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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인사이드] 국선변호인 보수 3분의 1이 ‘외상’…왜 이럴까?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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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챗GPT 달리3
일러스트=챗GPT 달리3

전국 법원이 작년에 줬어야 할 국선변호사 보수 32%를 올해 뒤늦게 지급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법원이 예산 부족으로 일종의 외상을 한 것이다. 이런 일이 수년째 계속되고 있을 뿐 아니라 연체액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날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작년 법원에 접수된 형사 사건을 담당한 국선변호사는 15만2576명이다. 전체 형사 사건 대비 국선변호사 담당 사건 비율은 45.7%다. 이 비율은 2005년 국선변호사 제도가 도입된 이후 가장 높았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법원이 국선변호사를 지정해야 하는 경우는 피고인이 구속됐거나 ▲미성년자 ▲70세 이상 ▲청각장애인 ▲심신장애가 의심될 때 ▲사형, 무기 또는 단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으로 기소됐는데 변호인이 없을 때다. 또 피고인이 형편이 어려우면 직접 법원에 국선변호사를 선정해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다.

국선변호사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고령화로 법원이 국선변호사 지정 대상인 70세 이상 피고인이 늘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국선변호사를 원하는 사람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또 2021년 군사법원법 개정으로 민간법원에서 재판을 받는 군(軍) 피고인도 늘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작년 5월 “이미 구속된 사람이 별건으로 기소될 경우, 따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해줘야 한다”고 판단한 것도 국선변호사 수요 증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

국선변호사는 사건 하나당 55만원의 보수를 받는다. 이에 따라 작년에 지급됐어야 할 국선변호사 보수는 696억원이다. 그러나 실제로 지급된 금액은 471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225억원은 올해 초에 뒤늦게 지급됐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일이 올해가 처음이 아니라고 한다. 국선변호사 보수 연체액은 2021년 5억원에서 2022년 28억원, 2023년 94억원, 2024년 225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 1~7월에도 제 때 지급하지 못한 돈이 13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픽=정서희
그래픽=정서희

국선변호사 보수 연체가 계속 되는 이유는 국회가 법원이 요청한 예산을 삭감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법원행정처는 올해 국선변호사 예산으로 982억원을 요청했다. 작년 연체액과 올해 지급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을 합한 것이다. 그런데 780억원만 편성됐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국가 예산이 한정된 상황에서 국선변호사 예산이 후순위로 밀리는 상황인 것 같다”고 했다.

법조계에선 국선변호사 보수 연체가 국선 변호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 10년간 국선변호사로 활동해온 A 변호사는 “이미 국선변호사가 지정된 피고인이 ‘기존 국선변호사는 연락도 안 되고 일도 안 한다’며 다른 변호사를 찾는 일이 자주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국선변호사 B씨는 “월급을 보고 하는 일은 아니지만, 정당한 근로 대가는 제 때 받아야 하지 않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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