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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현장과 동떨어진 ‘산재와 전쟁’
조선비즈
최근 만난 한 공사 현장 노동자의 말이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산재를 줄이는 데 국가적 힘을 동원하겠다고 밝힌 것과 무관하게 곳곳에서 사고가 터지고 있는 탓이다.
정부의 산재 감소에 대한 의지는 확고하다. 이 대통령은 대표적으로 포스코이앤씨를 콕 집어 “반복적인 사고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지적하며 건설 면허 취소와 공공 입찰 금지 등 강력한 조처를 경고했다. 이어 8월엔 아예 ‘산재와 전쟁’을 선포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산재 감소에) 직을 걸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강력한 제재 정책도 마련했다. 현재 국회엔 중대재해 건설사에 매출액 3% 수준 과징금을 부과하는 건설안전특별법이 발의된 상태다. 여기에 최대 영업이익 10%까지 과징금을 가중 부과하는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 일부 개정 법률안도 계류돼 있다. 정부는 또 사망 사고가 건설사에서 재발하면 등록 말소, 다른 업종에 대해선 인허가 취소 등 강력한 제재안도 추진 중이다.
그런데 막상 받아 든 성적표에는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발표한 ‘3분기 재해 조사 대상 사망 사고 발생 현황’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산재 사망자는 지난해보다 오히려 3.2% 증가한 457명으로 나타났다. 2022년 관련 통계가 처음 작성된 후 지난해까지 계속 감소세를 기록했는데, 공교롭게도 올해 처음 증가세로 전환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 대통령조차 “모든 산재 사망 사고는 다 보고하라고 해서 보고 있는데 매일 ‘죽었다’는 소리가 올라온다”며 “왜 그런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또 “(기업을) 압박도 해보고, 겁도 줘보고, 수사도 해보고, 야단도 쳐보고 하는데 대형 사업장은 줄었지만 소형 사업장은 오히려 더 늘고 있다”고 할 정도다.
정부는 정말 왜 산재가 줄지 않는지 모르는 것일까. 현장에선 역설적이게도 이 대통령의 발언에 답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대통령이 준엄하게 건설사를 꾸짖고, 장관이 비장하게 직을 거는 등 처벌 위주 정책이 일시적으로 경각심을 갖게 할지는 모르지만,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경총 조사 결과에서도 기업 73%는 정부 대책이 중대재해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예방보다 사후 처벌에 집중됐기 때문(57%)’이라는 점을 들었다.
사고는 모든 사람이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이 중 일부, 극소수가 작업 중 사소한 안전수칙 준수를 게을리해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영세 사업장으로 갈수록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더 커진다. 안전 관리에 투입할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고 다단계 하청 구조의 밑단에 있어서다.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서 주도적으로 위험성 평가 컨설팅, 교육 등을 제도화하고 기술·인력 등을 지원해야 한다.
규제·처벌이 아닌 인센티브를 통해 산재를 예방하려는 패러다임 전환도 필요하다. 현장의 자발적인 참여를 끌어내려는 시도다. 일례로 싱가포르는 공공공사에 참여하는 시공사가 우수한 안전관리 성과를 내면 공사 계약액의 최대 0.5%를 보상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의 산업안전보건법 보너스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사고가 발생하면 현장 근로자도 처벌받을 수 있게 해 근로자도 안전 예방의 주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 결과 올해 상반기 싱가포르에서 사고로 부상을 입은 근로자는 10만명당 0.92명으로 크게 줄었다.
그러나 최근에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한 회사의 안전 관리 강화 포럼에 참석해 포스코이앤씨를 공개 저격하며 엄포를 계속하고 있다. 김 장관을 비롯해 정부는 이제 엄포와 엄벌보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해 예방 위주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근로자의 고령화, 불법 하도급, 영세 사업장의 한계 등 구조적 원인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진짜’ 해결 방안을 만들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