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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호텔 시장, 코로나 후 가파른 회복세… 호텔 품은 복합시설 계획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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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위크=제갈민 기자

 “호텔은 단순 숙박 시설을 넘어 복합 문화 공간 및 라이프 스타일 플랫폼으로 발전하고 있고, 투자 상품의 대상으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열린 호텔HDC 창립 20주년 기념 ‘호텔 투자환경의 변화 및 전망’ 포럼에서 이성용 호텔HDC 대표이사는 이 같이 말했다.

국내 호텔 업계는 2020년부터 코로나19로 인해 침체기를 맞았다. 업계에 따르면 이로 인해 용도변경 등을 거치며 폐업한 호텔 규모는 서울 기준 4,000실 이상에 달한다. 대표적으로 코로나 시기 문을 닫은 서울 내 호텔로는 △르메르디앙 서울 △밀레니엄 힐튼 서울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 등이 대표적이다.

당시 폐업한 호텔 대부분은 주상복합 건물인 주거시설이나 오피스 빌딩으로 재건축 및 용도변경이 이뤄졌다.

그러나 2023년부터 관광 등의 이유로 한국을 찾은 외국인 규모가 가파르게 증가세를 보였다. 2023년에는 방한 외국인 규모는 전년 대비 230% 급증했고, 지난해에는 코로나 이전 방한 외국인 수가 최고점을 달성한 2019년의 94% 수준까지 회복했다.

한국을 찾는 관광객 수요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고급 호텔에 대한 수요도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특히 올해는 직전 방한 외국인 규모 최고치를 달성한 2019년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코로나 시기 적지 않은 호텔이 폐업한 점이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실정에 놓인 것이다.

포럼 ‘호텔 투자환경의 변화 및 전망’ 토론에 참여한 김성은 한국관광공사 실장은 “우리나라 전체 호텔 객실 수는 약 114만실로 일본의 170만실보다 적지만, 서울의 객실 이용률(Occ)은 일본과 유사한 70% 수준”이라며 “서울의 호텔 객실이 부족하다고 생각되고 조금 더 공급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부동산·자산운용 등의 업계에서도 이러한 점을 인지해 최근 발 빠르게 서울에 신규 호텔 개발에 투자를 늘리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단 최근 불고 있는 신규 호텔 건설 계획은 이전의 호텔 단일 개발이 아닌 ‘복합시설’로 추진되고 있는 점이 큰 차이점이다.

김민준 JLL 코리아 호텔 사업부 총괄이사는 “코로나 팬데믹 도중 서울에 있는 호텔 약 4,000실 규모가 오피스나 주거용으로 바뀌면서 사라졌는데, 최근 주거·리테일 복합시설 개발 프로젝트에 호텔이 포함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호텔을 대체 투자자산으로 편입해 후광효과를 기대하는 것으로, 기관·펀드의 수요가 예전에 비해 상당히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단순한 오피스 빌딩의 경우 공실이 발생하면 손실로 이어질 수 있고 리테일은 전자상거래 영향 등으로 수익성에 리스크가 존재하는데, 호텔을 등에 업은 복합시설의 경우 주거·오피스 수요 외에도 방한 관광객 및 국내 여행객들의 수요도 동시에 공략해 부동산 경기 침체가 발생했을 때 손실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호텔의 경우 신규 개발 보다는 기존의 오피스, 리테일, 주거 건물을 호텔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이는 토지 인허가, 건축허가 등 신규 개발의 까다로운 절차를 거칠 필요 없이 기존 건물 활용으로 투자 리스크와 초기 비용을 절감하고 공급 기간이 단축 가능하다는 점에서 활성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새롭게 추진되고 있는 프로젝트의) 많은 호텔들은 ‘럭셔리’ 포지션을 지향하고 있다”며 “이는 고금리와 높은 공사비용, 높은 토지가 등을 고려했을 시 높은 객단가를 실현할 수 있는 브랜드 도입을 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덧붙였다.

2030년대까지 계획된 호텔을 포함한 복합시설 개발은 대표적으로 15개에 달한다.
현재 사업이 추진 중이거나 계획 중인 호텔 복합시설로는 △웨스틴 파르나스 코엑스 △풀만 앰배서더 서울 이스트폴 △파라다이스 서울 △로즈우드 용산(더 파크사이드 서울) △메종 델라노 서울 △쉐라톤 용산 △포멀 르메르디앙(르메르디앙 서울 재개발 사업) △부영 소공 및 부영 뚝섬 △리버사이드 호텔 재개발 △현대자동차 삼성동 GBC 개발 △잠실 스포츠 마이스 △메리어트 서울 원 등이 있다. 서울 남산 자락에 위치한 밀레니엄 힐튼 호텔도 현재 복합시설로 재개발이 추진 중이며, 여기에는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럭셔리 호텔 브랜드인 ‘리츠 칼튼’이 들어선다.

이 가운데 봉은사역 인근의 ‘웨스틴 파르나스 코엑스’와 구의역 인근 ‘풀만 앰배서더 서울 이스트폴(풀만 광진)’은 올 하반기 개관을 앞두고 있다.

투자 업계에서는 호텔 시장 전망에 대해 긍정적으로 진단하고 있다.

안진우 퍼시픽투자운용 상무는 “호텔은 하나의 시설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복합개발의 시너지 중심축으로 기폭제 역할을 한다”며 “복합개발 시 오피스 고객도 호텔을 이용하는 등 상호 작용이 되고, 고객 유입량도 늘릴 수 있는 등 가치가 높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사례로는 일본 도쿄에 위치한 롯폰기힐스와 아자부다이힐스가 대표적이다. 롯폰기힐스에는 ‘그랜드 하얏트 도쿄’, 아자부다이힐스에는 ‘자누 도쿄’ 등 럭셔리 호텔이 함께 자리 잡고 있다.

이성용 호텔HDC 대표는 “지난 20년이 글로벌 브랜드 파트너십 기반의 안정적 성장이었다면, 앞으로의 20년은 ‘콘텐츠 확대와 고객 경험 중심의 호스피탈리티 전략’이 될 것”이라며 “호텔을 단순 숙박이 아닌 복합문화공간으로 확장하는 HDC만의 호텔 운영 전략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호텔HDC는 향후 국내 도심, 복합개발지, 주요 관광거점을 중심으로 지속할 수 있는 호텔 자산의 개발 및 운영 역량을 고도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HDC현대산업개발은 서울 노원구 광운대역 일대를 개발하는 4조5,000억원 규모의 ‘메리어트 서울 원 프로젝트’에 이어 동대문 두산타워(두타몰)를 새로운 랜드마크로 탄생시킬 ‘두산타워 컨버전 프로젝트’에도 호텔 브랜드를 도입하고 위탁 운영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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