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 읽음
언론의 앨라이 되기


그러나 올해 퀴어축제의 언론 보도는 나같은 불참자의 아쉬움을 상당 부분 덜어줬다. 2025년의 퀴어축제가 갖는 의미는 평소보다 더욱 특별한 데가 있다. 나는 윤석열 퇴진 광장에서 시민들이 ‘앨라이(Ally·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사람) 되기’를 학습했다는 내용의 칼럼을 쓴 적이 있다. (「여성신문」, ‘우리는 서로의 앨라이가 될 수 있다’, 2025년 3월25일) ‘남태령 대첩’에 달려간 성소수자들로부터 자신의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밝히는 시민 발언의 전통이 생겼고, 약자들의 투쟁 현장에 달려가는 ‘말벌 동지’의 구심점에 성소수자들이 있었다. 때문에 한겨레신문, 오마이뉴스, 뉴스앤조이 등의 진보 언론에서는 달라진 퀴어축제의 모습을 자세하게 전해왔다. 남태령에서 성소수자들과 연대했던 전국농민회총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이 올해 처음 부스를 차렸고, 질병관리청도 중앙 행정기관 최초로 참여했다는 소식 등이다. 축제 참가자의 사연도 더욱 길고 자세하게 다뤘다.
아쉬운 점은 윤석열 퇴진 광장과의 연결성을 들여다보는 보도가 적었다는 사실이다. 가령 퍼레이드 행진 참여 단위 가운데는 ‘세종호텔×옵티칼×거통고’가 있었다. 장기 고공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투쟁 현장의 노동자들이 ‘무지개 동지’임을 자처하며 ‘퀴어 동지’와 연대하러 온 것이었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를 대상으로 청문회를 요구하는 국회 청원이 5만 명을 달성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회부된 것은 모두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일어난 일일 테다.
파면 이후 여성과 퀴어가 사라진 선거와 대의 정치에 대한 걱정이 이는 상황에서, 퀴퍼 참가자들에 보다 최신 이슈를 구체적으로 묻는 일도 필요하다. “어떻게 퀴퍼(퀴어퍼레이드)에 나오게 됐나?”라는 클래식한 질문에 더해, 윤석열 퇴진 광장 이후 처음으로 열린 서울 퀴퍼에 온 소감 등을 묻는 일이다. ‘나중에 정치’가 재현되리라는 의구심에 대한 집회 참가자의 반응, 이재명 정부에 대한 바람을 자세히 묻는 일도 필요하다. 가령 “차별금지법 입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같은 포괄적인 질문에 추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에서 혐오표현금지법안을 발의했다가 ‘성적 지향’이라는 문구를 빼고 다시 발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등 최신 이슈를 묻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부칙이 더욱 중요하다. 부칙에는 성소수자 인권 보장을 위한 내부 교육과 보도·편집 지침의 제도화, 성소수자 언론인이 안전하고 평등하게 일할 수 있는 조직문화 조성 등이 담겼다. 준칙의 내용들은 선언적으로 필요하나마, 성평등 보도를 일상적으로 해온 기자들은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내용이다. 실은 부장급 이상 데스크들은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이들은 젠더 이슈에 친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러한 사정 하에서 어떻게 실질적으로 성소수자 인권에 입각한 보도를 이어갈 것인가에 대한 추가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보수적인 직장 중 한 곳으로 일컬어지는 언론사를 어떻게 ‘퀴어 프렌들리’한 공간으로 만들어 갈지에 대한 모색도 필요하다. 금속노조가 2021년에 만든 성소수자 권리보장 모범단협안에서 배우자 범위를 사실혼과 동성혼으로 넓힌 것 등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언론노조 각 지회 단위의 노력도 필수적이다.
올해로 26회를 맞는 퀴어축제 보도는 예전과 달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자들과 언론 조직의 젠더 감수성이 매해 갱신되어야 한다. 언론노조의 성소수자 인권 보도 준칙 제정이 이러한 일들의 토대가 되었으면 한다. 다음 퀴어 축제 때는 개별 언론사 부스의 등장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