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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설달 / 한재만
무성영화의 푸른 필름들이 먼저
하얀 달빛에 빼앗기고 있어요
타다 남은 붉은 노을 빛이 길을 잃고
벌거벗은 기억의 살 몇 점 마저
길섶 질경이의 뿌리 아래에서
방황해요. 얼굴 없는 바람의 검이 쏜살같이
우리들의 건강한 입맞춤을 가르고
아버지의 아버지 적 풍장이 입을 벌려
한 점 점액을 강탈해 가요
칼바람을 토해 내며
거구로 일어서는 저 어둠의 수렁
봄은 아직도 기별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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