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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 문제가 아닙니다…겨울에 유독 우울증이 더 심해지는 이유
위키트리겨울철 우울감은 단순히 날씨 탓으로 넘길 문제가 아니다. 낮 시간이 짧아지고 해가 늦게 뜨고 일찍 지면서 사람의 생체 리듬 자체가 흔들린다. 특히 추위로 인해 야외 활동이 줄어들면 햇볕을 쬐는 시간도 함께 감소한다. 이 변화가 반복되면 기분 조절에 관여하는 뇌 기능에 영향을 미치고, 우울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
햇볕과 우울증의 관계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물질은 세로토닌이다. 세로토닌은 흔히 ‘행복 호르몬’으로 불리며 기분 안정, 수면, 식욕 조절에 관여한다. 햇볕을 쬐면 망막을 통해 들어온 빛 자극이 뇌에 전달되면서 세로토닌 분비가 촉진된다. 반대로 햇빛 노출이 줄어들면 세로토닌 생성이 감소해 무기력함과 우울감이 쉽게 나타난다.

햇볕은 비타민 D 합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피부가 햇빛을 받으면 체내에서 비타민 D가 만들어지는데, 이 비타민은 뼈 건강뿐 아니라 뇌 기능과 면역 조절에도 관여한다. 여러 연구에서 비타민 D 수치가 낮을수록 우울 증상이 더 자주, 더 강하게 나타난다는 결과가 보고됐다. 겨울철에는 햇볕 노출이 줄어들면서 비타민 D 결핍 위험도 함께 높아진다.
문제는 겨울이 될수록 사람들이 햇볕을 의식적으로 피하는 생활 패턴을 갖게 된다는 점이다. 출근과 등교는 어두운 시간대에 이뤄지고, 낮 시간에는 실내에서 대부분을 보낸다. 퇴근할 때는 이미 해가 져 있는 경우도 많다. 이처럼 하루 종일 햇볕을 거의 보지 못한 채 지내는 날이 반복되면 기분 저하는 자연스러운 결과가 된다.
전문가들은 겨울철 우울감을 완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햇볕을 생활 속에 끌어들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맑은 날에는 짧은 시간이라도 야외에서 산책을 하거나, 창가에서 햇빛을 받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오전 시간대의 햇볕은 생체 시계를 조절하는 데 특히 효과적이다.
외출이 쉽지 않은 날에는 실내 환경을 조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커튼을 걷어 자연광이 들어오게 하고, 낮 동안에는 불필요하게 조명을 어둡게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일부에서는 광치료용 조명을 활용하기도 하는데, 이는 의료진의 조언을 받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햇볕만으로 모든 우울 증상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겨울철에 우울감이 심해졌다면, 햇볕 노출이 충분했는지 돌아볼 필요는 있다. 이는 약물이나 상담처럼 부담스러운 선택이 아니라, 비교적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관리 방법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우울감을 느낄 때 자신을 탓하기보다 환경 요인을 함께 살펴보라고 조언한다. 겨울이라는 계절 자체가 사람의 마음을 가라앉게 만드는 조건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부담은 줄어든다. 햇볕은 그 환경을 조금이나마 바꿀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수단이다.
겨울의 우울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줄어든 빛과 활동량, 깨진 생체 리듬이 만들어낸 결과에 가깝다. 하루 중 잠깐이라도 햇볕을 의식적으로 마주하는 습관은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든다. 몸이 빛을 기억하기 시작하면, 마음도 조금씩 그 방향을 따라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