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 읽음
“말이 필요 없네요, 주말에 당장 가보세요” 무료로 즐기는 경주 단풍 명소
인포매틱스뷰
0
가을빛이 가장 고운 도시, 경주. 수많은 사찰과 문화유산 사이에서도 운곡서원은 조금 다른 매력을 지녔다. 화려한 관광지 대신, 조용히 빛나는 가을의 한 장면을 담고 싶다면 이곳이 정답일 것이다.

경주시 강동면 청수골에 자리한 운곡서원은 고려 공신 태사 권행과 조선 시대 참판 권산해, 군수 권덕린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서원이다. 서원의 본래 기능은 교육과 제향, 그러나 지금의 운곡서원은 가을의 정취를 배울 수 있는 또 다른 교과서가 된다.
운곡서원은 조선 후기 서원 철폐령으로 한때 자취를 감췄다가 1976년 신라 밀곡사 터로 추정되는 현 위치에 복원되었다. 묘우인 경덕사와 강당인 정의당, 동재·서재, 외삼문까지 갖춘 단정한 구조는 고즈넉한 선비 정신을 그대로 보여준다.

하지만 이 서원의 진짜 주인공은 따로 있다. 서원 동쪽 약 50m 지점, 계곡을 따라 자리한 정자 ‘유연정’ 앞에 선 수령 380년의 거대한 은행나무다. 경상북도 보호수로 지정된 이 나무는 매년 11월 초가 되면 황금빛으로 물들며 경주 단풍 명소를 완성시킨다.

✔주소: 경주시 강동면 사라길 79-13

✔단풍 시기 예상: 11월 초·중순
평소엔 고요하기만 한 강동면 왕산리 일대가 11월 중순이면 사람들로 붐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유연정 앞 은행나무 덕분이다. 굵은 가지에서 뻗어나간 수많은 잎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순간, 이곳은 작은 영화 세트장이 된다.

떨어진 은행잎들이 서원 마당과 돌담길을 노랗게 덮으면, 그 길 위를 걷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멈춘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운곡서원은 문중에서 관리하는 사유지이기에 내부 관람은 어렵지만, 외부 공간인 유연정과 그 앞 은행나무는 누구나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전용 주차장도 약 80대 규모로 마련되어 있어 편리한데, 심지어 무료다. 불국사나 대릉원처럼 유명하지는 않지만, 운곡서원은 ‘진짜 경주의 가을’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도심에서 차로 20분이면 닿을 수 있고, 입장료도 없이 충분히 아름답다.

가을 끝자락, 유연정 아래에서 노란 잎이 흩날리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도시의 시간은 잠시 멈추고, 마음은 고요히 가라앉는다. 그것이 바로 경주 단풍 명소 운곡서원이 사랑받는 이유다.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