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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도연 "'자백의 대가' 이렇게까지 혹독할 줄 몰랐어요"
맥스무비
"자백의 대가가 이렇게까지 혹독한 줄은 몰랐어요!"
배우 전도연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자백의 대가'(극본 권종관·연출 이정효)에서 하루아침에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끝없이 추적당하면서도 진실을 파헤치는 인물이 돼 극한의 감정 소모를 겪은 소회를 털어놨다. 12일 맥스무비와 만난 전도연은 "윤수의 절박함을 표현하면서 여태까지 참여한 작품 중 가장 많은 얼굴 근육을 썼다"며 "대본을 끝까지 보지 못한 채 선택했는데, 이정효 감독님에게 이렇게 고생할 줄은 몰랐다고 얘기했다"며 웃어 보였다.
전도연은 '자백의 대가'에서 남편을 살해한 용의자로 몰려 수감된 후 교도소에서 마녀로 불리는 모은(김고은)에게서 위험한 거래를 제안받는 안윤수를 연기했다. 극단적인 선택의 기로에서 윤수는 공포와 절박함, 분노와 혼란을 오간다. 윤수는 교사이자 미술을 전공한 자유로운 성향의 인물로 화려하고 과감한 옷차림을 즐긴다. 이 같은 모습은 윤수를 둘러싼 편견의 프레임을 만들고, 결국 그녀를 궁지로 몰아넣는다.
"윤수는 겉모습 때문에 일반적이지 않은 인물로 보였던 것 같아요. '선생님이 왜 저래?' '남편이 죽었는데 어떻게 저럴 수 있어?' 같은 편견으로 사건이 시작되잖아요.
강하게 전달하지는 않지만 편견이 얼마나 무섭고 한 사람의 인생을 얼마나 쉽게 좌지우지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고 생각
해요."
● "모성애만으로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
모은은 윤수에게 자신이 남편을 죽였다고 자백할 테니 대신 교도소 밖에서 다른 사람 한 명을 죽여달라는 충격적인 제안을 하고, 윤수는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 윤수의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혼자 남겨진 딸이 큰 이유였지만 전도연은 그 선택을 "단순히 모성애로만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전도연은 "윤수의 원동력이 정말 모성애 하나뿐일까를 고민했다. 딸과 살고 싶어서 누군가를 죽일 만큼 절실한 인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여성 서사에는 모성애가 중심에 놓이지만, 모성애는 드러낸다고 드러나고 감춘다고 감춰지는 건 아니다. 기본적으로 모성애가 존재하지만 윤수가 살고자 발버둥 치는 이유는 결백을 증명하고 범인을 찾으려는 절박함도 분명히 있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정효 감독에게도 모성애를 특별히 강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덧붙였다.
전도연은 tvN '굿와이프'(2016년)에 이어 이정효 감독과 재회했다. 그는 "모성애가 윤수의 큰 동기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사실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오해를 할 수도 있다고 생각되는데 그런 것 없이 서로의 생각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관계였다"며 "이정효 감독님은 유쾌하고 어떤 선택을 할 때 명확한 분"이라고 정의했다.
● "범인을 찾는 재미, 스포일러는 안 돼요"
극 초반 윤수는 자신의 결백을 처절하게 주장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윤수가 진짜 억울한 누명을 썼는지, 아니면 모든 것을 숨긴 범인인지 의심하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윤수를 이중적으로 그려낸 전도연의 저력이 단연 빛난다. 그는 "윤수가 범인처럼 보이는 것은 이야기의 중요한 재미 중 한 부분"이라며 "의도적으로 혼선을 주려고 연기하진 않았지만, 그녀가 범인이라고 생각하게끔 하는 장치가 있고 혼선을 주기 위해 그걸 적극적으로 활용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이 작품은 스포일러가 치명적"이라고 웃었다.
"작품을 보신 분들이 제발 스포일러는 하지 않았으면 해요! 저희 작품은 그게 너무 중요하더라고요. 반전과 범인을 추리해나가는 재미가 있잖아요. 촬영할 때 감독님이 범인을 알려주지 않았는데, 나중에 대본을 보고 저도 정말 놀랐어요."
영화 '협녀, 칼의 기억' 이후 10년 만에 재회한 김고은과의 호흡에 대해서는 기대감이 컸다고 말했다. 그는 "윤수와 모은이 협소한 버스 안에서 몸싸움을 하는 장면이 있었다. 어떻게 하면 다치지 않을 수 있을지 먼저 리드해 줬는데 너무 고맙고 든든했다"고 미소 지었다.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는 것도 몰랐지만 고은이와 함께 한다고 했을 때 궁금했어요. 그동안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면서 좋은 배우로 성장했기 때문에 기대가 컸고 우리의 호흡은 어떨지도 궁금했죠. 사실 연기하면서 붙는 장면이 많이 없어서 아쉽기도 했어요. 다음에는 밝은 작품으로 만나자고 했는데 실제로 만나지 못할 수도 있잖아요. 충분히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고 생각해요."
1990년 CF로 데뷔한 전도연은 올해로 데뷔 35주년을 맞았다. '35주년'이라는 말에 화들짝 놀란 전도연은 "그렇게 시간이 지났는지 몰랐다"며 "
시간이 흐를수록 먼 미래보다 오늘에 더 집중하면서 살고 있다. 저에게는 어떤 작품을 하고, 하게 될 것인가가 제일 중요한 것 같다
"고 담담하게 고백했다.
"배우로서 거창한 철학은 없어요. 저는 일을 사랑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과거에는 재미가 있어서 즐겼던 것 같아요. 일을 하면서 애정이 생겼고 그 애정 때문에 잘하고 싶게 됐죠. 그렇게 일을 사랑하게 됐어요. 연기할 때가 가장 자유롭고 가장 저답다고 느껴져요.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고 싶어서 계속 노력하고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전도연의 차기작은 내년 공개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가능한 사랑'으로, 영화 '밀양'(2007년) 이후 이창동 감독과의 재회로도 주목받고 있다.
"부담보다는 내려놓고 찍었다"고 말한 전도연은
"이창동 감독님이 다시 영화를 찍는 것이 꿈만 같았다.
사석에서도 '감독님의 영화를 보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감정적으로 휘몰아치는 장면이 많았는데 (설)경구 오빠가 '감사하고 행복해'라고 하더라. 저 역시도 그런 마음으로 촬다"고 돌이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