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61 읽음
김은숙 작가 '다 이루어질지니'로 말하고 싶던 것..."인간의 선한 본성"
맥스무비
2
'다 이루어질지니'에서 수지가 연기한 가영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사이코패스 성향을 지녔지만 할머니와 마을 사람들의 돌봄 속에 자라면서 선한 의지를 갖게 된다. 사진제공=넷플릭스

김은숙 작가가 집필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다 이루어질지니'가 지난 3일 공개 직후 다양한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1000년간 잠들었던 램프의 정령 지니가 깨어나 주인으로 섬기는 가영의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13부작으로 그린 판타지 로맨스다.

스타 작가와 배우들의 만난 대작으로 일찌감치 주목받은 '다 이루어질지니'는 천사와 정령이 탄생한 태초의 시간부터 지니(김우빈)와 가영(수지)이 처음 인연을 맺은 전생인 고려,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 재회한 현재의 시간을 교차하면서 방대한 이야기를 펼친다. 김은숙 작가의 전작인 '더 글로리'는 물론 '미스터 션샤인' '태양의 후예' 등 작품들이 초반부터 강렬한 몰입감을 선사하면서 시청자를 사로잡은 것과 달리 이번 드라마는 종잡을 수 없는 이야기와 캐릭터가 펼쳐지면서 엇갈린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여주인공인 가영이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사이코패스 성향으로 설정된 부분에 다양한 의견이 표출한다. 보통 주인공의 감정을 따라가면서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지만, 가영은 감정 자체가 없어 시청자에겐 낯설게 다가간다. 게다가 초반부에는 특별한 사건도 없어 '정주행'을 포기하고 '중도 하차'한 시청자의 의견이 SNS와 드라마 온라인 게시판 등에서 더 눈에 띈다.

다만 13부작 전체를 본 시청자들은 '희생'을 내세운 작가의 메시지에 공감을 표하고 있다. 초반에 다소 산만하게 진행된 드라마가 중반부부터 비로소 힘을 발휘한다는 반응이다. 김은숙 작가의 전작인 판타지 로맨스 '도깨비'가 떠오른다는 평가도 있지만 이번 '다 이루어질지니'는 작가가 그간 내놓은 작품들과 다른 개성을 지는 작품이다.

영생의 사랑이나 엇갈린 운명을 바로잡는 여정을 통해 '인간의 선함'을 이야기

하고 있어서다. 

김은숙 작가는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인간성의 본질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며 특히 가영이라는 인물이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보여주면서 인간의 선한 의지를 그리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다 이루어질지니'의 한 장면. 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를 통해 기획 의도를 밝힌 김은숙 작가는 "가영은 자신의 본성이 악하다고 믿지만 할머니와 온 마을 사람들이 자신을 사랑으로 키워낸 걸 학습으로 알기에 본성을 억누르고 평생 좋은 선택을 하면서 살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사이코패스 성향을 지니고 태어났지만

'착하게 학습된' 가영은 과연 착한 사람일까, 악한 사람일까

. 작가는 바로 이 부분을 질문하고 싶었다고 했다.

"인간은 어떻게 태어나는지보다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가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인간성의 본질이라는 것"을 이야기하려 했다며 "끝내 좋은 선택을 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선한 본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물론

'좋은 선택'을 가능케 하는 힘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

이라는 믿음도 잊지 않았다.

● 가영 캐릭터로 연상되는 '더 글로리'의 인물들

인간의 선한 본성과 학습을 통해 길러지는 착한 마음을 말하고자 한 김은숙 작가의 의도는 전작인 '더 글로리'와도 연결해 해석된다.

지독한 학교 폭력의 피해자인 연동은(송혜교)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힌 가해자들에게 복수를 실행하는 이야기로 인기를 끈 '더 글로리'에서 가장 잔인한 폭력의 주동자인 박연진(임지연)은 공감력이 떨어지는 잔혹한 모습을 보인다. 그의 부모와 친구들은 되려 악행을 부추긴다. '다 이루어질지니'의 가영이 처한 환경과는 완벽하게 상반된다. 때문에

이번 드라마를 '더 글로리'와 연결돼 바라보면 작가의 메시지가 더 입체적으로 해석

되기도 한다. 

김은숙 작가는 지난 4월 MBC '손석희의 질문들'에 출연해 "'더 글로리'를 집필하면서 피폐해지는 감정을 느꼈다"고 토로하면서 "장르물에는 김은희 작가가 있는데, 저는 장르물에서는 여왕이 아니라 '공작부인' 정도밖에 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시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으로 돌아가고자 했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이야기를 하니까 행복하다"면서 '다 이루어질지'의 집필 과정에 만족해했다.
김우빈은 1000년 동안 잠들었다가 깨어난 램프의 정령 지니 역이다. 사진제공=넷플릭스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