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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 뉴욕 → 스코틀랜드 → 다시 워싱턴… 관세 협상 타결 위한 ‘올코트 프레싱’
조선비즈
미국 워싱턴에서 뉴욕까지 갔다. 스코틀랜드도 따라갔다. 다시 워싱턴DC로 돌아왔다.
미국과 관세 협상을 하기 위해 출국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의 최근 일주일간 이동 경로다. 두 사람은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의 뉴욕 사저까지 찾아가 통상 협의를 진행했다.
러트닉 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수행해 스코틀랜드로 떠나자, 스코틀랜드까지 쫓아갔다. 한·미 관세 협상에서 국익을 지키기 위해 미측 협상 카운터파트인 러트닉 장관을 밀착마크한 것이다.
이러한 밀착마크에 대해 여한구 본부장은 31일 산업부 기자단 브리핑에서 “협상에 임하면서 마음에 새긴 건 ‘지성이면 감천’ 이었다”라면서 “양국에 도움이 되는 딜을 만들어보자는 열의가 통했다”라고 말했다.
한미 통상협상 수석대표였던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김정관 장관과 여한구 본부장이 스코틀랜드까지 직접 가 러트닉 장관을 감동시켰다”라며 “미국에 와서 보니 두 분의 역할이 굉장히 컸다”라고 말했다.
이번 관세 협상으로 미국은 한국에 대한 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췄다.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한국은 3500억달러(약 487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와 1000억달러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구매를 약속했다. 시장에선 미국에 내준 게 있지만 일본, 유럽연합(EU)과 동일한 관세율을 얻은 만큼 최악을 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결과를 얻기 위해 여 본부장은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10번,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과는 6~7번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2~23일 출국한 김 장관과 여 본부장은 러트닉 장관을 워싱턴 DC에서 만났다.
구윤철 부총리는 24일 방미해 25일 워싱턴DC에서 여 본부장과 함께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그리어 대표와 ‘2+2 통상 협의’를 하려고 했으나, 미측의 일방적인 통보로 결렬됐다. 이때만 해도 한·미 관세 협상이 삐걱거린다는 해석이 나왔다.
어둡던 협상 분위기는 김 장관과 여 본부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따라 스코틀랜드까지 쫓아가면서 반전됐다. 두 사람은 러트닉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을 따라 스코틀랜드로 떠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27일 스코틀랜드행 비행기를 탔다.
한국의 적극적인 협상 열의에 러트닉 장관이 놀라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러트닉 장관은 당시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인들이 저녁 식사 후 나와 그리어 대표를 만나기 위해 스코틀랜드로 비행기를 타고 왔다”고 말했다.
이후 한미 재무장관 회담 일정이 다시 잡혔고, 구 부총리는 29일 출국했다. 구 부총리도 당초 계획보다 출국 일정을 하루 더 앞당겼다.
구 부총리는 미국에 도착한 직후인 29일 오후 3시(현지시각)부터 2시간 동안 미 상무부 청사에서 러트닉 장관을 만났다. 다음 날에도 오전 11시부터 오후 12시까지 한 시간 동안 3+2 협상이 이어졌다. 우리 측에선 구 부총리와 김 장관, 여 본부장이, 미국 측에선 러트닉 장관과 그리어 대표가 참석했다.
30일 오후 4시 30분쯤 구 부총리 등이 백악관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취재진에게 포착됐다. 양국의 협상이 끝났다는 신호였다. 이날 오후 6시 16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미국이 한국과 완벽하고 완전한 통상 협상에 합의했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