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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장비 국산으로 둔갑' 혐의 군납업자…2심도 무죄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는 29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등 혐의로 기소된 군납업체 대표 A씨와 B씨 등 4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결국 직접생산 대상과 기준이 무엇이냐는 것"이라며 "재판부는 제품의 기능이 무엇이냐는 관점에서 이를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업 제안요청서에 따르면 인공지능화된 과학화 감시 시스템 구축이 목표"라며 "따라서 감시 카메라 등을 통한 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 학습 등의 필수 역할을 수행하는 모듈·보드는 사업의 주된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하고, 이것을 만들었다면 직접생산 범위에 포함된다는 원심 판단은 옳다"고 했다.
또 "핵심 증인의 증언을 봐도 업체에서 해당 사업의 특성에 맞게 모듈 등의 장비를 변경하는 작업을 주도적으로 수행했으며, 성능이 개선됐다는 측면도 부인할 수 없다"며 "그렇다면 이는 직접생산 범위에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해강안 사업과 달리 항포구 사업에 대해선 정당한 절차로 보이지 않는 정황이 있다면서도, 핵심 증인이 증언 때마다 자신 없는 태도를 보이고 피고인 모두가 다른 얘기를 하는 등 재판부가 진상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때문에 이는 피고인과 관련 회사들이 해결해야 할 내부 문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법원은 사건의 실체에 의문을 갖고 상당기간 심리와 증인신문을 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인 기망과 공무집행방해를 구성하기엔 여전히 사실관계가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앞서 A씨 등은 지난 2020년 3월 육군본부가 발주한 '해강안 사업'에서 저가의 중국산 감시장비를 판로지원법에 따른 국내 중소기업의 직접생산 제품인 것처럼 속여 사업을 낙찰받고, 감시장비 대금 104억원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이들은 같은 해 8월 육군본부가 발주한 '항포구 사업'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육군본부를 기망해 사업을 낙찰받고 감시장비 대금 15억원을 챙긴 혐의도 받았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2021년 3월 수사에 착수해 같은 해 10월 이들을 불구속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한편 추가 압수수색 등 직접 보완수사를 진행해 A씨 등을 재판에 넘겼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구체적으로 이들이 중국 업체로부터 거의 완성품에 가까운 감시장비를 수입한 후 공장에서 미세한 가공만을 추가해 완성했다며 국내 중소기업의 직접생산 제품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은 국내 중소기업이 감시장비를 직접생산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피고인들이 제출한 서류들로 인해 육군본부가 속아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 2023년 10월 "중소기업은 감시장비 생산을 위해 카메라 등 세부제품을 구입·조립하고, 자체적으로 성능 검사해 부대에 납품했다"며 "각 단계는 직접생산 공정의 요건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이어 "해강안 감시장비를 구성하는 세부제품을 중국 업체가 해외로부터 부품을 조달해 제조했기 때문에 세부제품들의 제조사를 국내 중소기업으로 기재한 것이 사실과 다르다"면서도 "A씨 등이 육군본부를 기망하려는 의도로 기재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또 항포구 사업과 관련해서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국내 중소기업의 직접생산 제품이라고 볼 수 없다'는 부분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된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