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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에 눈사람/ 조은
아주 행복해 보이는 여자가
나를 스쳐 지나갔다
걱정 하나 없는 얼굴
꿈꾸는 눈빛으로
잠든 아기를 품에 안고

여자는 턱을 조금 들고
태양을 안고
천천히 걸었다
우아하고 젊었다

만일 내가 아기를 품에 안았다면
한숨 쉬었을 것이다
아기의 미래를
바구니처럼 끌어당겨 보며
시름에 발걸음이 무거웠을 것이다
손가락 발가락을 꼼지락거리지않는
꽃다발을 품에 안고도
막막한 슬픔을 느끼곤 했으니
실마리가 없는 걱정거리를 안고
사직동 언덕길을 오르는
내 앞에서 여자는
어제도 그런 모습으로 걷고 있었다

내겐 한순간도 없었던
꿈을 꾸는 여자가
봄날의 눈사람처럼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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