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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노동자, 정부에 산별교섭 제도 마련 요구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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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공연, 출판, 웹툰 업계 문화예술노동자들의 사회안전망 제공을 명목으로 마련된 지원법이 오히려 노동자성 지우기에 악용된다는 현장 증언이 나오고 있다. 현장 노동자들은 문화예술노동자들이 사용자단체와 산별교섭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적 틀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문화예술노동연대와 국회노동포럼(더불어민주당 이학영·이용우 의원,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 국민의힘 김승수·조국혁신당 김재원·더불어민주당 박수현·진보당 손솔 의원실은 지난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문화예술노동자는 이재명 정부에 무엇을 요구하는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노무제공자’, ‘예술인’이라는 법적 지위는 노동자성을 인정 받지 못하는 이들의 사회안전망을 제공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지만 현실에선 ‘자격 증명 싸움’을 야기했다. 예술인고용보험 가입자격을 얻고 일부 사회안전망 보호를 받으려면 각종 증명서류를 내고 예술인복지법상 ‘예술인’으로 인정 받아야 하는데 2020년 방송작가와 출판 외주편집자는 ‘예술인복지법상 예술인’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예술인 고용보험 적용 대상에서 배제됐다.
예술인 지원 관련 법이 도리어 문화예술인 노동자성을 지우는 수단으로 악용된 사례는 이어져왔다. 2020년 광주시립극단 객원 단원이 노동자성을 인정해달라고 요구했을 때, 광주문예회관 측은 ‘근로기준법과 예술인복지법 중 하나만 적용해야 한다’며 이들이 근로자가 아니라고 해석했다. 최근 뮤지컬 앙상블 배우 임금체불 사건에서도 근로복지공단은 배우들이 예술활동증명을 신청하고 예술인고용보험에 가입한 점을 들어 이들이 노동자가 아니라고 봤다.

배우들은 소송전에 나선 뒤에야 서울고등법원에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인정 받았다. 관련해 안명희 문화예술노동연대 정책위원장은 “영화스태프들도 체불임금을 받기 위해 대법원까지 가서 근로자임을 인정받았고, 학교비정규직 예술강사도 산재사고로 대법원에서 근로자성이 인정된 뒤에야 개인사업자 신분을 벗었다”며 근로자성을 인정받기 어려운 현실을 언급했다.

이에 노동자성을 기준 삼는 ‘구분짓기’ 전제의 노동관계법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안명희 위원장은 “각 문화예술 현장의 다양한 문제와 절실한 요구를 논의해 합의할 노·정 교섭테이블 마련이 시급하다”면서 “산업 내 노동의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초기업교섭이 확대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다양하고 파편화된 문화예술노동 특성을 고려하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를 기준으로 법적 보호를 하기보다 “현장 노동자들이 사용자단체, 정부와 국회를 대상으로 요구를 관철할 구조와 법적 근거를 만드는 일이 더 실효적일 것”이라고 했다.

현장 증언도 이어졌다. 이상길 영화산업노조 사무국장은 “일자리 감소와 드라마·OTT 제작관행의 (영화 현장) 역수입으로 근로계약 회피 사례가 증가했다. 지난해 근로표준계약서 작성 비율은 2년 전인 2022년 66%에서 38%로 급감했고, 용역계약은 23%에서 50%로 급증했다”며 “영화·영상 제작현장의 근로계약 의무는 대법원 판례로도 확인됐다. 엄격한 감독과 처벌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근태 한국영화배우조합 위원장도 “한국 영상콘텐츠산업이 세계 주목을 받지만 단기계약, 무계약, 임금체불, 촬영 중 사고, 불투명한 캐스팅 관행이 업계 전반에 만연하다”며 표준계약서 위반 시 제재와 현장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김원중 전국언론노동조합 서울경기지역출판지부 사무국장은 “지난해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타고 출판사들이 수많은 경제적 혜택을 받았다. 모 회사는 한강 작가 작품을 팔아 700% 넘는 이익을 올렸지만 노조가 수익 분배를 요구하며 몇 달을 싸웠다. 결코 영세하지 않은 회사도 구두쇠인 현실”이라고 했다. 그는 “10년 넘게 활동했지만 요구안이 바뀐 게 없다”며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이 절실하고, 대한출판문화협회와 전국출판인회의 등 사용자단체에 산별교섭 책임을 지우는 법 개정도 필요하다”고 했다. 오빛나리 작가노조 준비위원장은 단체교섭권 보장을 위한 노조법 2·3조 개정과 원고료 책정 기준 마련을 시급한 과제로 밝혔다.

방송미디어비정규직단체 엔딩크레딧의 진재연 집행위원장은 “직장 내 괴롭힘을 겪고도 사내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고 세상을 뜬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의 사연은 방송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프리랜서로 어떻게 일하는지, 이를 이유로 어떻게 사각지대에 몰리는지 보여줬다. 프리랜서 용역계약 강요하는 비정상적 고용구조가 그를 죽음으로 내몬 것”이라며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MBC가 사용자로 책임 지고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스스로 변하지 못하면 이재명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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