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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보복 위협에도… EU, 빅테크 규제 칼날 세운다
IT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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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행정부의 보복 예고에도 유럽연합(EU)이 올해 빅테크 규제를 강화한다. EU는 미국의 외교·통상 압박과 무관하게 디지털 시장 질서 확립과 이용자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제재 수위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파이낸셜타임즈는 5일(현지시각) EU가 2026년 구글, 메타,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를 겨냥한 규제 집행에 본격 착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디지털시장법(DMA)과 디지털서비스법(DSA)을 전면 적용해 기업들의 규정 준수 압박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DMA는 온라인 플랫폼의 반독점 행위를 규제하는 데 초점을 맞춘 법이다. 시장 지배력을 가진 ‘게이트키퍼’ 플랫폼에 대해 경쟁사 접근을 보장하도록 요구하며 위반이 확인될 경우 해당 기업 매출의 최대 10%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DSA는 이용자 보호를 핵심으로 한다. 불법 콘텐츠 유통 방지, 미성년자 보호 강화, 광고 및 콘텐츠 투명성 확보가 주요 골자다. 위반 시 매출의 최대 6%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EU는 두 법안을 축으로 빅테크의 시장 지배력 남용과 플랫폼 책임 문제를 동시에 다룬다는 입장이다.

미국 정부는 이러한 EU의 이중 규제를 자국 기업에 대한 차별로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기술기업을 부당하게 대우하는 세금이나 규제를 도입하는 국가에 대해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해 왔다.

미 국무부는 EU의 빅테크 규제를 주도한 티에리 브르통 전 EU 내수담당 집행위원과 일부 비영리단체 관계자 등 5명을 비자 발급 제한 대상에 포함시키며 사안을 정치·외교 문제로까지 확산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EU는 한 발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새로운 규제 적용 분야에 대한 조사에도 착수했다. 지난해 12월 브뤼셀 본부는 메타가 경쟁 AI 서비스 제공업체의 왓츠앱 접근을 제한했는지 여부와 구글이 AI 모델 학습 과정에서 온라인 콘텐츠를 부당하게 수집했는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강경한 규제 기조는 이미 제재로 이어졌다. EU는 일론 머스크가 소유한 소셜미디어 플랫폼 X에 대해 법률상 투명성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약 1억2000만유로(약 2000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는 DSA 시행 이후 첫 제재 사례다. EU는 파란색 인증마크의 오인 가능성과 광고 투명성 부족을 핵심 위반 사유로 지목했다. X가 60~90일 내 시정 계획을 제출하지 않을 경우 막대한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천선우 기자

swch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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