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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자백의 대가' 김고은 "감정적으로 거세 당한 인물로 다가갔죠"
맥스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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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백의 대가'에서 모은을 연기한 김고은. 사진제공=넷플릭스

"전도연 선배님은 제가 배우를 꿈꾸게 해준 분이에요. 배우의 꿈을 갖고 인생이 바뀌었어요. 꿈이 생겼고 그 꿈을 향해 달려가고 실제로 배우가 되기까지, 제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 거죠."

"전도연 선배라는 존재 자체가 소중하기에 두 번째 호흡은 더 의미가 있었어요. 나중에 돌아봤을 때 이 순간이 제 인생의 한 페이지로 기록될 것 같아요."

배우 김고은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자백의 대가'(극본 권종관·연출 이정효)를 통해 영화 '협녀, 칼의 기억' 이후 10년 만에 호흡을 맞춘 전도연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각별한 의미를 밝혔다. 12일 맥스무비와 만난 김고은은 전도연과 "재회가 성사된 것만으로 감사했다"며 "작품으로 다시 만난다고 하니까 걱정보다는 설렘이 더 컸다. 도연 선배의 역할이 더 많기에 현장에 갈 때마다 활력을 불어넣고 싶다는 마음이었다"고 이야기했다.

김고은과 전도연이 '자백의 대가'에서 자백을 둘러싼 은밀한 제안을 통해 긴장감 넘치는 관계를 맺는다. 이 작품은 하루아침에 남편 살해 용의자로 몰리며 일상이 붕괴된 안윤수(전도연)와 그런 그에게 접근해 자백을 대가로 한 위험한 거래를 제안하는 미스터리한 인물 모은(김고은) 그리고 두 사람 사이의 진실을 파헤치는 검사 백동훈(박해수)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김고은이 연기한 모은은 윤수에게 대신 남편을 죽였다고 자백할 테니 교도소 밖에서 다른 사람 한 명을 죽여달라는 충격적인 제안을 건네는 인물이다. 모은은 표정 변화가 없어 그 속내를 가늠하기 어려운 인물로, 김고은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건조하고 절제된 감정으로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삭발에 가까운 헤어스타일로 외적인 변신도 시도했다.

"

모은은 어떤 사건으로 인해 감정적인 거세를 당했다고 생각하고 접근했어요.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기준과 한계는 다르겠지만 어느 정도의 충격과 과부하가 오면 '펑'하고 터지듯 고장이 나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많이 했어요.

그런 상태에서 모은은 '어떨까?'라는 느낌을 많이 고민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어갔죠."
'자백의 대가'의 한 장면. 사진제공=넷플릭스
'자백의 대가'의 한 장면. 사진제공=넷플릭스

모은의 감정 표현은 철저히 절제돼 있다. 김고은은 "모은은 스스로에게 '자격이 없다'고 느끼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며 "커피를 마시고 싶어도 '그럴 자격이 있나'라고 여길 것 같았다. 그래서 말에 감정을 싣기보다는 어조 없이 나열하듯이 말하게 됐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중반에 이르러 마녀이자 사이코패스로 불리는 모은이 왜 그렇게 잔혹한 범죄를 저질렀는지가 드러나며 인물의 진짜 얼굴이 드러난다. 김고은은 표정을 최소화한 연기로, 무표정 속에 숨겨진 감정을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표정을 많이 안 써도 표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표정이 많아야 감정이 전달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느껴지는 건 아니더라고요. 물론 막연했지만 그런 마음가짐이었고 최대한 미세하게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촬영장에서는 '표정이 과하다'고 느껴지면 다시 해보겠다고 말하기도 했고요."

● "머리카락 한 올에도 숨을 곳 없는 인물"

짧은 헤어스타일은 김고은이 먼저 제안했다. 그는 "배우마다 다르겠지만 저 같은 경우는 대본을 읽으면 캐릭터의 외형이 먼저 떠오르는데, 모은은 막연하게 짧은 머리일 것 같았다"며 "

속을 모르겠고 숨기는 게 많아 보이는 인물이지만 오히려 아무것도 가려지지 않았으면 했다. 머리카락 한 올에도 숨을 곳이 없는 인물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짧은 머리를 제안

했다"고 밝혔다.

작품 공개 후 가장 기억에 남는 반응은 "새로운 얼굴을 봤다"는 평가였다. 김고은은 "어떤 시도를 하고 나면 걱정될 수밖에 없다. 낯설고 이상하게 받아들여지면 어떡하지라는 고민과 불안함이 컸는데 '새로웠다'는 의견은 이상하지 않았다는 뜻이라서 크게 안심했다"고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지난해 영화 '파묘'와 '대도시의 사랑법' 그리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은중과 상연' 그리고 '자백의 대가'까지 김고은은 연이어 작품성과 연기력을 동시에 인정받으며 배우로서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자백의 대가'에서는 삶의 의지를 잃은 모은의 눈까지 연기하며 "신들렸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김고은은 "

기적 같다

"고 평했다. 그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감사하고, 어안이 벙벙할 정도"라며 "제가 자부할 수 있는 건 부족할 수 있지만 항상 그 순간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는 점이다. 그걸 알아봐 주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이야기했다.

"이 시기가 앞으로 많은 일들을 겪어 나갈 때 꺼내서 쓸 수 있는 힘이 될 것 같아요. 정말 감사한 나날입니다. 내년 '유미의 세포들3'이 남아 있지만, 부지런히 찍었던 작품들이 다 공개가 됐어요. 왜인지 모르겠지만 새롭게 시작하는 느낌이 드는 요즘입니다. 이제 한동안 쭉 촬영을 하는데 다음 작품도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고 싶어요."
김고은. 사진제공=넷플릭스
김고은.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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