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2 읽음
마이클 샌델 "민주주의 내부 양극화·분열 해소 없이 한반도 평화공존 논의 어려워"
데일리안
0
2025 국제한반도포럼 기조연설

"민주주의 위태롭다"…남북 공존 조건 짚다

정치적 양극화 심각…'美 구금사태' 언급도

민주주의 위기, '경제 불평등·교육 경쟁' 꼽아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2025 국제한반도포럼(GKF)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통일부
세계적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로 유명한 마이클 샌델 하버드 대학교 교수가 "민주주의 내부의 양극화와 분열을 해소하지 않고는 한반도의 평화적 공존 전략도 논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샌델 교수는 18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2025 국제한반도포럼(GKF)' 기조연설에서 "오늘날 민주주의 위기와 한반도 공존 모색은 별개의 주제가 아니다. 두 사안은 깊게 연결돼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한반도는 여전히 위험한 지역이며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면서도 "민주주의 사회 내부의 공존 방식 역시 위태로운 상태다. 미국의 국회의사당 습격 사태, 한국 내 사법부 공격 사례처럼 최소한의 공존조차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샌델 교수는 공존의 유형을 △전쟁·폭력의 부재라는 최소한의 공존 △상대 제도와 가치를 인정하는 상호 존중의 공존 △공동의 목적과 정체성을 공유하는 공동체적 공존 등 세 가지로 나눴다.

그는 "민주주의는 이상적으로는 공동체적 공존을 지향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상호 존중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이런 조건에서는 남북 간 공존 전략도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 민주주의의 성취와 취약성을 동시에 언급했다. 샌델 교수는 "대한민국은 경제 성장, 1987년 이래 정착된 민주주의, 세계를 사로잡은 대중문화라는 세 가지 위대한 성취를 이뤘다"며 "그러나 이 중 가장 소중하면서도 가장 위태로운 것은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12·3 비상계엄 사태와 철회(계엄 해제 결의), 대통령 탄핵과 선거 과정은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보여줬지만, 여전히 정치적 양극화가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샌델 교수는 미국 역시 예외가 아니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패배에 불복했고, 최근에는 대규모 추방 정책을 추진하며 한국 노동자 수백 명까지 범죄자처럼 다루고 있다"며 "이처럼 민주주의는 여전히 위태롭다"고 비판했다.

샌델 교수는 민주주의 위기의 근본 원인으로 경제적 불평등과 교육 경쟁을 꼽았다. 그는 "한국 청년 80% 이상이 대학 생활을 '생사의 전쟁터(Battlefield of life and death)'로 느낀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며 "교육과 성과 중심의 사회가 승자와 패자를 갈라 분노와 불만을 낳고, 이런 분노는 권위주의적 포퓰리즘으로 흐른다"고 말했다.

그는 "해결책은 경제적 불평등을 줄이고, 학력에 상관없이 노동의 존엄성을 인정하며, 서로 다른 계층을 이어주는 사회적 제도를 만드는 것"이라며 "내부의 민주적 공존 없이는 남북 공존도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샌델 교수는 끝으로 "한국 사회 내부에서 더 평화롭고 덜 양극화된 공존을 이루는 것이야말로 한반도의 평화적 공존을 모색하는 첫걸음"이라고 역설했다.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2025 국제한반도포럼(GKF)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통일부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