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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흉추' 박세영 감독의 '지느러미', 해외서 먼저 주목
맥스무비
한국의 젊은 감독이 연출한 두 번째 장편영화가 해외에서부터 먼저 주목받고 있다. 2024년 장편 데뷔작 ‘다섯 번째 흉추’로 국내외 시선을 모았던 박세영 감독의 신작 ‘지느러미’로, 현재 진행 중인 스위스 로카르노 국제영화제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박세영 감독은 지난 6일 막을 올려 오는 16일 폐막하는 로카르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인 ‘현재의 감독’(Concorso Cineasti del presente) 부문에서 ‘지느러미’를 선보이고 있다. ‘현재의 감독’ 부문은 첫 번째나 두 번째 작품을 만든 신인감독들의 작품을 초청 상영하는 경쟁부문이다. ‘지느러미’는 버라이어티, 할리우드 리포터, 인디와이어 등 해외 영화전문지들의 호평이 담긴 리뷰를 비롯한 다양한 시선을 받고 있다. 로카르노 국제영화제가 작가주의 영화나 독립예술영화를 중심으로 신인감독들을 발굴하며 귄위를 인정받아왔다는 점에서 ‘지느러미’가 어떤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지느러미’는 자연재해와 환경오염으로 피폐해진 미래의 통일된 한국을 배경으로 돌연변이인 오메가족과 이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그린 SF영화이다. 지난해 ‘다섯 번째 흉추’에 이은 박세영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연출작이다. 2023년 단편영화 ‘기지국’을 박 감독과 함께 연출한 연예지와 2022년 박 감독이 촬영에 참여한 ‘굿’에서 호흡을 맞춘 가수 겸 배우 김푸름 등이 출연한다.
박 감독은 ‘다섯 번째 흉추’로 서울독립영화제 작품상을 비롯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등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재능을 인정받았다. 지난해 로카르노 국제영화제에서는 단편영화 ‘괴인의 정체’가 ‘특별언급’ 대상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느러미’는 폐기된 매트리에서 곰팡이에서 피어나 인간의 척추뼈를 얻어 생명체가 되어가는 존재의 이야기를 그린 ‘다섯 번재 흉추’를 잇는 ‘지느러미’를 통해 암울한 디스토피아의 세상을 묘사하며 현재의 세상을 우화적이고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버라이어티는 ‘지느러미’에 대해 “인류가 지구를 오염시켜 회색 연기가 도시를 뒤덮은 상황”을 그려냈다며 “촬영까지 직접 맡은 박 감독은 화면을 빛과 다양한 질감으로 가득 채웠다”고 평가했다. 이어 “영화 속 인간과 오메가의 분리뿐 아니라 인물들이 서로를 멀리하면서도 연결을 갈망하는 모습”을 통해 “디스토피아 속에서도 사회집단을 가르는 경계에 대한 질문에서 희망이 피어난다”고 덧붙였다.
할리우드 리포터도 호평을 내놨다. “한국의 시나리오 작가이자 감독이며 촬영감독인 박세영은 아직 28세에 불과하지만 이미 꽤 많은 영화 제작 경험을 쌓았고, 파장을 일으킬 준비가 된 장르영화의 작가주의 감독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찬사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출신인 박 감독은 이미 2017년 ‘망한 인생’으로부터 다수의 단편영화를 연출해 국내외 영화제를 넘나들었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박 감독은 “배우들이 최대한 자연스럽게 연기하도록 한다”면서 “예산이 한정된 탓에 로케이션을 미리 정하고 빠른 속도로 촬영해 그 생생함을 살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명에서도 창의성을 발휘”하며 이번 ‘지느러미’에서는 “어두운 조명에 거친 입자를 더해 불길한 분위기를 강조했다”고 평했다.
인디와이어 역시 ‘지느러미’가 “버림받은 사람들에 대한 설득력 있는 공상과학 드라마”라면서 “몰입도 높은 디스토피아 이야기”라는 리뷰 기사 제목으로 호평했다.
이 같은 주목과 찬사 속에 ‘지느러미’가 이번 로카르노 국제영화제에서 어떤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한편 박세영 감독은 새로운 장편영화 ‘누가 내 십자가를 훔쳤는가?’의 후반작업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