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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구도 막혔는데 가격은 그대로"…'콧대' 높은 비만약 가격, 내년엔 꺾일까
데일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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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트럼프 관세 압박에 위고비·마운자로 가격 인하

"국내선 이미 저렴하게 공급…가격 인하 계획 없어"

내년 한국형 위고비 '에페글레나타이드' 출시 예정
비만 관련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등 주요국에서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가격이 인하되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가격 인하 없이 ‘직구(직접구매)’ 규제만 가해지며 소비자 선택권이 좁아졌다. 업계는 글로벌 제네릭(복제약) 등장 및 국산 신약 출시가 가격 조정의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트럼프 압박에 美 비만약 가격 인하

8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빅파마인 일라이 릴리와 노보 노디스크는 최근 미국 시장에서 비만 치료제의 가격 인하를 결정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지난달 17일(현지시간)부터 최고 용량을 제외한 ‘위고비’와 ‘오젬픽’ 가격을 한 달 기준 349 달러(약 51만원)로 조정했다. 기존 위고비와 오젬픽 가격이 499 달러(약 73만원)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30% 가량 낮아진 것이다.

백악관 발표에 따르면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미국명 젭바운드)도 한 달 기준 1080 달러(158만원)에서 346 달러(51만원)까지 가격이 낮아질 전망이다. 메디케어(65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 의료 지원)와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 지원) 대상자는 본인 부담금이 50 달러(약 7만원)까지 내려간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글로벌 빅파마들에게 약가를 낮추지 않으면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었다. 미국은 위고비, 마운자로 등 비만 치료제 가격이 높은 국가로 꼽혀왔으나 이번 가격 인하로 타국 대비 가격이 대폭 낮아졌다.

한국선 여전히 비싼 가격…“직구도 막혔다”
일라이 릴리의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반면 한국에서 처방되는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건강보험 비급여 품목으로 분류, 소비자들은 월 평균 30~50만원 가량의 비용을 전액 부담하고 있다. 나만의 닥터 등 비대면 진료 플랫폼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진료비를 포함해 위고비 1mg은 30만원, 마운자로 2.5mg은 32만원 안팎에 판매되고 있었다.

일부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일본, 인도 등 해외 시장을 통한 직구를 시도해 왔으나 이마저도 규제에 막혀 불가능해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관세청이 의약품 오남용 방지 및 불법 유통 차단을 목적으로 통관 규제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가격이 보다 저렴한 직구 경로까지 차단되면서 국내 환자들의 가격 부담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직구를 통해 마운자로를 저렴하게 구매했던 한 소비자는 “일본 의료 기관에 방문해 처방을 받으면 마운자로 2.5mg 한 달치를 15만원에 구매할 수 있었다”며 “이번에 직구가 막히면서 2배 가까이 비싼 가격에 구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비합리적”이라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국내 공급사들은 당장의 가격 인하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 노보 노디스크 관계자는 “지난 8월 위고비 가격을 한 차례 인하한 바 있다”며 “현재로서는 추가적인 가격 조정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 릴리 관계자 또한 “시장 상황에 맞춰 가격을 책정해 들여온 것으로, 국내에서 이미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고 있다”고 밝히며 가격 인하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전했다.

내년 ‘한국형 비만약’ 출시 예정…가격 압박도↑

국내 소비자들이 비만약을 보다 저렴한 가격에 공급받으려면 경쟁 과열과 건강보험 적용을 기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터 위고비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 특허가 중국과 인도 등 일부 국가에서 만료되면서 저가 제네릭 공급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현재 세마글루타이드 계열 비만 치료제로 임상 3상에 진입한 회사는 10곳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내년 상반기 당뇨병 환자의 보조 요법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4일 마운자로가 성인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 개선을 위한 식이·운동 요법의 보조제로 쓸 때 급여의 적정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만약 최종 급여 적용이 결정되면 내년부터 다른 당뇨병 약과 병용 투여 시 비만 치료제 가격이 보다 저렴해질 전망이다.

국산 비만 치료제의 출시도 가격 경쟁을 유발할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한미약품은 독자 개발한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내년 하반기 출시할 예정이다. 해당 약물은 최근 식약처로부터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GIFT)’ 대상으로 지정, 허가 일정이 더 앞당겨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소수 오리지널 품목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어 가격 결정권이 공급자에게 있었다”며 “내년부터 국산 비만 신약 출시가 본격화되면 시장 판도도 자연스레 변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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