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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풍 피해 ‘정통 KT맨’ 선택… 통신·보안·AI 등 과제 산적
IT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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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빠진 KT가 새 사령탑으로 박윤영 후보를 선택했다. 과거 ‘정치적 외풍’에 따른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싸인 전례와 달리 KT 재직 경력만 30년이 넘는 ‘정통 KT맨’을 고르며 정통성을 더했다. 4수 끝에 KT 대표 자리에 오르는 박 후보는 앞으로 무단 소액결제 해킹 사태를 수습하는 한편 떨어진 고객 신뢰 회복과 ‘미래 먹거리’ 인공지능(AI) 사업을 본궤도에 올려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KT 이사회는 16일 박 후보를 차기 대표이사로 확정했다. 박 후보는 이날 최종 면접에서 주형철 전 SK커뮤니케이션즈 대표, 홍원표 전 SK쉴더스 대표를 제치고 단독 후보로 결정됐다. 정기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내년 3월 KT 대표이사로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이사회는 박 후보 선택 배경에 대해 “KT 사업 경험과 기술 기반의 경영 역량을 바탕으로 디지털전환(DX)·기업간거래(B2B) 분야에서 성과를 거둔 인물”로 평가했다. 김용헌 KT 이사회 의장은 “박 후보가 새로운 경영 비전 아래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변화와 혁신을 주도해 대내외 신뢰를 조속히 회복하며 이해관계자와의 협력 관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1992년 입사 이래 KT에 30년 넘게 근무한 정통성을 지녔다. 융합기술원 미래사업개발그룹장(전무), 미래융합사업추진실 미래사업개발단장(전무), 기업사업컨설팅본부장(전무), 기업사업부문장(부사장)을 거쳐 2020년 1월 기업부문장(사장)에 올랐다. 기업간거래(B2B) 사업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2019년과 2023년 2월과 8월 이미 세 차례 KT 대표에 도전했다가 떨어진 경험이 있다. 2019년에는 구현모 전 대표와 2023년에는 김영섭 현 대표와 함께 최종 후보에 올랐으나 막판 고배를 마셨다.

박 후보에게 주어진 과제가 산적하다. 무엇보다 올해 9월 불거진 무단 소액결제 해킹 사고를 수습해야 한다. 앞서 KT 고객 2만2227명의 국제이동가입자식별번호(IMSI), 국제단말기식별번호(IMEI), 휴대전화번호가 유출됐고 소액결제 피해자 362명이 발생했다. 특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민관합동조사단 조사 과정에서 KT가 2024년 3월부터 7월까지 악성코드 BPF도어와 웹셸에 감염된 서버 43대를 발견하고도 정부에 신고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며 경찰 수사 중이다. KT는 경찰 수사에 협조 중이다.

이번 해킹을 계기로 보안 체계를 재정비해야 하는 임무도 있다. KT는 보안 사고가 터지기 전엔 올해 7월 향후 5년간 정보보호 분야에 1조원 이상을 투자해 고객이 안심하고 통신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정보보호체계를 혁신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와 비슷한 정도의 혁신을 꾀해야 한다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제기된다.

해킹 사고로 인해 추락한 고객 신뢰도를 회복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4월 SK텔레콤 해킹 때와는 달리 이번 KT 해킹 건은 고객 대거 이탈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KT 입장에서 본업인 통신은 가장 중요한 분야다. 금이 간 통신 신뢰도를 회복해야 앞으로 회사 내 장기적인 경제적 안정을 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전부터 KT가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AI 사업을 본궤도에 올려야 하는 과제도 있다. KT는 지난해 9월 마이크로소프트와 AI·클라우드·IT 분야 사업 협력 및 역량 공유를 위해 5년간 2조4000억원대 대규모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뒤 협업을 이어오고 있다. 박 후보는 해킹 사고 이후 주춤한 AI 사업을 다잡고 회사의 새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KT 재직 경험 있는 업계 관계자는 “과거 박 후보는 KT 내에서 상당히 신망이 높았다. 이전에 대표에 도전했을 때도 항상 좋은 점수를 받았다”며 “다만 정치적 외풍에 의해 막판에 탈락했었는데 이번에는 이사회가 주도해 박 후보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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