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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 촌뜨기들'이 건진 '김민'이라는 보물
맥스무비
배우 김민이 데뷔작인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파인: 촌뜨기들'을 통해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류승룡부터 임수정까지 쟁쟁한 배우들 틈에서 개성 강한 연기로 이름을 확실히 알렸다.
지난달 16일부터 공개한 강윤성 감독의 '파인: 촌뜨기들'(극본 강윤성·안승환)은 1977년 바닷속에 묻힌 보물선을 차지하기 위해 모인 사기꾼들의 속고 속이는 모험을 그린다. 1970년대 신안 앞바다 보물선 사건에서 모티프를 얻은 윤태호 작가의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김민은 극 중 목포 행운다방 종업원 박선자 역으로 첫 등장부터 시선을 사로잡았다. 1970년대 인물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비주얼과 화려한 복고풍 의상으로 눈길을 끌었고 특히 쇼트커트 헤어스타일은 마치 왕가위 감독의 영화 '중경삼림' 속 왕페이를 떠오르게 했다.
서울 상경만 바라는 선자는 한탕을 꿈꾸며 욕망과 배신이 뒤얽힌 인물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순수함을 간직한 존재다. 그는 악연이 있는 동네 건달 벌구(정윤호)에게는 냉정하지만, 서울에서 내려온 오희동(양세종)에게 "시간 나면 회나 한 접시 사주쇼잉"이라며 은근한 궁금증과 호감을 보이기도 한다. 김민은 예측할 수 없는 캐릭터를 현실감 넘치는 전라도 사투리와 생동감 있는 연기로 표현하고 있다.
속고 속이는 욕망으로 뒤엉킨 드라마에서 선자는 유일하게 로맨스의 감성도 형성한다. 삼촌 오관석(류승룡)과 함께 도자기를 건지기 위해 목포로 내려온 희동과 미묘한 관계를 형성한다. 김민은 술에 취한 희동과 하룻밤을 보낸 뒤 "임신했다"는 거짓말을 했다가 들통난 후 "서울에 가고 싶어서"라며 하염없이 오열하는 장면에서 선자의 절박함과 복합적인 감정을 깊이 있게 표현했다. 또한 희동을 만나기 위해 무작정 행동하는 과감함과 행운다방 마담에게 발각된 뒤 고초를 겪는 모습까지 드라마틱한 상황을 넘나들며 극의 긴장감을 높였다. 그 과정에서 비극적인 상황을 비관한 선택으로도 충격을 던졌다.
● 높은 경쟁률 뚫고 만장일치 합류
김민은 이번 '파인: 촌뜨기들'이 데뷔작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안정적인 연기로 시선을 끈다. 중앙대학교에서 연극을 전공하는 그는 신인에게는 버거울 수 있는 사투리 연기를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것은 물론 신선한 외모까지 어우러져 선자라는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실제 그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제작진의 만장일치로 작품에 캐스팅된 것으로 알려졌다. 드라마의 주인공인 임수정과 함께 소속사 MYM엔터테인먼트에 몸담고 있는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다.
김민은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전라도 사투리가 나오는 영상을 틀어놓았다"며 작품에 녹아들기 위한 노력을 밝혔다. 또한 "시대상을 표현하기 위해 녹음 자료를 듣고 함께 출연하는 선배님들께 조언도 많이 받았다"고 덧붙였다.
선자는 원작과 비교해 드라마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늘었다. 희동을 자극하는 주변 인물에 그치지 않고 서로의 상처와 꿈을 이해하고 위로하며 정서적인 안식처의 역할을 하고 있다. 선자가 보여주는 무모하지만 진심 어린 행동들은 보물선을 둘러싼 탐욕과 절망 속에서 온기를 전하는 점도 김민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파인: 촌뜨기들'은 오는 13일 마지막 이야기인 10, 11회를 공개한다. 위기에 처한 선자와 희동의 관계가 어떻게 매듭 지어질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