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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여빈 "'부세미' 스릴러 어디 갔냐고요? 복합장르라 더 매력적"
맥스무비
"모든 작품이 소중하기 때문에 타이틀롤이라고 해서 특별한 무게감을 두지는 않았어요. 다만 제 역할을 해내는 동시에 '힘이 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마음가짐은 있었죠. 잘 해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책임감만큼은 확실히 있었어요."
배우 전여빈은 지난 4일 종영한 ENA 월화드라마 '착한 여자 부세미'(극본 현규리·연출 박유영)에서 인생 역전을 꿈꾸며 재벌 회장과 계약 결혼한 '흙수저' 김영란에서 부세미라는 새 인생을 만나며 또 다른 삶을 마주하는 인물을 연기했다. 이번 작품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타이틀롤로서 극을 이끌었다.
드라마 종영 당일 맥스무비와 만난 전여빈은 "시청률 때문에 방송 다음 날 새벽부터 눈이 너무 일찍 떠졌다"고 웃었다. "
초반에 시청률이 오르는 걸 보고 몇몇 배우들끼리 모여서 약간 울었다. 반응이 온다는 사실이 너무 감사했다
"고 소감을 전했다. 지난 9월29일 2.4%(닐슨코리아·전국기준)로 출발한 드라마는 5회에서 5.9%까지 상승세를 이어갔고 3일 방송한 11회가 6.3%를 기록하며 첫 방송 이후 최고 시청률을 달성했다. 이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17.5%) '크래시'(6.6%)에 이어 ENA 드라마 역대 3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착한 여자 부세미'는 가정폭력과 가난에 시달리던 경호원 김영란(전여빈)이 시한부 선고를 받은 가성그룹의 회장 가성호(문성근)와 계약 결혼을 맺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막대한 유산을 노리는 의붓딸 가선영(장윤주)을 피해 신분을 바꾸고 부세미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영란의 생존기가 흥미롭게 펼쳐졌다. 작품은 유산 상속과 계약 결혼, 신분 위장 등 익숙한 설정에 '인생 리셋'을 꿈꾸는 흙수저 여주인공의 서사를 더해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전여빈은 제목에 들어간 '착함'의 의미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냈다.
"우리가 흔히 '저 사람은 착하다'는 칭찬을 하잖아요. 어쩌면 쉽고 뻔한 칭찬이죠. 그런데 극 중 영란은 그런 말을 듣기 어려운 인물이죠. 그래서 어디서나 사랑받고, 다정한 '착한 여자 부세미'는 영란이 상상해 봤을 인물이지 않을까 했죠. 그렇지만 사회가 그렇게 바라보지 않을 뿐 영란 역시 충분히 착하고 선한 사람이에요. 착한 여자 부세미 역시 똑같이 영란이었던 거죠."
● "호불호 반응? 복합장르가 매력적으로 다가와"
전여빈은 이번 작품을 통해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했다. 무채색의 인물이 점차 색을 찾아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스릴러와 코미디, 휴먼 드라마를 넘나드는 작품의 무게 중심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전여빈은 신분을 숨기고 살아가는 캐릭터를 사실상 1인 2역으로 소화하며, 입체적인 연기로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그는 "서울의 가성그룹 사람들과 무창마을 사람들의 톤 앤 매너가 너무 달라 그 간극을 어떻게 메울지가 가장 어려운 지점이었다. 한쪽은 차갑고 한쪽은 뜨거워서 영란과 세미가 그 중간을 오가며 균형을 잡아야 했다"면서 "
시소의 중심을 맞추듯 두 공간을 자연스럽게 잇는 것이 목표였다
"고 말했다.
극 초반 영란의 비밀스러운 여정이 본격화되며 관심을 모았지만 2회 이후에는 복수 스릴러의 색채가 옅어지고 코미디적 분위기가 짙어지면서 초반의 긴장감이 다소 약해졌다는 반응이 나왔다. 특히 영란이 무창마을로 내려오면서 극의 분위기가 확 달라진 점을 아쉬워하는 시청자들의 반응도 눈에 띄었다. 이에 대해 전여빈은 "스릴러 장르를 기대하던 시청자들 사이에서 호불호 반응이 있다는 건 알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 작품은 처음부터 범죄, 스릴러, 로맨스, 코믹, 휴먼 등 여러 장르가 결합된 복합장르였어요. 그 지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죠. 그 요소들이 12부작 안에 어떻게 그려질지 너무나도 기대가 됐어요. 저는 다양한 층의 시청자들과 만나고 싶었거든요. 저희 어머니는 무창마을에서의 분위기가 오히려 숨통이 트인다고 하시더라고요. 스릴러를 기대한 분들께는 아쉬웠을 수 있지만, 다음에는 진한 장르물로 찾아뵐 수 있게끔 하겠습니다!"
서현우와는 영화 '죄 많은 소녀' 이후 7년 만에 재회했다. 극 중 이돈 역을 맡은 그는 영란의 인생 리셋 프로젝트를 돕는 든든한 파트너로 활약했다. 전여빈은 "마지막 장면을 함께 찍었는데 감정이 북받쳤다. 그동안 서로가 얼마나 열정을 다해서 달렸는지 알았기 때문이다. 어디 가서 '서현우 오빠는 제 자랑이다'고 말한다"면서 "이돈은 대사가 많고 호흡이 빠른 캐릭터였는데 현우 오빠가 이 캐릭터를 '에지'있고 코믹하게 살려냈다"며 감탄했다.
초반 전여빈과 문성근의 호흡은 극의 긴장감을 높이는 요소였다. 전여빈은 딸의 복수를 위해 영란에게 계약 결혼을 제안하는 가성호 역의 문성근과 묘한 긴장과 신뢰의 관계를 형성했다. "선배님은 사담을 나누기보다 현장에서 늘 조용히 연습하셨어요. 한 번은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 장면이라 스태프들이 그럴 필요 없다고 했는데, 1시간 넘게 연기를 했어요. 갑자기 선배님의 뒷모습을 보고 눈물이 터진 거 있죠. 선배님이 배우라는 직업을 어떻게 임하고 계신지 느껴졌거든요. 이상한 감정이 들었던 순간이에요."

● "'믿고 보는 배우' 될 수 있도록"
전여빈은 지난해 연말 영화 '하얼빈'을 시작으로 영화 '검은 수녀들' SBS '우리영화' 그리고 '착한 여자 부세미'까지 1년을 다양한 색채의 작품으로 채우며 활발한 행보를 이어왔다. 특히 이번 작품을 통해 전작의 아쉬웠던 성적을 만회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는 "너무 감사하고,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며 "ENA에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전설이 있지만 우리도 좋은 성적을 냈다고 생각한다. '수고했다'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2015년 영화 '간신'으로 데뷔한 전여빈은 올해로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아직도 스스로를 새싹 배우라고 생각한다"고 미소 지은 전여빈은 "어느새 시간이 지나갔다. 매 작품마다 몸과 마음을 다해 최선을 다하지만 부족함이 느껴질 때가 많다.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에 부딪히는 기분이 들 때가 많았다"고 돌이켰다.
"더 도전하고 싶고, 잘하고 싶어서 늘 반성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연기 자체가 너무 좋아요. 이 마음은 20살 때, 막연히 연기를 동경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거든요. 이제는 그 마음을 어떻게 성숙하게 발전시켜 운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 중이에요.
대중들은 좋은 연기를 보여준 선배님들에게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을 붙여주잖아요. 그게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저도 훌륭한 선배님들처럼 믿고 보는 배우가 될 수 있도록 앞으로 더 노력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