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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재결집인가, 분당의 서막인가…‘도로 친윤’ 된 국민의힘 전대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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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김민수 기자】 국민의힘 제6차 전당대회가 ‘도로 친윤(親尹)’ 체제의 귀환을 알리며 막을 내렸다.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당대표 선거는 모두 ‘반탄파(윤석열 탄핵 반대)’ 김문수 후보와 장동혁 후보 간 결선투표로 압축됐다. 최고위원과 청년최고위원도 ‘친윤’ 인사들이 대거 지도부에 입성했다. 결국 국민의힘은 12·3 내란사태와 대선 패배를 겪고도 내부 쇄신 대신 대여(對與)투쟁을 택한 셈이다.

‘반탄파’ 결선 구도로

8월 22일 충북 청주 오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6차 전당대회에서는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반탄파’ 김문수·장동혁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결선투표에 진출했다. 반면 ‘찬탄파(윤석열 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당대표 후보는 낙선했다.

황우여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장은 “개표 결과 최다 득표자의 합산 득표율이 50%를 넘지 않았다”며 “1, 2위간 결선투표를 실시하겠다”라고 밝혔다. 다만 황 위원장은 1·2위 순위는 발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결선에 진출한 두 후보는 23일 마지막 TV토론을 거쳐 오는 24일 온라인, 25일 ARS투표를 진행한다. 최종 결과는 26일 발표된다.
김 후보는 결선투표 진출이 확정된 후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평생 투쟁해서 투쟁의 구체적 방법, 노하우가 몸에 붙어 이재명과 민주당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을 몸에 체득한 사람이다. 우리 당에 그런 사람 드물다”라며 대여(對與) 투쟁력을 강조했다. 당내 탄핵 찬성 세력과의 갈등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견해가 다른 부분들이 개인이 아니라 그룹으로 돼 있어서 통합이 어렵다”라면서도 “그런 어려운 점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 아마 제가 경험이 많아 포용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 후보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금 특검을 막고 거대 여당과 싸우려면 저는 논리로, 전략으로 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낡은 투쟁방식을 버리고 새 방법으로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가 말하는 당의 혁신은 1차적으로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라며 “당이 계속 분열하고 제대로 결집된 모습을 못 보이고 패배하면 당의 존재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최고위원도 친윤 일색

이날 국민의힘 신임 최고위원에는 신동욱·김민수·양향자·김재원이 차례로 득표하면서 지도부에 입성했다. 청년최고위원에는 우재준 의원이 손수조 후보를 꺾고 선출됐다.

신동욱 후보는 17만2341표를 얻어 최고위원 후보자 중 최다 득표를 기록해 수석 최고위원에 올랐다. 이어 김민수 후보가 15만4940표, 양향자 후보가 10만3957표, 김재원 후보가 9만9751표를 각각 얻었다. 김근식·김태우·손범규·최수진 후보는 낙선했다. 청년최고위원 선거에서는 ‘찬탄파’ 우재준 후보가 20만4627표(득표율 50.34%)를 얻어 ‘반탄파’ 손수조 후보(20만740표)를 제치고 당선됐다.

이번 전당대회에는 총 75만3076명의 선거인단이 참여했다. 최고위원 선거는 연기명(한 표에 후보 2인 지목) 방식으로 65만3641명이 투표해 43.40%의 투표율을 보였다. 청년최고위원 선거에는 32만4294명이 참여해 투표율 43.06%를 기록했다.

신동욱·김민수·김재원 최고위원 3명은 선거 기간 동안 ‘반탄’을 주장해 온 인사다. 당대표 결선 투표에도 ‘반탄’을 주장하는 후보들로만 올라가 있어 두 후보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단일대오 형성을 통한 강력한 대여 투쟁 기조가 공고히 세워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결국, 전대 결과는 친윤 강화라는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지도부 전반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궤를 같이하는 색채로 재편된 것이다.
‘윤 어게인’ 후폭풍은

문제는 이 같은 노선이 ‘내부 결속’에는 유효하더라도 ‘외연 확장’에는 제약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국민의힘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의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실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8∼20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에 따르면, 정당별 지지도의 경우 더불어민주당이 40%, 국민의힘은 19%를 기록했다. NBS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이번 달 초 16%까지 하락하며 미래통합당에서 당명을 바꾼 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윤 전 대통령과의 거리 두기 대신 ‘윤 어게인’을 선택한 당이 과연 중도층의 표심을 끌어올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분당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윤석열·김건희와 가까운 김문수·장동혁이 당대표가 되면 건전한 보수 세력은 신당 창당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의원은 “정치 발전을 위해서도 건전한 보수 세력이 신당을 창당해야 된다”며 국민의힘 분당 가능성을 100%라고 했다. 분당 시기와 관련해선 “전당대회 후, 내년 지방선거 전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렇듯 국민의힘의 전략이 과연 보수 세력의 재결집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분당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지는 앞으로의 정치 지형을 좌우할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강경 대여 노선과 내부 단속에 집중할 가능성이 큰 새 지도부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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