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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씨 부인도 반할만 하네요” 충남 대평야에 숨겨진 동굴 법당
인포매틱스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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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논산시 가야곡면 삼전길 104 산자락 아래 자리한 반야사는 첫인상만 보면 비교적 소박한 사찰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경내를 한 바퀴 돌아본 뒤, 대웅전 뒤편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가면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작은 오솔길 끝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바로 동굴 법당입니다. 반야사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이 동굴은 자연 동굴이 아니라, 일제강점기 석회광산으로 사용되던 폐광을 활용해 조성된 공간입니다.

바깥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깊이와 스케일이 안쪽으로 이어지며, 계단을 따라 내려갈수록 공기가 서늘해지고 소리가 잦아듭니다.
반야사의 동굴 법당은 과거 산업 시설이었던 석회광산을 종교 공간으로 재해석한 사례입니다. 암반을 그대로 드러낸 벽면과 낮은 천장은 인위적인 장식을 최소화한 채, 공간 그 자체의 분위기를 전면에 내세웁니다.

동굴 내부에는 천수관음보살을 중심으로 불상과 제단이 배치돼 있으며, 조명 역시 밝기보다는 음영을 살리는 방향으로 조성돼 있습니다. 본존불 우측으로는 용왕상이 모셔져 있으며, 특히 그 옆으로는 바위틈에서 흘러나온 맑은 지하수가 모여 작은 연못을 이룹니다.
이로 인해 내부에 들어서는 순간, 자연스럽게 말수가 줄고 발걸음이 느려집니다. 일반적인 법당과 달리 탁 트인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시선은 자연스럽게 안쪽으로 집중되고 공간의 깊이가 더 크게 체감됩니다. 종교적 의미를 떠나서도, 반야사 동굴 법당은 ‘왜 사람들이 여기서 오래 머무는지’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게 만드는 장소입니다.
반야사가 대중적으로 다시 주목받은 계기 중 하나는 드라마 촬영지로 활용되면서인데요. JTBC 드라마 옥씨부인전 속 장면에 등장한 동굴 공간은, 인위적인 세트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냈습니다. 실제로 현장을 찾으면 카메라 앵글이 왜 이곳을 선택했는지 쉽게 납득하게 됩니다.

동굴 입구와 협곡 사이로 들어오는 자연광, 암벽의 질감, 그리고 안쪽으로 갈수록 깊어지는 어둠이 한 화면에 담기기 때문입니다. 다만 반야사의 매력은 드라마 촬영지라는 타이틀에 그치지 않습니다.

촬영을 계기로 알려졌을 뿐, 이 공간이 주는 체감과 인상은 현장에서 직접 마주할 때 훨씬 분명해집니다.
동굴 법당을 둘러본 뒤 밖으로 나오면, 분위기는 다시 한 번 전환됩니다. 사찰 아래로는 논산 평야가 넓게 펼쳐지며, 계절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을 보여줍니다. 여름에는 짙은 녹음과 대비되는 동굴의 서늘함이 인상적이고, 가을에는 황금빛 들판과 고요한 절 풍경이 어우러집니다.

반야사는 입장료 없이 관람할 수 있어 부담 없이 들르기 좋으며, 짧은 체류만으로도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이곳은 화려한 설명이나 장엄한 역사 서사가 없어도, 공간 그 자체로 기억에 남는 장소입니다. 논산 여행 중 조용하지만 분명한 ‘한 컷’을 남기고 싶다면, 반야사는 충분히 들러볼 가치가 있는 선택지입니다.

사색을 느끼며 마음 수행을 떠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는 명품 논산 여행지로 떠나보세요.
[본문 사진 출처:충청남도 소통마당 호우 (foxbond@naver.com) 공공누리 4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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