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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사제복' 입은 신승호 "세상에 존재하는 유니폼 다 입어봐야죠"
맥스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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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온리 갓 노우즈 에브리띵'에서 사제 서품을 받은 신부 정도운을 연기한 신승호. 사진제공=트리플픽쳐스

"이번엔 사제복을 입었지만 앞으로 엔지니어복이나 다이빙 슈트, 레이서 복장 등에도 도전해 보고 싶어요. 이왕 이렇게 된 거 세상에 존재하는 유니폼은 다 입어보고 싶네요. 하하!"

'제복이 잘 어울리는' 배우 신승호가 백승환 감독이 연출한 영화 '온리 갓 노우즈 에브리띵'(제작 백그림)에서 사제복 차림으로 등장한다. 천주교 신부 정도운을 연기한 신승호는 187cm의 큰 키와 다부진 체격으로 영화 '검은 사제들' 속 강동원과 견줄만한 남다른 핏을 과시한다.

14일 맥스무비와 만난 신승호는 "사제복을 입은 제 모습이 불편하거나 어색하지 않으면 그것만으로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다"며 웃어 보였다. 그간 웹드라마 '에이틴'에서는 고등학생으로 교복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와 지난달 23일 개봉한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에서는 군인으로 군복을 입었다. 영화 '파일럿'에서는 조종사 역할로 항공사 유니폼을 착용했다. 마치 '도장 깨기'라도 하듯이 여러 작품에서 제복을 섭렵하는 신승호는 이번 작품에서는 신부 역할로 사제복까지 소화했다.

●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인물과 장르"

'온리 갓 노우즈 에브리띵'은 갓 사제 서품을 받은 신부 도운이 고해성사를 통해 14년 전 실종된 어머니에 대한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면서 비밀을 파헤치는 내용을 그린다. '오직 신만이 모든 것을 아신다'는 영어 표현에서 착안한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작품은 오직 '그분'만이 알고 있던 진실과 충격적인 반전을 믿음의 경계에 위태롭게 서 있는 도운이 마주하는 상황으로 펼쳐낸다. 어머니의 실종에 사이비 종교가 있음을 알게 된 '신부' 도운은 죄와 구원, 믿음과 집착, 신앙심과 복수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신승호는 "저도 감독님을 좋아하고, 감독님도 저를 예뻐해 주는 걸 알고 있지만 우리를 위해서 친분은 배재하고 작품만 생각했다"고 출연을 결심한 과정을 돌이켰다. 신승호는 백승환 감독과 영화 '더블패티'(2021년)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

대본을 봤을 때 어렵고 평범하지 않은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마냥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은 아니었죠. 그런데 거기서 오는 매력과 힘이 있었어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았던 인물이고 장르였거든요. 흔하지 않기 때문에 연기자로서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여겼죠. 도전을 좋아하는데 도전적인 인물이라 함께 하게 됐습니다."
정도운을 연기한 신승호. 사진제공=트리플픽쳐스

● "배우라면 절제하고 덜어내는 연기도 해야죠"

신앙인과 자연인 사이에서 고뇌하는 복합적인 내면을 섬세하게 소화하는 신승호의 모습은 새롭다. 'D.P.'에서 말년 병장 황장수 역으로 등장해 후임을 악랄하게 괴롭히고 범죄를 저지르며 '병영 부조리'의 그 자체를 체현하며 강렬함을 보여줬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 묵직하고 절제된 연기로 캐릭터의 내면을 깊이 파고든다.

신승호는 "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는 것이 '온리 갓 노우즈 에브리띵'의 목적이자 목표였다

"고 고백했다.

"겉으로 표출하고 폭발하는 모습은 몇 번 보여드렸다고 생각해요. 배우라면 반대로 담아두고 아끼고 덜어내는 모습에서도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고 봐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작품은 저에게 기회이자 배움이었죠. 앞으로도 계속해서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실종된 어머니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인물의 혼란과 고뇌를 그렸지만 그는 연기하면서 "답을 정해두지 않았다"고 했다. 도운의 행동과 감정을 특정 방향으로 규정하기보다 그 해석을 관객에게 맡기고자 했다.

그는 "도운이 신앙인으로서 적절하지 않은 행동을 하기도 하지만 회개하고 참회하는 듯한 모습도 보이는데 그가 어떤 마음인지 완벽하게 정의하지 않았다"며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까지 도운의 방향성을 들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최대한 절제하면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신부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실제 촬영 장소였던 흑석동 성당의 신부님들을 유심히 살펴봤다. 신승호는 "식사하는 모습이나 가벼운 농담을 건네는 모습을 보면서 어떨 때는 친척 같기도, 동네 아저씨 같은 면도 찾았다"며 "신부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마냥 신성하고 딱딱한 감정들이 연상됐기 때문에 실제 신부님들이 어떤지를 많이 보려고 노력했다"고 이야기했다.

'온리 갓 노우즈 에브리띵'은 그가 상업영화 '원톱' 주연으로 나서는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부담감은 최대한 치워두려고 한다. 제 성향상 부담이 되면 해야 할 일도 못하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대한 신나게 지금 이 순간을 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배우로서 목표에 대해 신승호는 "안 해 본 건 다 해보고 싶다"며 남다른 욕심을 드러냈다. "멜로도 히어로물도 시대극도 실화를 기반으로 한 역사극도 다 열려 있다. 자신 있지만 안 보여준 장르도 있다"고 웃었다. 그는 "'파일럿'으로 코미디 장르에 도전했는데 아직 갈증이 해소되지 않았다. 나사 하나 빠진 듯한 코미디를 좋아하는데 그런 연기도 보여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온리 갓 노우즈 에브리띵'은 오는 22일 개봉한다. 사진제공=트리플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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