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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 동남아서 ‘IP 동맹’ 강화… 싱가포르서 137건 상담·50편 공동제작 성과
스타트업엔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단연 ‘쇼트폼(Short-form)’ 분야다. 글로벌 비즈니스 데이터 플랫폼 스테이티스타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쇼트폼 시장 규모는 약 400억 달러(약 52조 원)에 달하며 향후 5년간 연평균 60%라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이 흐름을 타고 국내 제작사 뉴유니버스가 싱가포르 현지 플랫폼 기업 비라이브(Belive), 솔루션 기업 촙촙시스템즈(Chop Chop Systems)와 3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단순 양해각서(MOU) 수준을 넘어 구체적인 숫자가 오갔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이들은 향후 1년간 50편 이상의 신규 쇼트폼 드라마를 공동 제작하기로 합의했으며, 그 규모만 총 100억 원에 달한다.
이번 계약은 12월 3일 열린 ‘아시아 티비 포럼 앤드 마켓(ATF) 2025’ 현장에서 공식화됐다. 비라이브 측은 뉴유니버스에 대한 지분 투자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라티프 심 비라이브 전무이사는 “한국 제작사의 서사 구성 능력은 쇼트폼 형식에서 특히 독보적”이라며 협업 배경을 밝혔다. 뉴유니버스는 비라이브가 보유한 유통망을 타고 동남아시아를 넘어 중국, 미국 시장까지 영토를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드라마 「무빙」, 「조명가게」 등으로 글로벌 제작 역량을 입증한 미스터로맨스는 싱가포르 국영방송사 미디어콥(Mediacorp)과 손을 잡았다. 양사는 드라마 「오렌지 보이 프롬 더 노스(Orange Boy from the North)」를 공동 제작한다.
신유담 작가가 집필을 맡은 이 작품은 특권층 북한 소년과 평범한 남한 소녀가 제3국인 싱가포르에서 우연히 만나 벌어지는 하이틴 로맨스 성장물이다. 한국 특유의 소재인 ‘남북 관계’를 글로벌 도시 싱가포르를 배경으로 풀어낸다는 설정이 현지 바이어들의 흥미를 자극했다. 미스터로맨스의 연출력에 미디어콥의 현지 인프라가 더해져 어떤 시너지를 낼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버다 프린시팔 인베스트먼트, 골든 이퀘이터 파트너스 등 굵직한 투자사들이 행사장을 찾았다. 특히 데모데이 패널 토론에서는 유튜브 뮤직, 라이베아라, 스토리 파운데이션 관계자들이 모여 ‘IP 토큰화’를 통한 투자 기회를 논의해 눈길을 끌었다. 블록체인 등 기술을 접목해 콘텐츠 IP 조각 투자를 활성화하는 방안은 자금 조달이 절실한 중소 제작사들에게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한국-싱가포르 합작 영화 「아줌마」를 연출한 허슈밍 감독도 연사로 나서 양국 협력의 실제 사례를 공유하며 참가 기업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건넸다.
다만 과제도 남았다. MOU 체결과 공동제작 발표가 실제 수익 창출로 이어지기까지는 현지화 과정에서의 문화적 차이 극복과 안정적인 유통 채널 확보가 관건이다. 박상욱 콘진원 싱가포르 비즈니스센터장은 “아시아 핵심 시장인 싱가포르에서 확인한 K-콘텐츠의 가능성을 실질적인 수출 성과로 연결하기 위해 후속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가 보여준 가능성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국내 콘텐츠 스타트업들의 실질적인 글로벌 ‘유니콘’ 등극으로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