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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 쿠폰 찾으며 밈(Meme)으로 버텼다"... 구글 검색어로 본 2025년 한국 사회의 민낯
스타트업엔요약하자면 2025년의 한국인은 ‘살아남기 위해’ 정보를 팠고, ‘버텨내기 위해’ 도파민을 찾았다.

올해 검색 트렌드에서 가장 뼈아픈 대목은 생활 밀착형 키워드의 급부상이다. 과거 맛집이나 단순 흥미 위주의 정보가 상단을 차지하던 것과 달리, 올해는 ‘상생페이백’, ‘민생회복 소비쿠폰’ 같은 정부 지원 정책이 검색어 최상위권을 휩쓸었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 터널을 지나면서 가계에 실질적인 보탬이 되는 ‘한 푼’이 그만큼 절실했다는 뜻이다.
정치·사회적 불안정도 데이터에 고스란히 묻어났다. ‘2025년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 같은 굵직한 정치 이슈뿐만 아니라 ‘탄핵’, ‘파면’, ‘파기환송’ 같은 무거운 법률 용어의 검색량이 전년 대비 폭증했다. 사회가 혼란스러울수록 대중은 뉴스 헤드라인을 넘어 사건의 본질과 법적 효력을 직접 확인하려는 검증 본능을 발동시킨다.
여기에 ‘통신사 해킹공격’, ‘유심 교체 방법’, ‘KT 소액 결제 차단’ 같은 키워드가 순위권에 오른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디지털 보안이 일상의 위협으로 다가오면서, 이용자들이 스스로 자산을 지키기 위해 학습해야만 하는 ‘각자도생’의 현실을 보여준다.

팍팍한 현실의 반대편에서는 즉각적인 즐거움, 이른바 ‘도파민’을 좇는 현상이 뚜렷했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를 두고 "번아웃을 넘어 완전히 타버린 ‘토스트 아웃(Toast Out)’ 상태의 대중이 생활의 활력을 찾기 위해 강렬한 재미를 추구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나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 등 거장들의 작품이 관심을 끈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눈여겨볼 지점은 소비 방식의 변화다.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APT.’가 차트를 휩쓰는 동안, 대중은 단순히 노래를 듣는 것에 그치지 않고 숏폼 챌린지에 참여하거나 패러디 영상을 공유하며 ‘디지털 놀이판’을 키웠다. ‘칠 가이(Chill Guy)’, ‘이탈리안 브레인롯’ 같은 밈(Meme)의 유행은 복잡한 서사보다는 직관적이고 가벼운 웃음을 원하는 2025년의 정서를 대변한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과도 눈부시다. 미국 내 검색어 순위에서도 한국 관련 키워드가 상단을 차지하고,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리즈가 여전히 전 세계적인 화두로 남은 것은 K-콘텐츠가 일시적 유행을 넘어 하나의 ‘장르’로 굳어졌음을 확인시켜 준다.

기술(Tech) 분야, 특히 인공지능(AI)을 대하는 태도는 ‘호기심’에서 ‘활용’으로 완전히 넘어갔다. 오픈AI나 구글의 기술 과시형 데모 영상에 감탄하던 시기는 지났다.
올해 데이터에서 ‘제미나이(Gemini)’를 비롯해 ‘나노바나나(이미지 생성 모델)’, ‘구글 AI 스튜디오’ 등의 검색량이 급증한 것은 이용자들이 AI를 업무나 창작의 도구로 적극 끌어들이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미국 시장 데이터에서 "Tell me about(~에 대해 알려줘)"이라는 탐색형 질문보다 "How do I(~는 어떻게 해)"라는 실행형 질문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점은 검색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음을 방증한다. 링크를 나열해 주는 검색에서, 해답과 방법을 제시하는 ‘대화형 검색’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된 것이다.
◇ "극현실 생존과 확실한 도파민의 줄타기"
전문가들은 올해의 검색어 리스트가 한국 사회의 ‘스마트한 에너지 배분’을 보여준다고 입을 모은다. 타일러 라쉬는 "한쪽에서는 소비쿠폰을 찾아 현실을 버티고, 다른 한쪽에서는 챌린지 영상으로 확실한 즐거움을 챙기는 모습이 모순 같지만 가장 한국적인 생존법"이라고 평했다.
2025년의 검색창은 불안한 시대를 건너는 한국인의 생존 매뉴얼이자, 잠시나마 시름을 잊게 해주는 오락실이었다. 구글이 발표한 단순한 단어의 나열 속에는 먹고사는 문제의 치열함과 문화를 즐기는 여유가 위태롭게 공존하고 있다. 다가오는 2026년에는 '생존'을 위한 검색보다는 '성장'과 '여유'를 위한 검색어가 더 많이 채워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