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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보다는 당장의 현금”… 국민 5명 중 1명 ‘상생페이백’ 찾았다
스타트업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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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한 해 동안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절실하게 찾아본 정부 정책은 미래를 위한 투자보다 당장의 주머니 사정을 채워주는 ‘현금성 지원’이었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의 여파가 지속되면서, 국민들의 정책 수요가 ‘생존’과 ‘방어’에 집중되고 있음이 데이터로 확인됐다.

AI 기반 거브테크(GovTech) 기업 웰로가 17일 공개한 ‘2025 정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 한 해 국민들이 가장 높은 관심을 보인 정책 1위는 ‘2025 상생페이백’이었다. 전체 조회수의 22.3%를 차지할 만큼 압도적이다.

웰로는 이번 보고서를 위해 2025년 1월 1일부터 10월 30일까지 자사 플랫폼에 축적된 이용자 로그 데이터와 중앙부처 데이터를 교차 분석했다. 기존 정부의 정책 평가가 주로 사후 설문이나 통계에 의존해 시차가 발생했던 것과 달리, 이번 분석은 실제 국민들이 어떤 정책을 검색하고 클릭했는지에 대한 ‘디지털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다는 점에서 현시점의 민심을 가장 날것 그대로 보여준다는 평가다.

눈여겨볼 대목은 상위권에 포진한 정책들의 성격이다. 1위 ‘상생페이백(22.3%)’에 이어 2위는 대중교통비를 절감해주는 ‘K-패스(12.5%)’, 3위는 직업 훈련비를 지원하는 ‘국민내일배움카드(10.6%)’가 차지했다.

이는 정부가 추진한 재정 정책의 흐름이 선별적 지원에서 보편적 지원으로 확장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피부에 바로 와닿는 경제적 지원책에 민감하게 반응했음을 시사한다. 거시적인 경제 부양책보다는 내 통장에 꽂히는 환급금이나 당장 지출을 줄여주는 교통비 지원에 손길이 먼저 간 셈이다.

보고서는 생애주기별로 파편화된 정책 수요도 정밀하게 포착했다. 임신·출산·육아부터 노년층까지 생애 단계별로 관심사가 확연히 갈렸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청년층 데이터다. 청년 세대의 정책 클릭은 ▲자산형성 ▲주거 ▲결혼 세 가지 키워드로 수렴됐다. 단순히 ‘청년 수당’을 찾는 것을 넘어, 전세 사기 여파와 부동산 가격 변동 속에서 안정적인 주거를 확보하고 자산을 불리기 위한 수단으로서 정책을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소비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김유리안나 웰로 대표는 “실제 국민들이 생애 주기별로 검색하고 확인한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며 “이번 보고서는 단순한 통계 나열이 아니라, 정책이 국민의 삶에 얼마나 밀착되어 작동했는지를 보여주는 실질적인 체감도 지표”라고 설명했다.

올해는 ‘데이터 기반 행정 혁신’이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제 서비스로 구현된 원년이기도 하다. 행정안전부와 민간 플랫폼이 협력한 ‘혜택알리미’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웰로 측은 2025년을 기점으로 코로나19 이후의 회복 국면에서 거브테크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고 진단했다. 과거에는 국민이 알지 못해 신청하지 못했던 ‘깜깜이 정책’들이 많았으나, 이제는 AI가 개인의 조건에 맞는 정책을 선제적으로 알려주는 형태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실제로 ‘혜택알리미’는 올해 초 청년·출산 등 4개 분야 시범 운영을 거쳐, 지난 12월 10일부터는 전 분야 6,000여 개 정책을 대상으로 정식 운영에 들어갔다. 내가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민간 앱을 통해 1:1로 안내받는 구조가 정착되면서, 정책 도달률 자체가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높은 조회수가 곧 정책의 만족도로 직결되는지는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상생페이백’이나 ‘K-패스’에 쏠린 관심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국민들의 경제적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방증일 수 있기 때문이다.

웰로 역시 이번 보고서가 데이터 기반 정책 평가 모델(Data-driven Policy Evaluation)의 표준을 만드는 기초 자료라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 클릭 수가 높다는 것은 해당 정책의 ‘인지도’와 ‘필요성’이 높다는 뜻이지만, 실제 집행 과정에서의 만족도까지 담보하진 않는다. 향후 정부가 정책을 설계할 때, 이 같은 관심도 데이터를 반영해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요자 중심의 정책을 펴야 한다는 과제가 남는다.

정부의 재정이 한정된 상황에서 데이터가 가리키는 곳은 명확하다. 국민은 거창한 비전보다 당장의 삶을 지탱해 줄 실질적인 버팀목을 원하고 있다. 2025년의 데이터가 2026년 정책 설계의 이정표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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