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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농축산물 할인지원’ 맞춰 ‘가격 인상’… 감사원 “농식품부, 알고도 방임”
조선비즈
대형마트들이 정부의 농축산물 할인지원 쿠폰 발행에 맞춰 대상 품목의 가격을 올린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감사원은 정부 할인쿠폰 사업으로 대형마트가 이익을 향유하고 있는데, 담당 기관인 농림축산식품부가 방임하고 있다며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라고 통보했다. 또 정부 할인쿠폰 지원 대상에서 중소 유통업체가 배제되고 있다며 ‘대형 유통업체만을 위한 농축산물 할인지원사업을 추진하지 말라’며 주의를 요구했다.
감사원은 1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농림축산식품부 정기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최근 이상기후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해 민생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시행하는 농축산물 할인지원 사업의 혜택이 소비자가 아닌 유통업체로 귀속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해 농식품부의 물가 안정 대책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2022년부터 가계 물가 부담 완화 차원에서 할인 지원 사업을 추진했다. 농식품부가 지정한 농산물에 대해 유통업체가 20%를 할인하면, 농식품부는 해당 업체에 구매자 1인당 1만원 한도 내에서 할인액을 보전해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감사 결과, 한 대형마트는 할인행사가 시작되는 시기에 맞춰 시금치 판매가격을 직전 주 가격 대비 33.8% 인상한 후, 이를 기준으로 20% 할인행사를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대형마트도 비슷한 행태를 보였다.
감사원에 따르면 대형마트에선 132개 품목에 대해 할인 행사 직전 주 대비 판매가를 인상한 후 할인행사를 한다는 명분으로 다시 20% 할인해 판매했다. 132개 품목 중 45개 품목은 판매가 인상률이 20%를 상회했다.
감사원은 이처럼 유통업체가 할인행사 기간을 노리고 대상 품목의 가격을 부당하게 인상한 의심 사례가 있었음에도, 관련 기관을 통한 모니터링을 제대로 실시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감사원 관계자는 “대형업체가 가격을 인상한 후 할인행사를 진행한다는 사실을 인지한 후에도, 농식품부는 이를 그대로 내버려 두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감사원은 농식품부가 농축산물 할인지원 사업을 대형마트에서만 추진한 것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감사원은 “농식품부는 2023년 1월 6개 대형마트로부터 할인지원품목 확대 요청을 받고, 같은 해 2월부터 5월까지 중소형 유통업체는 배제하고 대형업체만을 대상으로 총 33억8000만원의 할인지원금을 지급했다”라면서 “2023년 12월에도 중소업체를 임의로 배제하고 대형마트에만 119억원을 지원했다”라고 지적했다.
할인지원품목을 소비 비중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 가격 상승률만을 기준으로 선정한 것도 지적됐다. 감사원은 할인지원품목을 지정할 때, 가격상승률뿐만 아니라 계절별 농축산물 지출 비중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감사원은 농식품부 장관에게 유통업체가 농축산물의 가격을 올린 후 이를 기준으로 할인행사를 하는 일이 없도록 실효성 있는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 아울러 중소업체를 제외한 채 대형마트만을 위해 할인 지원 품목을 지정하거나 대형마트만을 위한 농축산물 할인 지원 사업을 추진하지 않도록 ‘주의 요구’ 처분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