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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철도 아닌데… 유통가, CEO 바꾸는 이유


쿠팡은 4월 26일 기존 강한승·박대준 각자 대표 체제에서 박대준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강 대표는 경영관리 부문, 박 대표는 쿠팡이츠와 쿠팡플레이 등 신사업을 각각 맡아 왔다. 단독 대표가 된 박 대표는 인공지능(AI) 기반 물류 혁신을 토대로 전국 로켓배송 확대와 대규모 일자리 창출 등 주요 혁신 사업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도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경영전략실에 ‘핀셋 인사’를 단행했다. 경영지원총괄과 전략지원본부장을 겸직하던 김민규 부사장은 겸직을 내려놓고 경영지원총괄 자리는 이마트 아메리카 법인장 출신인 김수완 전무가 맡게 됐다. 김 전무는 백화점과 할인마트를 두루 거친 ‘30년차 신세계맨’으로 그룹의 핵심 인사 및 지원 업무를 총괄하며 임영록 경영전략실장을 보좌할 예정이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인사를 통해 조직의 업무 효율성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마트 미국법인장 등 공석이 된 후속 인사 역시 6월 3일 조기 대선 이후 추가로 단행될 예정이다.
같은 시기 유통·식품업계도 수시 인사를 이어갔다. SK스퀘어 자회사인 11번가는 4월말 신임 대표이사로 박현수 최고사업책임자(CBO)를 선임했다. CJ제일제당은 5월초 식품사업 대표로 그레고리 옙 식품연구소장을 발탁했다. 빙그레는 계열사 ‘제때’의 대표이사로 김광수를 내정했다.
연말 정기 인사가 아닌 상반기 중 CEO 등 핵심 인사를 전격 교체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업계 전반에 내수 침체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돼 있으며 하반기 경영을 앞두고 선제적이고 과감한 인적 쇄신을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는 의도로 읽힌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3.8로 2024년 12월부터 5개월 연속 기준치(100)를 밑돌았다.
일각에선 이번 인사를 6월 조기 대선과 정권 교체에 발맞춘 포석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특히 쿠팡의 경우 강한승 전 대표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로 알려져 있어 정권 교체에 따른 경영 리스크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작년 말부터 국내외 정치적 불안정과 내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각 업체가 희망퇴직이나 수출 확대 등으로 수익성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며 “하반기에도 핵심 인재를 전면에 내세워 미래 먹거리 발굴에 속도를 낼 것이다”고 말했다.
변상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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