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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구성원들 “하마터면 일 열심히 할 뻔 했다” 토로하는 이유
미디어오늘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노조)가 지난 15일 발행한 노보에는 SBS 보도부문 구성원들이 생각하는 보도본부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이 담겼다. 복수의 구성원들은 보도본부 경쟁력이 떨어지기 시작한 시점을 2020년 전후로 봤다. 취재력을 인정받지 못하거나 리더십이 떨어지는 인사들이 보도본부 수뇌부가 되면서 사내 분위기가 저하 됐다는 지적이다. A 조합원은 “보도본부 수뇌부를 무색무취한 인사나 비서실 출신 등이 차지하면서 ‘무위의 리더십’, ‘자책의 리더십’, ‘면박의 리더십’ 등을 겪었고 보도본부 경쟁력이 떨어졌다”며 당시 “회사 생활 열심히 할 필요 없구나. 하마터면 일을 열심히 할 뻔 했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고 회상했다.
SBS 보도의 목적이 시청자가 아닌 대주주로 향했다는 지적도 다수였다. “보도본부의 최우선 목적은 대주주가 불안해하지 않거나 정권이 서운해 하지 않는 뉴스를 만드는 것 같다”(B 조합원)거나 “보도본부 수뇌부가 아무렇지도 않게 지주사를 왔다갔다 하는 모습(모회사와 자회사 간 이직)을 보면 어이가 없다. 보도 독립성에 심각하게 문제가 생기는 행위”(C 조합원)라는 등의 지적이다.

노조는 12·3 계엄 선포 직전까지 지난해 SBS가 단독으로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비위 의혹을 취재해 톱단락을 구성한 경우는 6번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나마도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명태균’ 통화 녹취를 폭로한 후 방송된 명태균씨 관련 단독 톱단락 4건을 빼면 2건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F 조합원은 “과장해서 타사들은 1년 내내 윤석열-김건희 단독으로 뉴스를 시작했는데 당시 우리 뉴스만 보면 세상 그렇게 천하태평일 수 없었다”며 “심히 부끄러운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실수로 이슈 주도할 뻔하다가도 언제나처럼 원래 자리로”
보도본부 구성원들은 SBS 뉴스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이슈 주도 회피’를 꼽았다. 일례로 노조는 SBS가 2023년 8월 채 상병 사망 관련 가장 먼저 국방부 외압 의혹을 제기하는 단독 보도를 했으나, 사안이 커지자 보도량이 줄어들더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크게 화를 내 수사 결과가 뒤집혔다는 ‘VIP 격노설’이 나온 후부터는 해당 사안을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채 상병 보도처럼 실수로 이슈를 주도할 뻔하다가도 언제나처럼 ‘품격과 절제’라는 말장난을 앞세우며 원래 자리로 돌아온다”(노조)는 비판이다.
지난 7월 SBS의 ‘강선우 의원 갑질’ 최초 보도 관련해서도 유사한 지적이 나온다. 노조는 “사실상 SBS 보도로 강선우 의원이 여성가족부 장관 자리를 7월23일 내려놓게 됐지만 딱 그날 이후 다른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 검증보도는 사실상 전무했다”며 “실수로 이슈를 주도할 뻔했다가 다시 품격과 절제의 미덕을 되찾았다”고 자조적으로 평가했다.

이러한 보도 경쟁력 하락을 보도본부 구성원 전체의 문제로 보는 시각도 있다. “중견-시니어 기자들은 분위기를 살피며 대주주가 싫어하는 뉴스는 굳이 힘들여 발제하지 않고, 젊은 기자들은 그런 리더십을 용인하고, 노조는 적당히 기분 상하지 않을 비판만 하고 있다. 결국 모두가 뉴스 경쟁력 저하의 공범”(I 조합원)이라거나, “(논쟁적인 이슈를 두고) 데스크들은 밑에서 발제를 하지 않는다고 핑계를 대고, 일선 기자들은 위에서 지시가 없다고 불평한다. 서로가 알리바이를 짜주는 느낌”(J 조합원)이라는 의견이다. K 조합원 역시 “몇 년 째 이어진 이런 상황에 모두가 적응한 것 같다”며 “예민한 기사를 앞세우지 않으면 모두가 편한 거라고 암묵적 동의를 한 것 아닌가”라고 씁쓸해했다.
노조는 기자 개개인의 능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지 못하거나 이슈를 이끌어가지 못하는 리더십, 조직문화를 비판했다. 아울러 지난 6월 SBS 기자협회 설문조사 후 보도본부 수뇌부는 뉴스 개편에 맞춰 변화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으나 큰 변화를 체감하는 구성원은 많지 않다고도 지적했다. 해당 설문조사에서 구성원들은 ‘SBS 8뉴스’의 경쟁력 회복을 주문했다. 심층·탐사보도를 강화하고 단순한 기계적 중립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노조는 “하지만 경영진 등은 뉴스 자체를 원점에서 톺아볼 생각 대신 주변 프로그램 개편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힘쓰는 모습”이라며 “엇박자에 피로감을 토로하는 구성원들이 많다”고 했다. 가령 뉴스 경쟁력 회복을 위해 뉴스 앞에 일일드라마 제작을 주문하는 등 부차적 해결 방법에 본부 역량을 집중시킨다는 비판이다. 관련해 L 조합원은 “뉴스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앞 시간대에 변화를 주겠다는 고민은 20년 전에도 똑같이 있었다”며 “20년 간 세상은 바뀌었는데 우리는 그대로”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