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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로캣타워는 입소문, 듀오보는 판매중단"… '흥망성쇠' LG전자 신가전
IT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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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틈새시장을 겨냥해 선보인 신가전 제품이 엇갈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트롬 스타일러처럼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성공 사례가 있는 반면, 소비자 반응 부진으로 판매가 중단된 제품도 존재한다. LG전자는 중국 가전업체의 거센 추격 속에서 정체된 시장을 돌파하기 위해 꾸준히 신제품을 내놓고 있으나, 수익성 확보라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LG프라엘 의료기기 단종…듀오보는 판매 중단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는 캡슐형 아이스크림 제조기 ‘스노우화이트’가 있다. 2019년 미국 SXSW(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에서 공개될 당시 이 제품은 시장의 큰 관심과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경쟁 심화와 시장성 부족을 이유로 상용화가 무산됐다.

2017년 선보인 프리미엄 홈 뷰티기기 'LG 프라엘'은 초반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 홍콩, 동남아 등으로 진출하며 성장세를 보이다가 올해 LG생활건강으로 이관됐다. 업계는 프라엘 적자가 누적되면서 사업 정리 재편 차원에서 이관됐다고 내다봤다.

프라엘 내 의료기기 제품인 ‘메디헤어’와 ‘메디페인’ 역시 지난해 말 판매가 중단됐다. 각각 탈모 치료와 통증 완화 기기로 식약처 인증을 받았던 제품이다. 의료기기 판매업 자격을 가진 사람만 판매할 수 있다는 규정 준수의 어려움으로 유통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전략을 수정해 재도전 한 사례도 있다. 가정용 맥주 제조기 ‘홈브루’는 출시 초기 399만원의 높은 가격대로 판매가 저조했다. 1년 뒤인 2020년 199만원으로 가격을 낮춰 접근성을 높였다. 식물 재배기 ‘LG 틔운’도 마찬가지다. 149만원짜리 초기 모델에 이어 가격과 크기를 줄인 ‘틔운 미니’(19만9000원)를 추가 출시해 대중화에 나섰다.

올해 5월 출시된 캡슐 커피머신 ‘듀오보’는 혹평 속에 7월 중순부터 판매가 일시 중단됐다. 우주탐사선 모양의 디자인을 갖추고 두 개의 커피 캡슐을 동시에 추출해 다양한 맛으로 블렌딩 할 수 있는 커피머신으로 주목받았지만 84만원이라는 가격과 느린 추출 속도, 불편한 사용성 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

2년전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 처음 선보였고 올해 5월부터 두 달 반 정도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에서 한정 수량이 판매됐으나, 현재까지 재판매 계획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LG전자는 향후 판매 채널을 놓고 내부 논의를 하고 있다.
에어로캣타워, 반려묘 가구 수요 겨냥해 호평

LG "신가전 실험 통해 신규 성장 동력 발굴"

LG전자의 ‘트롬 스타일러’는 의류 관리기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개척하며 신가전 시장에서 성공한 대표 사례다. 올해도 2025년형 뉴 스타일러를 출시하며 기술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전자의 ‘스탠바이미’는 기존 TV의 고정된 사용 방식을 탈피해 자유로운 이동성과 다양한 사용 환경에 최적화된 ‘모바일 스크린’ 개념을 제시하고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27인치 터치 스크린에 바퀴 달린 스탠드를 결합해 침실, 주방, 욕실 등 집 안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다.

특히 MZ세대의 콘텐츠 소비 패턴에 맞춰 유튜브·넷플릭스 등 OTT 시청은 물론, 화상회의, 운동·요리 콘텐츠 활용 등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며 신가전 카테고리 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올해 출시된 2세대 모델 ‘LG 스탠바이미2’는 초도 물량이 조기 완판되는 등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3월 출시된 ‘에어로캣타워’는 최근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고 있다. 공기청정기 기능을 결합한 고양이용 캣타워로, 반려동물 양육 가구의 수요를 정밀하게 겨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09만원대의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입소문을 타며 판매가 확대되는 추세다.

업계 한 관계자는 "LG전자는 신가전이라는 실험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며 "LG전자의 신가전 전략 성공 여부는 의류관리기 '트롬 스타일러', 이동식 스크린 '스탠바이미'처럼 혁신성과 수익성을 모두 잡을 수 있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발굴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분석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시장이 이미 형성된 영역에서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 나가는 것도 필요하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신가전을 개발하고 출시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겠다"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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