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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운동화 공장’ 타이틀 빼앗긴 中... 베트남에 추월당해
조선비즈
17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중국은 1980년대 개방 이후 값싼 노동력과 대규모 생산 능력을 앞세워 신발 산업의 중심지로 성장했다. 대만·한국 기업들이 중국으로 공장을 옮기며 생산 기지를 확장했고, 수십만 명의 노동자가 공장에 몰리면서 ‘세계 운동화 공장’이라는 타이틀을 굳혔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임금 상승과 저작권 침해 논란이 이어지며 기업들의 이탈이 시작됐다. 반면 베트남은 외국인 투자에 우호적인 정책과 젊은 인구 구조를 강점으로 내세워 글로벌 브랜드의 대체 기지로 급부상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기 중국의 국경 봉쇄는 전환을 가속화했다. 글로벌 공급망이 차질을 빚자 신발 업체들은 베트남으로 생산 기지를 옮기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미국 오리건에서 근무하다 호찌민으로 이주한 운동화 업계 임원 토니 리는 “베트남의 개방은 1980년대 중국의 개방을 연상케 했다”며 “산업의 무게 중심이 옮겨갔다”고 했다.
베트남 현지 노동자들에게 번성하는 신발 산업은 삶의 질을 향상시킨 기회로 작용하는 중이다. 호찌민 외곽 논밭에 들어선 첫 공장에서 10대 시절 입사한 노동자들은 수십 년간 근무하며 가족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한 여성 노동자는 “신발을 만드는 법도 몰랐지만 안정적인 수입으로 집과 땅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베트남이 한때 ‘세계의 공장’으로서 중국이 차지하던 위상을 완전히 대체하기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세계 공급망의 상당 부분은 여전히 중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닝화 깔창과 고무 원자재 등 핵심 부품의 상당량이 중국에서 수입된다. 신발 골과 깔창을 만드는 미국 기업 존스앤비닝은 베트남에 대규모 생산 거점을 세우며 “중국 의존도가 낮다”고 강조했지만, 일부 자재는 여전히 중국에서 조달되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도 리스크 요인으로 부각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베트남산 신발에 46%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고, 이후 20%로 낮춘 무역 합의가 체결됐지만 업계 불안은 가중됐다. 나이키는 전 세계적인 관세 부과로 약 10억 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트남 현지 운동화 업계 관계자는 “공급망의 복잡성과 정치적 리스크는 여전히 베트남 생산 업계의 부담”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