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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건달' 벌구 통했다, '파인 땡큐'한 정윤호의 존재감
맥스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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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 촌뜨기들'에서 벌구를 연기한 정윤호. 사진제공=디즈니+

가수 겸 배우 정윤호(유노윤호)가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파인: 촌뜨기들'로 대표 캐릭터를 만났다. 회를 거듭할수록 극에 완전히 녹아들며 '파인 땡큐한' 존재감을 각인시켰고 오랫동안 따라다녔던 '아쉬운 연기력'의 평가도 자연스럽게 지워냈다.

지난 16일부터 공개 중인 '파인: 촌뜨기들'(극본 강윤성, 안승환·연출 강윤성)은 1977년 바닷속에 묻힌 보물선을 차지하기 위해 모인 생계형 촌뜨기들의 속고 속이는 모험을 그린 작품이다. 정윤호가 연기한 벌구는 목포에서 알아주는 건달이자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인물로, 보물 탐사에 뛰어들며 누구보다 뜨겁고 거칠게 휘몰아치는 감정을 보여줬다.

특히 30일 공개된 6·7회에서 벌구에게 닥친 사건은 시리즈 전개를 뒤흔드는 결정적 전환점이 됐다. 바닷속 도자기를 차지하기 위한 여정에서 첫 타자로 입수한 벌구는 장비 고장으로 인해 장기간 숨을 쉬지 못해 잠수병에 걸리며 정신이 혼미해졌다. 목숨이 위태로운 자신을 몰래 죽이려는 악랄한 사람들 틈에서 도망치면서 환각 상태로 바닷속 몸싸움도 벌었다. 정윤호는 벌구의 절박하고 위태로운 상황을 그리면서 몰입도를 높였다.
'파인: 촌뜨기들'의 정윤호. 사진제공=디즈니+

● "벌구, 다양한 얼굴 가진 인물로 보이길 바랐다"

이 같은 활약은 정윤호에게도 의미 있는 전환점이 되고 있다. 2009년 MBC 드라마 '맨땅에 헤딩'으로 연기 활동을 시작한 그는 SBS '야왕'(2013년) MBC '야경꾼 일지'(2014년)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지만 부족한 기본기로 아쉬움을 남겼다. 그렇지만 이번 '파인: 촌뜨기들'에서는 거친 캐릭터를 위해 민낯에 가까운 얼굴을 보여줬고 촌스러우면서도 화려한 의상과 껌, 담배 등 소품을 활용해 캐릭터의 시각적 개성을 살렸다. 무엇보다도 리얼한 전라남도 사투리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호평이 이어졌다.

정윤호는 광주 출신으로 지역 사투리에 능숙하지만, 보다 사실적인 표현을 위해 촬영 전 목포를 직접 찾아가 택시 기사들과 만나 억양과 어투를 익히는 등 세밀한 준비를 거쳤다. 또한 강윤성 감독과 류승룡과 많은 대화를 나누는 등 철저한 준비를 거쳐 벌구를 입체적으로 완성해냈다는 평가다.

강윤성 감독은 "작품을 함께하며 그의 성장을 엿볼 수 있었다"며 "이번 작품을 통해 가수가 아닌 배우로서의 매력을 시청자들도 알게 될 것"이라고 자신한 바 있다.

정윤호는 "벌구가 단순히 거친 인물이 아니라 다양한 얼굴을 가진 인물로 보이길 바랐다"며 "대사 톤을 위해 사투리 수업을 듣고, 목포 현지를 찾아가 어르신들에게 조언을 구했다"고 밝혔다. 대본에는 자세히 나오지 않는 가족사까지 설정하는 등 입체적인 연기를 위한 노력을 전했다.

"정윤호가 이런 것도 할 수 있어?"라는 말을 듣고 싶다는 그의 각오는 이번 작품을 통해 실현됐다. 특히 시리즈 공개 시점과 맞물려 2021년 발표한 솔로곡 '땡큐'까지 재조명되며 색다른 시너지를 냈다. '땡큐'는 온라인상의 냉소와 조롱마저 자신을 성장시킬 자양분으로 삼겠다는 강단 있는 메시지를 담은 곡으로, 마침 공개한 '파인: 촌뜨기들'을 통해 보여준 그의 연기적 성장과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다.

벌구는 '파인: 촌뜨기들'에서 첫 번째 희생자가 됐다. 강렬하게 퇴장한 정윤호는 "깊은 고민과 정성을 들였던 만큼 벌구는 여운이 많이 남는 캐릭터가 될 것 같다"며 "앞으로도 진정성을 가지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편 '파인: 촌뜨기들'은 도굴에 도움이 되지 않을 벌구를 내치는 관석(류승룡)과 황선장(홍기준)의 모습으로 충격을 안겼고, 노골적으로 욕망을 드러내는 이들로 인해 촌뜨기들간의 위태로운 동맹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음을 암시했다.
지난 8일 열린 '파인: 촌뜨기들'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는 정윤호. 정유진 기자 noir1979@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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