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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찬혁의 오프더그라운드] ‘인종차별자’ 타노스 코치? ‘외국인 지도자 차별 리그’ K리그!
마이데일리
사건의 본질은 ‘제스처’에 대한 해석 차이였다. 그러나 연맹과 한국프로축구심판협의회는 이를 사실관계 확인보다 ‘인종차별’ 프레임에 우선해 판단했고, 그 결과는 논란의 확산으로 이어졌다.
핸드볼 파울을 주장하며 양손을 눈가에 댄 동작은 경기 중 감정적 표현으로 볼 여지가 충분했다. 전북은 “정확한 판정을 요청하는 행동”이라고 설명했지만 심판협의회는 해당 장면을 즉각적으로 동양인 비하 제스처인 ‘슬랜트아이(slant-eye)’로 규정하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심판협의회의 초기 대응은 이 사건을 걷잡을 수 없이 키운 핵심이었다. 애매한 상황에서 가장 먼저 선택한 것이 성명이었다는 점 자체가 문제다.
중요한 건, 이 판단 과정에서 ‘맥락’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점이다. 감독, 코치, 선수들이 경기 중 과장된 몸짓이나 감정적 표현을 보여주는 일은 흔한데, 이번에는 그것이 단숨에 ‘차별 행위’로 비약됐다.
상벌위원회의 중징계(출전정지 5경기와 제재금 2000만 원)는 프레임이 형성된 분위기 속에서 내려졌고, 전북의 재심 청구는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기각됐다. 연맹은 “제스처는 인종차별적 의미로 통용된다”고 말하며 기존 결정을 그대로 유지했다.
정말로 ‘통용’만으로 사람을 단죄할 수 있는가? 맥락, 배경, 의도는? 전부가 생략됐다.
이런 방식의 징계 과정은 명백하게 하나의 위험 신호를 보낸다. 바로 K리그는 외국인 지도자들에게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신호다.
감독도 사람이다. 다양한 문화권에서 온 지도자들에게 K리그는 이제 ‘한 번의 오해로도 인종차별자 취급을 받을 수 있는 리그’ 이렇게 보일 수 있다.
타노스 코치는 사임이라는 극단적 선택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그가 남긴 “단 한 번의 오해로 오명을 입었다”는 문장은 이 사건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말해준다. 논란의 핵심은 ‘그가 무죄인지 유죄인지’가 아니다. 과연 K리그는 어떤 과정을 통해 사람을 판단하고, 어떻게 낙인을 찍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또한, 심판기구가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패 역할만 반복한다면, 팬들 사이에서 이미 깊어진 불신은 더욱 공고해질 뿐이다. 심판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단정’이 존중을 대신할 수는 없다.
심판협의회와 연맹 상벌 구조는 판단의 객관성·절차적 투명성 어느 하나도 신뢰를 주지 못했다. 오히려 ‘자기 보호’와 ‘기존 판단 유지’라는 두 가지 목표만을 향해 움직인 듯한 모습이다. 이는 한국 축구가 지난 수년간 세계화를 외쳐 온 흐름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이들이 세운 결론은 연맹과 심판의 권위를 지킨 결정이 아니다. 오해의 가능성조차 검토하지 않은 채 징계를 유지한 판단은 오히려 연맹과 심판 시스템 스스로의 신뢰를 깎아내린 선택이었다. 이번 사건이 단지 한 지도자의 사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국 프로축구가 성숙한 판단 구조를 갖추기 위한 계기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비슷한 논란은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다.
그 시작은 단 하나다. ‘오해’와 ‘여론’을 징계의 근거로 삼는 구조에서 벗어나, 사실·맥락에 기반한 판단 체계로 스스로를 재정비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움직인다면, 다음에 K리그의 문을 두드릴 유능한 외국인 지도자는 더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한국 축구에 돌아오는 가장 뼈아픈 손실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