혐오정서를 해결해나가자’라는 게 이번 회담의 골자라고 생각된다. 다만 우리 국민들이 서해 구조물이나 오래된 미세먼지 문제, 특히 쿠팡 정보유출 사태 관련해서 중국인 직원, 이런 문제가 있지 않냐. 이에 근거해서 중국에 대한 반감이나 약간의 우려, 불편함 갖고 계신 것도 사실이다. 이것 관련해 두 분(이 대통령과 시 주석)이 허심탄회한 대화 나누셨을 거라고 하는데 마침 사이버 안보 관련 MOU 체결했고요. 이런 부분에 대해 중국이 나름의 배경 알고 있는지, 두 분이 어떤 대화 나눴는지 여쭙고 싶다.”
이에 이 대통령은 “근거 없고 불필요한 혐오 선동에 대해 우리가 경각심을 가지고 엄히 제재해야 된다는 점은 명백하다. 쿠팡의 범죄 행위자가 중국 사람이다. 어쩌라고요. 일본 사람이면 그때부터 일본 사람 미워할 거냐. 그러면 쿠팡에 미국 사람 있으면 미국 무지하게 미워해야 하는데 왜 안 하냐. 그것도 근거 없는 얘기”라면서 미세먼지, 서해 구조물 문제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어쩌라고요”라고 한 부분을 다수 매체에서 기사나 영상 제목으로 뽑았고, 조선비즈에 비판적인 제목이 달린 유튜브 영상이 많이 만들어졌다. 유튜브 ‘MBCNEWS’는 지난 7일 「“쿠팡 유출 중국인이라..” 묻자 李 정색 “어쩌라고”」란 영상으로 조선비즈 기자와 대통령 답변 영상을 올렸다. 이 대통령이 정색했다는 내용이 제목에 들어갔지만 이날 기자간담회 전체를 보면 특별히 이 대목에서 정색했다고 보긴 어렵다. 이 역시 이 대통령과 조선비즈의 대립구도를 유발할 수 있는 프레임으로 해당 영상은 9일 오후 기준 조회수 70만 회가 넘었고, 8000개 넘는 댓글이 달렸는데 상당수가 조선비즈(조선일보)를 비난하는 내용이다.
그 외에도 여러 채널에서 조선비즈 기자 질문 부분을 쇼츠로 만들어 조선비즈 기자가 “혐중 질문을 했다”거나 “(질문이) 악의적 혐중으로 느껴진다”라고 비난하면서 이 대통령이 마치 해당 기자에게 직접 “어쩌라고요”라고 불쾌감을 나타낸 것처럼 해석된다.
고발뉴스 패널, 조선비즈 기자에게 “간첩 행위” 출입기자들 항의에 청와대 측 “경고 조치하겠다”
청와대 출입기자인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가 지난 8일 ‘최욱의 매불쇼’에 출연해 한 출입기자단 관련 발언, 이 기자가 출연하진 않았지만 고발뉴스 채널에서 패널들이 조선비즈 기자에게 한 비난 발언이 출입기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매불쇼에선 조선비즈 기자 질문과 이 대통령의 답변 영상을 상영한 뒤, 진행자 최욱씨가 “기자단 반응 궁금하다”고 하자 이 기자는 “사실 (출입기자들이 이 대통령을) 조지고 싶어, 문제를 비판하고 싶어, (그런데) 빈틈이 없어요. 잡아서 넘어뜨리고 싶은데 잡을 데가 없어. 저쪽 재래식 일부 매체 입장에서는 난감할 것”이라며 “(조선비즈 기자) 질문에 대한 (이 대통령) 답변이 생활어이고 공감이 돼서, 기자들이 조질 게 없으니 청와대에서 나오는 기사 수가 적어졌다”고 말했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상당수 출입기자들이 해당 발언에 대해 질문 내용 비평을 넘어 기자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으로 판단해 문제제기에 나섰다. 청와대 출입기자단은 9일 이 기자에 대해 사과와 재발방지 요구안을 홍보소통수석실과 수석실 산하 춘추관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질문하는 기자에 대한 왜곡 영상이나 비난에 대한 기자들 여론을 파악하고 경고성 메시지를 다시 내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이날 미디어오늘에 “(춘추관장에게) 출입기자에 대한 비난에 대해 경고 조치를 지시했다”고 했다.
또 이 수석은 유튜브 왜곡 영상에 대해 “최근 과장·왜곡 편집으로 기자를 조롱하는 사례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데 이는 국정 운영과 언론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며 “이에 대한 자율규제를 요청하면서, 시정 조치를 하지 않으면 심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알린다”고 했다. 앞서 이 수석은 지난해 7~8월 질문하는 기자들에 대한 영상 왜곡 유포 행위에 대해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내고, KTV 생중계 영상에 경고성 자막으로도 내보내기로 한 바 있다.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도 같은날 미디어오늘에 “여러 의견을 묵중하게 청취하고 있다”고 했다.
이 기자는 이날 미디어오늘에 관련 입장을 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