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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안효섭이란 '인간'이 없다면?
맥스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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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병헌이 애니메이션 영화 '킹 오브 킹스' 더빙 현장에서 목소리 연기하는 모습. 사진출처=디스테이션 유튜브 채널 화면 갈무리
배우 이병헌이 애니메이션 영화 '킹 오브 킹스' 더빙 현장에서 목소리 연기하는 모습. 사진출처=디스테이션 유튜브 채널 화면 갈무리

글로벌 인기를 모으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지난 6월20일 공개된 뒤 누적 1억5888만회 조회수로 역대 넷플릭스 영화 흥행 순위 4위를 차지했다. OST 수록곡 ‘골든’을 비롯한 삽입곡도 미 빌보드 차트 상위권 등 전 세계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케이팝 걸그룹 헌트릭스(루미·미라·조이)가 사악한 저승사자 보이그룹 사자 보이즈에 맞서며 활약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영화가 이처럼 인기를 모으는 데에는 다양한 요인이 힘을 더한 것으로 평가받지만, 안효섭을 비롯해 이병헌, 김윤진, 유지영 등 한국 스타들이 목소리 출연해 열연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매기 강 감독은 “현재 활동 중인 한국 배우들과 함께하는 것이 중요했다”면서 “지금 한국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 배우들과 작업해야 이 이야기가 실제 한국문화에 부합하는 정당한 이야기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캐스팅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병헌은 현재 상영 중인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 ‘킹 오브 킹스’의 주연으로도 나서 목소리 연기를 펼쳤다. 그는 “대사, 눈빛, 표정, 몸짓, 연출 등 영상매체를 통한 카메라 앞 연기와는 달리 목소리 하나로 감정의 디테일을 다 표현해야 한다는 점이 쉽지 않았다”면서 “온전히 나의 목소리로 그 감정을 다 살려야 했다”고 돌이켰다.

이처럼 관객에게 친숙한 스타급 배우들의 애니메이션 영화 목소리 출연은 전혀 낯설지 않다. 하지만 이제 그들의 매력적인 목소리를 애니메이션 영화를 비롯해 다양한 무대에서 더 이상 들을 수 없게 된다면 어떨까. 이들의 자리를 AI(인공지능)이 대신한다면 또 어떨까.

최근 로이터 통신은 AI가 배우들의 목소리를 대체하는 시대가 다가오는 상황과 이를 우려하는 프랑스 등 유럽 배우들의 우려를 전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영화 ‘장화 신은 고양이’에 목소리 출연한 프랑스 배우 겸 성우 보리스 레링거는 “내 목소리가 아직 AI로 대체되지 않았음에도 위협을 느낀다”고 말했다. 실제로 넷플릭스 테드 사란도스 CEO가 최근 생성형 AI를 활용해 오리지널 시리즈 ‘엘 에테르나우타’를 소개한 가운데 AI로 더빙을 시도하는 테스트를 실시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위기감은 프랑스 성우 등 문화예술가들이 AI으로부터 인간의 영화 더빙을 보호하기 위해 펼치는 캠페인(TouchePasMaVF)로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캠페인을 통해 관련 규제 입법 등을 요구하고 있다. 독일에서도 지난 3월 유명 더빙 배우 12명이 “AI가 아닌 예술적 지능을 보호하자”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 등 해외로도 확산하고 있다.

이미 AI를 통한 영화 제작에 반발하며 할리우드의 배우들과 작가들이 2023년 파업을 벌인 데 이어 이제 성우 등 더빙에 참여하는 배우들의 위기감도 커지는 셈이다.

이에 미국 배우조합은 배우들의 실제 목소리에 기반한 AI 활용 가능성에 대비하며 관련 계약과 보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독일 성우들도 AI업체가 아티스트의 목소리 관련 기술을 활용할 때 명시적인 동의를 얻고 공정하게 보상할 것을 촉구하고 있기도 하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AI가 세계적 최대 화두로 떠오른 시점에 이 같은 우려와 성우들의 요구는 자연스럽게 인간과 AI이 공존할 수 있을 것인지를 묻는 데에까지 가 닿는다.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의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대상작인 중국영화 ‘블랙 독(Black Dog)’의 독일 개봉 버전에 AI를 활용한 오디오 이노베이션 랩의 스테판 스포른 CEO는 로이터 통신에 “AI가 (인간의)음성 작업을 대체하지는 않지만 재구성할 것이다”면서도 “인간은 감정, 대본, 언어의 뉘앙스에 항상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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