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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성지 마산을 짓누르는 ‘콘크리트 감성’
미디어오늘
하지만 그 이면에는 도시의 기억이나 역사 같은 인문학적 가치를 도외시하고, 화려한 외형을 자랑하는 토건 사업만을 숭상하는 ‘콘크리트 감성’이 자리 잡고 있다. 이것은 인문학적 빈곤함에서 비롯된, 어쩌면 정말 순수한 신념이다.
이 감성의 전형은 2023년 창원시의회 본회의에서 표출됐다. 김미나 국민의힘 시의원은 ‘민주주의 전당’ 건립에 대해 “투자 전문가나 부동산을 하는 분들이 마산을 다녀가고 하는 말이 공통적으로 ‘도시 전체가 무겁다’, ‘과거로 돌아간다’ 이런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피와 땀이 서린 ‘민주 성지’ 마산의 정체성을 단지 ‘도시를 무겁게 만드는 요소’로 치부하고, 심지어 부동산 시세로 환원하려는 태도는 이 ‘콘크리트 감성’에 딱 떨어지는 표본이다. 나는 김 시의원이 자신의 세계관 안에서의 ‘지역발전’을 바라는 순수한 신념을 바탕으로, 확신에 차서 이런 발언을 했을 거라고 본다. 지역 언론과 민주화단체는 김 시의원 발언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지만, 국민의힘 창원시의회 원내대표단은 보도자료를 통해 “의정활동을 왜곡한 정치적 프레임은 자제하라”며 “의정활동은 존중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지역 정치권에 콘크리트 감성이 심어진 데는 지역 산업사와 무관하지 않다. 마산은 1960년대 정부가 점찍어서 발전한 도시였다. 마산에는 국가 섬유산업을 이끌었던 한일합섬과 초국가적 기업이 몰려든 수출자유지역이 있었다. 지주형 경남대 교수는 논문에서 이러한 과정을 ‘공간 선택성’ 개념으로 설명한다. 자본과 국가가 자본축적에 유리한 공간을 골라 집중한다는 것이다. 지 교수는 논문에서 ‘애초에 마산은 산업 그 자체보다는 외부 자본을 유치하고 그것이 창출하는 고용과 그 고용된 인구를 기반으로 토목·건설 사업, 임대업, 유통업을 운영함으로써 먹고 살았던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돈만 들이면 만들 수 있는 랜드마크는 반짝 관심을 끌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역민이라면 그런 랜드마크가 결국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것을 심심찮게 봐왔을 것이다. 이러한 랜드마크가 오히려 도시의 매력을 감퇴시키는 이유는 돈만 쓰면 어느 지역이든 비슷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의 공산품화를 부추긴다.

쇠퇴한 도시가 다시 일어서려면, 물길을 틀어야 한다. 문제는 정치에 있다. 그리고 그 정치가 서 있는 자리는, 결국 이 도시의 땅 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