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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마켓·알리 합작법인 공정위 조건부 승인… 이커머스 빅뱅 오나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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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18일 신세계그룹 계열 G마켓과 중국 알리바바 계열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의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하면서 합작회사 ‘그랜드오푸스홀딩스’이 출범하게 됐다. 이 회사의 지분율은 5대 5다. 한국과 중국 자본이 절반씩 들어간 새로운 이커머스(전자 상거래) 업체가 생긴 것이다. 신세계그룹과 알리바바는 합작사 조직 구성과 이사회 개최, 사업 계획 수립 등을 위한 실무 작업에 돌입했다.

합작사는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를 자회사로 둔 채로 운영된다. G마켓은 알리익스프레스의 전 세계 유통망을 활용한 판매자(셀러)들의 글로벌 진출을 올해 안에 시작한다. 이커머스 업계는 그랜드오푸스홀딩스 출범으로 쿠팡과 네이버가 주축인 시장 판도에 어떤 변화가 일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병건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거래결합심사 국장이 1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업집단 신세계와 알리바바 그룹이 합작회사를 설립해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를 공동으로 지배하는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뉴스1
이병건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거래결합심사 국장이 1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업집단 신세계와 알리바바 그룹이 합작회사를 설립해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를 공동으로 지배하는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뉴스1

관련 업계에 따르면, 양사 합작회사 출범으로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곳은 국내 온라인 해외 직접구매(직구) 시장이다. 국내 온라인 해외 직구 시장에서 알리익스프레스의 시장 점유율은 37.1%고, G마켓의 시장 점유율은 3.9%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1위 사업자와 4위 사업자의 만남이라 해외 직구 시장에선 신생 회사의 시장 지배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공정위에서 조건부 승인을 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공정위는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를 상호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국내 소비자 데이터를 기술적으로 분리하라고 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3년 기간 제한이 있는 조건부이기는 하지만, 대적할 수 없는 골리앗의 탄생에 일단 제약을 걸었다는 점에서 경쟁사 입장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G마켓은 판매자들의 해외 진출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나섰다. G마켓에 등록된 약 60만 판매자들은 올해 안에 해외 고객들에게 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G마켓 셀러들이 해외에 판매할 상품은 약 2000만개다. 상품 대다수는 한국의 우수한 중소기업 제품이란 점에서 상당한 수출 효과가 기대된다.

해외 판매는 G마켓을 통해 알리바바의 글로벌 플랫폼에 입점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첫 진출 지역은 싱가포르, 베트남,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5개국이다. 케이(K)팝과 한국 상품에 대한 인기와 선호도가 높은 곳들이다. 동남아에 이어 유럽, 남아시아, 남미, 미국 등 알리바바가 진출해 있는 200여개 국가와 지역 시장으로 판로는 점차 확대될 예정이다.

G마켓 셀러들은 글로벌 플랫폼에 단순히 상품을 등록하는 것 이상의 혜택을 볼 수 있다. 통관, 물류, 현지 배송 및 반품 그리고 고객 관리까지 모든 과정에서 체계화된 시스템을 활용하게 된다.

신세계그룹와 알리바바 측은 “한국 셀러들의 글로벌 진출을 적극 지원해 우수한 ‘한국 상품’의 해외 판매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또 “협업을 통해 고객에게는 상품 선택의 폭을 크게 늘려주고 첨단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선 쿠팡과 네이버의 경쟁과 더불어 본격적인 3파전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 이커머스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쿠팡이 3422만명으로 가장 많았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의 MAU는 431만명이다.

G마켓과 알리의 합작법인은 MAU 기준 2위 수준으로 올라선다. 알리익스프레스 920만명, G마켓 668만명, 옥션 266만명을 더했을 때 나오는 결과다. G마켓은 옥션도 운영한다.

업계에서는 알리바바의 첨단 기술이 적용됐을 때 나올 효과를 주시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경험해 보지 못한 수준의 초개인화 쇼핑 경험을 누리게 될 것”이라며 “알리바바의 글로벌 플랫폼에서 구현되고 있는 것과 유사한 개인 쇼핑 도우미(어시스턴트)를 통해 24시간 맞춤형 상품을 추천받고 상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소비자군의 충성도도 이커머스 업계 판도 변화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G마켓이나 알리익스프레스는 네이버나 쿠팡만큼 충성 소비자 수가 많지 않다. 반면, 네이버나 쿠팡은 일찌감치 멤버십 서비스로 소비자를 붙잡아두는 데 성공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양사가 각자의 약점을 보완하려는 이해관계에 따라 합병한 것”이라며 “당분간은 어떤 전략을 취할지 두고 봐야 한다. 일단 이커머스 시장에서 가격 경쟁이 가열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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