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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편이니까 지킨다?…부끄러움 모르는 '김현지·조진웅' 감싸기 [기자수첩-정치]
데일리안불의에도 침묵하거나 못 본 채
국민 실망 바뀌는 건 한순간
먼저 조진웅 사태를 보자. 소년범 전력으로 은퇴를 선언한 사건은 본래 연예계 이슈다. 그런데 어느새 정치 한복판으로 끌려왔다. 이는 정치권이 선거철마다 반복해 온 '연예인 마케팅'의 부작용이다. 정치 성향이 맞는 연예인을 앞세워 지지를 호소하는 과정에서 연예인은 자연스럽게 특정 진영의 상징이 된다. 조진웅 역시 그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는 직접 선거운동에 나선 적은 없지만, 정치적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표출해 왔다. 지난해 자신이 내레이션을 맡은 다큐멘터리 '독립군: 끝나지 않은 전쟁' 시사회에 이재명 대통령 내외와 함께 참석했고, 2019년 검찰의 문제점을 다룬 영화 '블랙머니' 개봉 당시 유튜버 김어준 씨의 유튜브 채널에 나와 100만 관객 돌파를 두고 "나름대로 응징이 아닌가"라고 말한 전력도 있다. 이런 행보는 조진웅을 자연스럽게 '진보 진영의 편'으로 분류하게 만든 근거가 됐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조진웅 사건은 피해자가 분명히 존재하는 사건이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내 편 지키기'를 위해 피해자를 철저히 배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정치인들은 앞다투어 옹호글을 남겼고, 급기야 류근 시인은 "소년원 근처에 안 다녀본 청춘이 어디 있느냐"라는 상식 밖의 발언을 했다. 오히려 "가해자나 혐의자에 대한 섣부른 옹호는 또 다른 피해를 낳을 수 있다"는 이언주 최고위원의 지극히 당연한 말이 이례적으로 주목받는 상황이었다.
조진웅이 정치적 상징으로 소비된 또 하나의 이유는 음모론이다. 김어준 씨가 "조진웅이 친문 시절 활동 때문에 누군가 작업을 친 것 같다고 의심한다"고 말한 순간, 사건은 순식간에 '정치적 희생양' 프레임으로 포장되기 시작했다. 진보 커뮤니티에서 떠돌던 소위 설이 공론장으로 나오며 조진웅은 어느새 '순교자'가 됐고, 정작 실존하는 피해자는 기억 속에서 지워지기 시작했다.
김현지 실장 문제는 차원이 조금 다르다. 이번에는 드러난 사실조차 외면하며 '눈 감고 옹호하기'에 들어갔다. 문진석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와 김남국 전 디지털소통비서관 사이에서 오간 텔레그램 메시지에는 분명히 "현지 누나에게 추천할게요"라는 문구가 있었다. 인사위원장인 강훈식 비서실장과 함께 김 실장이 언급됐다는 것은 최소한 청탁 경로로 고려된 사실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여권은 이를 그냥 해프닝으로 넘긴다.
대통령실은 김 실장이 인사권이 없다는 설명을 내놓으며 책임을 김 전 비서관의 '오해'로 돌렸다. 바보가 된 것은 김 전 비서관이다. 국회의원 시절부터 이재명계 핵심 그룹 '7인회'로 불릴 정도로 정치적 감각이 있는 인사가 인사권도 없는 사람을 추천 대상으로 언급했다는 말이 된다. 사실상 대통령실이 김 전 비서관이 무능하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다. 김 실장을 지키겠다고 나선 결과, 정작 오랜 측근을 사리분별 못하는 사람으로 만든 셈이다.
김 실장 문제에서도 '내 편 우선주의'가 드러난다. 김 실장은 이 대통령이 노동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부터 함께해온 핵심 측근이다. 그의 문제를 거론하는 순간 곧바로 대통령을 향한 반기로 간주되는 분위기라면, 그동안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향해 김건희 여사를 비호한다고 공격했던 장면을 스스로 되돌아봐야 한다. 진영이 바뀌었을 뿐 같은 논리가 반복되고 있는데도 모르쇠한다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한다.
역대 모든 정부가 그렇듯 '내 편은 무조건 무죄'라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하면 민심의 저항은 반드시 찾아온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때로는 침묵하며 지켜볼 뿐이지, 그 기다림이 실망으로 바뀌는 순간 등을 돌리는 것은 한순간이다.
신뢰를 얻는 길은 단순하다. 내 편이라서 감싸는 것이 아니라, 내 편이기에 더 엄격해야 한다. 그렇기에 진보 진영의 뒤틀린 동지애가 불편하다. 고쳐 앉아야 할 사람은 불의를 보면서도 침묵하는 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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