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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코스모스 한 송이 / 권정생
그때는 몰랐어요
조그만 씨앗이 꼼틀꼼틀 눈뜰 때
움이 돋고 싹이 나고
파란 하늘을 처음 보았을 때
환한 햇빛을 처음 보았을 때
그때까지는 몰랐어요.
세상이 이토록 힘들다는 것을
세상이 이토록 눈물겨운 것을
산비탈 메마른 바위틈에서
작은 씨앗 하나가
싹이 나고 잎이 피고 꽃이 필 때까지
봄이 지나고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되어
겨우 겨우 한송이
딱 한 송이 코스모스로 필 때까지
하느님
정말 힘들었어요
산비탈 바위틈
메마른 곳에서
가뭄에 목이 타고
배고프고
외로웠어요.
얼마나 힘들게 버티었는지요
얼마나 외롭게 버티었는지요
그나마 밝게 햇빛이 비춰 주었기에
푸른 하늘이 있었기에
그 하늘로 날아가는 새들이
엄마 자장가처럼
사랑스럽게 노래 불러 주었기에
밤이면 별빛이 반짝거렸기에
조그맣고 앙증맞은
분홍빛 코스모스 한송이
어른손 한 뼘만 한
작은 키지만
딱 한 송이 꽃이지만
예쁜 분홍빛 코스모스는 피었어요
여덟 장 깨끗한 꽂잎과
노란 꽃술이
가을 햇빛에 수줍게 수줍게
웃을 수 있었어요.
고통으로 만든 꽃술과
눈물로 이겨 낸 씨앗들이
꽃술에 소복이 맺혔어요.
아가야
코스모스 작은 꽃 아가야
장하구나
장하구나
가을 찬이슬이 내리던 밤
세상 모든 생명이 다시 겨울잠이들 때
하느님이 그러셨어요.
아가야
코스모스 작은 꽃 아가야
장하구나
장하구나
가을 찬이슬에 내리던 밤
세상 모든 생명이 다시 겨울잠이 들 때
하느님이 그러셨어요
아가야
코스모스 작은 꽃 아가야
장하구나
장하구나
하느님이 조용히
조용히 그러셨어요
아가야
코스모스 작은 꽃 아가야
장하구나
장하구나
하느님이 조용히
조용히
그러셨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