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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적시는 '은중과 상연' 극본의 힘, 송혜진 작가는 누구?
맥스무비
배우 김고은과 박지현이 주연한 드라마 '은중과 상연'이 찬바람이 부는 가을, 잊고 있던 기억과 감성을 일깨우면서 시청자의 마음을 적시고 있다. 30년간 이어지는 두 친구의 우정과 미움, 질투와 동경, 그리고 화해와 용서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려내면서 쉽게 잊히지 않을 잔상으로 공감대를 넓히고 있다.
지난 12일 공개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은중과 상연'(연출 조영민)은 자극적인 사건이 아닌 그 시절 한 번쯤 겪어봄직한 감정들이 쌓여 만들어가는 두 친구의 30년 삶을 3개의 파트로 나눠 포착한다. 10대 때 처음 만난 은중(김고은)과 상연(박지현)은 묘한 동경과 질투의 감정을 나누면서도 우정을 쌓아간다. 20대 때 대학에서 재회하고는 첫사랑의 감정을 둘러싼 갈등으로 상처를 입고, 30대 때는 같은 일을 하면서 다시 서로의 삶에 깊숙하게 관여한다. 마침내 40개 되어서 둘은 '죽음'을 앞두고 화해와 용서를 구한다.
'은중과 상연'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는 호흡이 긴 15부작으로 이야기를 완성했다. 어떻게든 도파민을 폭발시키려는 드라마가 유행하고 있지만 '은중과 상연'은 완전히 다른 길을 가겠다는 듯, 두 인물의 침잠하는 심리와 감정을 온전히 들여다보는 데 집중한다. 이들의 인생을 뒤흔든 사건들이 있지만, 자극적인 에피소드보다 누구나 겪어봄직한 일들을 소재 삼아 너무나 달라 서로를 미워했고 동시에 동경한 두 친구의 삶을 그린다. 배우들의 연기부터 감독의 섬세한 연출까지 시너지를 내지만 수려한 작품의 근간은 밀도 높은 대본의 힘이다.
'은중과 상연'의 극본을 쓴 송혜진 작가는 2008년 배우 최강희가 주연을 맡아 30대 여성들의 당찬 삶을 그린 SBS '달콤한 나의 도시'와 지난 2018년 서인국과 정소민이 주연한 tvN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을 통해 상처 입은 사람들이 사랑을 통해 치유받는 이야기에 주목했다. 드라마로 이름을 알렸지만 사실 영화 작업으로 먼저 일을 시작했다.
대학에서 연출을 전공한 송혜진 작가는 2001년과 2002년 단편영화 '원피스' '안다고 하지 마라'를 연출하면서 감독 데뷔를 준비했다. 그 과정에서 박흥식 감독이 연출한 '인어공주'로 영화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전도연과 박해일이 주연한 애틋한 사랑 이야기로 사랑받은 영화다. 이후 동명 소설이 원작 손예진 주연의 '아내가 결혼했다'의 각본에 이어 '협녀, 칼의 기억'과 '해어화' 각색도 맡았다.

● 김고은 "은중과 상연 다음 대본이 궁금해"
송혜진 작가의 이름을 방송가에 알린 첫 작품은 '달콤한 나의 도시'다. 동명 소설이 원작인 드라마로 서른 살이 된 주인공의 일과 사랑을 솔직 담백하게 그려 인기를 얻었다. 당시 주연으로 활약한 최강희와는 이후로도 절친한 친구 사이가 됐다. 송 작가는 지난해 10월 최강희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16년간 이어진 우정을 이야기해 주목받기도 했다. 또한 작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돌이키면서 "학교를 졸업하고 연출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인어공주'를 같이 했던 박흥식 감독님으로부터 드라마를 쓰자는 제안을 받고 '달콤한 나의 도시'를 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강희는 '은중과 상연'의 대본 과정에서부터 작품의 가치를 먼저 알아봤다. 두 주인공을 연기할 배우를 향한 궁금증, 다음 대본을 빨리 읽고 싶어 친구인 송 작가와 연락을 주고받은 과정 등을 통해 '은중과 상연' 탄생을 누구보다 기다리고 응원한 주역이다.
송혜진 작가의 대본은 실제로 배우들의 마음까지 단번에 빼앗았다. 특히 김고은은 "4부까지 대본을 읽고 나니 5부의 대본은 언제 나올까 궁금했다"며 "그걸 궁금해 하는 걸 보니까 이번 작품은 해볼 수 있지 않나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이 작품을 저에게 준 이유가 궁금하고 해내야 하는 몫이 무엇인지 생각했다"고도 말했다. 단순히 두 친구의 우정과 갈등을 넘어 존엄사를 부탁하는 친구와의 동행에 관한 이야기로 나아가는 점에서 배우가 가진 부담은 클 수밖에 없었다.
김고은은 작가와의 대화를 통해 작품은 물론 은중을 받아들이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받았다. 송 작가는 김고은을 만나 '남아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고 말해줬고 그런 대화는 출연의 결심을 넘어 은중을 표현하는 데도 영향을 미쳤다.
이야기가 리얼한 이유도 있다. 영화 연출을 전공하고, 다양한 영화 현장을 거친 작가의 경험은 '은중과 상연'에 스며들어 있다. 서로에게 상처를 남긴 20대를 거쳐 30대가 돼 재회한 은중과 상연은 영화를 만드는 대형 제작사에서 함께 일하게 된 동료 프로듀서의 상황에 놓인다. 함께 일할 때도 둘은 서로의 능력과 재능을 남몰래 질투하고 동경한다. 그러다 결국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서로가 파괴되길 바라는 극한까지 나아간다. 그 과정에서 리얼하게 묘사되는 영화 현장의 이야기가 극의 몰입감을 높이는데 송혜진 작가의 간접적인 경험 등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로도 해석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