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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채용 청탁’ 보도에 “왜곡 법적 조치” MBC “충분히 취재 후 보도”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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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국가정보원 출신 김병기 의원의 배우자가 아들의 국정원 채용 탈락에 항의하자 국정원 기조실장이 추후 채용을 염두에 두겠다고 답변하는 녹취록이 보도돼 파문이다.

김 의원은 배우자의 전화는 부당하게 탈락한 데 대해 격노안할 부모가 어딨느냐고 반박했고, 항의서한 내용은 악의적으로 왜곡됐다며 두 기자의 실명을 들어 법적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MBC는 충분히 취재한 후 보도한 것이며, 김 의원의 해명도 보도 직전까지 충실히 반영했다고 재반박했다.

MBC는 10일 저녁 ‘뉴스데스크’ 「단독 ’아들 탈락’ 항의하자 “경력직”…채용 청탁 의혹」에서 김병기 의원의 부인이 2016년 7월 과거 국가정보원 기조실장에게 전화해 아들의 채용문제를 얘기하는 전화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김 의원 아들은 지난 2014년 국정원 공채 당시 서류와 필기, 면접 전형을 통과했지만, 신원 조사에서 탈락했고, 2015년과 2016년 각각 면접과 필기에서 낙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된 음성(변조)을 들어보면, 김 의원 부인 이아무개씨는 이헌수 당시 국정원 기조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별의별 핑계로 검증조차 하지 않고 신원조회에서 탈락시켜서 젊은 사람 인생을 그렇게… 이번에도 ‘프로세스’만 필요하다고 해서 저희는 정말 믿고 있었는데…”, “또 한 번 말씀하시는 걸 믿고 의지했었는데… 혹시 애 아빠가 야당 인사라서 그러는 건지”라고 항의한다.

“무슨 확답을 듣지 못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이씨 요구에 이 전 실장은 “2년 전에 신원 조사했던 그 부분이 진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그 문제 하나 검토를 하고”, “경력직 해 가지고 추가로 인원을 뽑을 겁니다. OO(김 의원 아들)이를 염두에 두고…”라고 답한 것으로 나온다.

MBC는 이어진 「단독 ‘탈락 사유’ 어떻게 알고…’경고성’ 항의 전화」 리포트에서 김병기 의원이 직접 국정원을 향해 쓴 일종의 항의서한인 ‘신원조사의 문제점’이라는 글도 공개했다. MBC는 “김 의원이 이 글에서 ‘아들의 신체적 결함이 결격사항이 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기회를 주었는데도 해결을 거부하면 국정원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공론화하고 개혁을 단행하는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겠다’는 경고도 담겼다”고 보도했다. MBC는 다른 입장문에선 ‘대마초 관련’이라며 “한두 모금을 한두 번으로 왜곡한 이유”를 국정원이 설명하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김 의원은 11일 페이스북에 “안사람은 2016년 이헌수 기조실장과 통화하기 전, 신원조사를 담당하는 감찰실에 근무했던 전직 간부를 통해 아들이 2014년도 신원조사에서도 합격했으나 김병기를 증오한 일단의 세력들이 작당하여 신원조사 합격을 번복하고 탈락시킨 사실을 알았다”며 “격노하지 않을 부모가 있을까. 가해자의 불법은 없고 피해자 엄마가 항의한 것은 10년 가까이 된 지금까지도 잘못이란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자신이 보낸 청원서를 입수했다고 한 MBC 추가 리포트를 두고 “제가 아들의 장애를 인정했단다. 청원서 어디에 그런 내용이 있기에 그렇게 악의적으로 왜곡하느냐”며 “장애가 있는데 기무사 장교로 복무하고, 국정원의 심층 면접, 신체검사와 체력 검정을 통과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 의원은 “MBC 김OO, 김OO 기자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유출한 국정원 관계자를 수사의뢰하겠다고도 썼다.
앞서 김 의원은 MBC의 사전 온라인 보도 직후인 10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국가정보원에서 수차례에 걸쳐 감찰과 감사를 진행했고, 감사원도 정식 감사를 한 결과 문제가 없다고 밝혀졌다”며 “원내대표 당락과 관계없이 수사를 의뢰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화 녹취는 사실이지만 청탁은 아니라는 말씀이냐’는 기자 질의에 김 의원은 “통화녹취가 어떻게 어떻게 청탁이 되고, 그런 식으로 질문을 하느냐”며 “어떻게 기자들이 피해자 입장이 아니라 자극적인 보도, 있지도 않은 내용 하나를 가지고 왜곡해서 보도하느냐. 정말 분노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MBC는 충분한 취재를 거쳐 보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노재필 MBC 뉴스룸 정치팀장은 11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보도가 왜곡됐다는 김 의원의 주장에 “충분한 취재를 통해 보도를 하게 됐다”고 재반박했다. 노 팀장은 “어제 기사 작성시까지 있었던 김병기 의원의 해명은 기사에 충실히 반영되어 있으며, 저희 기사에 김 의원이 장애를 인정했다고 쓴 적이 없다”고 밝혔다.

노 팀장은 두 기자를 법적조치하겠다는 입장에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고, 피해자 입장에서 보도하지 않았다는 김 의원 견해에도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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