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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훈 지명 후폭풍…시험대 오른 이재명의 통합 실험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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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강지혜 기자】정초부터 정국이 시계 제로의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통합’을 기치로 내란을 옹호한 보수 진영 출신인 이혜훈 전 의원을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는 파격을 단행했지만 정치권에 번진 것은 통합의 기대가 아니라 진영을 가리지 않는 반발과 논란이다.

이 대통령은 지명 철회는 없다는 입장이고 이 후보자 역시 “이재명 정부와 함께 가겠다”며 사실상 버티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반대를 넘어 사퇴 요구가 공개적으로 제기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보수출신 파격 인사는 정권 초반의 통합 ‘실험’을 넘어 ‘위험한 도박’으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면 돌파 승부수 통할까

대통령실은 정면 돌파를 택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청문회에서 정책 비전과 철학이 검증될 것”이라며 지명 철회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반대한 이력과 보좌진 폭언 녹취 공개로 여론이 악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이 인사의 ‘도전성’을 인지한 상태에서 통합의 진정성을 시험하겠다는 의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강 실장은 2일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청문회에서) 검증이 돼서 도전이 잘 됐으면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후보자가 장관직을 수락한 배경과 관련해서는 “본인도 의외였고 놀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대통령이 진영을 넘어서려는 시도에 큰 공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반대 진영 인사를 쓰는 이유에 대해서는 “사실 우리 진영에도 훌륭한 분이 많다”며 “대통령은 이를 부정하는 게 아닌, 이런 도전적인 과제들을 해야만 더 많은 국민들께 우리의 통합 의지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진영을 넘어선 통합을 강조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청와대 복귀 이후 처음 열린 국무회의에서 “각료 진용이나 인사에 있어서 참 고려할 게 많다는 점을 생각해 주면 고맙겠다”며 “대통령의 가장 큰 책임은 국민을 통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잡탕을 만들자는 건 아니고, 조화로운 오색빛깔 무지개 만들자”며 “파란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권한을 가졌다고 해서 그 사회를 통째로 다 파랗게 만들 수는 없다. 빨간색 역시 주권자”라고 강조했다.

두 동강난 민주당, 복수 꿈꾸는 국힘

무지개 통합을 꿈꿨던 이 대통령의 기대와 달리 민주당은 두 개로 쪼개져 회색지대로 접어들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박지원 의원과 같은 중진이 “대통령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며 방어에 나섰지만 당내 여론의 중심은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

정 대표는 지난달 29일 유튜브 채널 ‘새날’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통령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이 대통령을 믿고, 성공한 결정이 되도록 도와 달라”고 밝혔다. 정 대표는 “이 내정자가 과거 허물을 반성하고 새 각오를 할 수 있도록 채찍은 가하되 이재명 대통령 결정은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치는 정체성이 제일 중요하다”며 “폭넓은 운동장에서 인재를 등용한 이재명 대통령과,검찰 충암고 인사만 했던 윤석열과는 차별화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진보는 약간의 우클릭, 보수는 역시 좌클릭해서 중도에서 만나는 통합의 정치가 김대중 이재명 정치”라고 치켜 세웠다.

그럼에도 당내에서는 이 후보자에 대한 반대를 넘어 사퇴 촉구로 번지고 있다. 민주당 의원 중 이 후보자의 사퇴를 최초로 요구한 장철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 1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혜훈 후보자 폭언, 가슴이 다 벌렁벌렁하다”며 “사람에게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어떤 공직도 맡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국민주권정부 국무위원은 더욱 아니다”며 “이혜훈 후보자는 즉시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같은달 윤준병, 이언주 의원 등도 이 후보자 지명을 반대하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조국혁신당과 진보당 등 범여권 역시 ‘내란 옹호 세력 발탁’이라는 프레임으로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여당 내부 균열이 봉합되기는커녕 오히려 확산되는 양상이다.

야당의 공세는 더 거칠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자를 겨냥해 “변절자”라는 표현까지 동원하며 청문회를 앞두고 총공세를 예고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해 12월 31일 논평을 통해 “이번 인사를 통해 분명해진 것은 하나”라며 “나라 살림에 대한 이 대통령의 인식이나, 이혜훈 후보자의 정치적 신념은 상황에 따라 언제든 흘러내리는 아스팔트 위의 물처럼 얕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배신자의 말로는 비참할 뿐이며, 가장 먼저 고립된다는 진실은 불변의 법칙”이라며 “인사청문회를 통해 이 후보자에 대한 위선의 가면을 벗기고, 모든 실체를 낱낱이 밝혀내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서울시당은 이 후보자에 대한 제보 수집에 들어갔으며 현재까지 받은 제보를 바탕으로 인사청문회를 철저히 준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2의 김병기 사태되나

이번 인사 논란은 김병기 전 민주당 원내대표 사례가 자연스럽게 소환된다. 각종 특혜·갑질 논란 속에서도 버티던 김 전 원내대표는 결국 여론의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사퇴한 바 있다.

이 후보자 역시 연일 불거지는 의혹으로 파격 인사의 상징성은 빠르게 퇴색되고 있는 가운데 만약 추가 의혹이나 ‘핵폭탄급’ 제보가 나올 경우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자진 사퇴 외의 선택지가 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유승민 전 의원의 발언이 이재명식 통합 정치의 명분에 균열을 내면서 앞으로 보수 진영의 영입 전략 자체가 흔들릴 수 있을 전망도 제기된다. 유 전 의원은 이재명 정부의 국무총리직 제안을 거론하며 “이혜훈 발탁은 사람 하나 빼간 것일 뿐, 통합·연정·협치 같은 거창한 말을 붙일 일이 아니다”라며 “보수를 위축시키기 위한 전략”이라고 직격했다.

만약 이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하더라도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을 전망이다. 이 후보자는 과거 이재명 대통령의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등 재정건전성과 시장원리를 지켜온 보수 경제학자다. 나라 곳간을 책임지는 기획예산와 노선 충돌이 발생할 경우 정책 견해차이가 아닌 곧바로 정치·이념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다. 통합을 상징하는 인사가 오히려 정책 지연과 국정 피로도를 키우는 역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 밖에 없다.

이재명 대통령의 파격 인사는 이제 ‘정치적 결단’으로 출발했지만 이혜훈 후보자의 ‘단독 돌파’에 맡겨둔 형국으로 가고 있다. 통합의 무지개는 띄웠지만 여전히 이 거대한 실험은 안갯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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