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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세계의 종말이 찾아왔습니다. 활기찼던 거리에는 온통 괴물들과 자동차의 파편, 건물의 잔해. 그리고 사람들의 시체와 붉은 피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푸르던 하늘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서로 뭉쳤습니다. 항상 괴물에 맞섰습니다. 시건이 지날수록 우리들의 삶을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은 점점 커져만 갔습니다. 하지만 좋은 일이 일어나면 나쁜 일도 일어나기 마련이죠. 사람들은 점점 더 세지는 괴물들에 의해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서로를 배신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신에게 두 손을 모아 기도했습니다.
“부디 저희가 이 시련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그러나 이 기도는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희망은 점점 사라지고, 결국 사람들은 점점 이성을 잃어갔습니다. 사람은 벼랑 끝에 몰리면 숨기고 있던 자신의 추악한 내면의 본성을 드러내지요. 처음엔 괴물들에게 겨눴던 칼은 이제 서로에게 겨누기 시작했습니다.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은 다시 원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과 함께 처참히 깨졌습니다. 괴물과 사람들에게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죽이자 결국 세상에는 단 한 명의 인간만이 살았습니다. 그의 눈 앞에는 수많은 시체가 쌓여 있었고, 그의 손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피로 붉게 물든 칼이 들려있었습니다. 그는 살아남았지만 가족과 동료, 그리고 희망, 모든 걸 잃었습니다. 그의 눈동자 속에는 신에 대한 원망과 증오가 뒤엉켜 있었습니다.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그가 신에게 물었습니다.
아무리 신에게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습니다. 마치 원래부터 아무것도 없었다는 듯이요. 그는 마지막으로 신에게 물었습니다.
“신이란 존재는 원래부터 존재하긴 했습니까?”
그는 허탈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신에 대한 원망과 증오로 뒤엉켰던 그의 눈동자는 이제 허무감과 죄책감, 그리고 좌절만이 남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