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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새정부와 가계부채·부동산 가격 관련 많은 논의 필요”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은 유동성이 충분해 추가 금리 인하시 유동성이 주택·자산시장으로 흘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의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같이 언급했다.

이 총재의 발언은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수도권 집값 상승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확산기에도 경기 둔화를 우려한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경쟁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면서 시중 통화량이 급격히 증가했고, 이는 수도권 집값을 끌어올린 바 있다.
이 총재는 이날 기준금리 인하 폭이 0.25%포인트(p)에 그친 점도 금융안정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더 인하한다면 기업 투자 등 실물 경기 회복보다 자산가격 상승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는 코로나 시기에 이미 경험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새 정부가 당면한 과제로 ‘경기 부양’을 꼽았다. 이날 한은이 발표한 수정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은 0.8%로 나타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 성장률이 1%를 밑돈 것은 코로나19 확산기를 제외하면 올해가 처음이다.
이 총재는 특히 저출산·고령화로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악화되면서 과거에 비해 경제가 역성장할 확률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는 잠재성장률이 3%정도로 유지됐는데, 지금은 구조적 이유로 성장률이 2% 이하로 떨어지는 추세”라면서 “우리 경제가 역성장할 확률도 5%에서 14%로 치솟았다”고 했다.

미국의 상호관세 정책도 성장률 둔화가 예상되는 이유다. 이 총재는 미국의 관세정책이 본격화되면 경제 성장의 버팀목이었던 순수출(수출-수입)의 기여도가 악화될 것이라고 봤다. 구체적으로 그는 “올해 성장률 전망 0.8%는 내수가 0.8%포인트 다 기여하고, 순수출 기여도는 0%포인트로 나타날 것”이라면서 “내년에는 관세 효과가 구체화돼 순수출 기여도가 -0.3%p로 더 악화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이 추진되면 성장률이 개선될 여지가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올해 성장률 전망에 1차 추경의 기대효과만 반영됐다고 언급하면서 “0.8% 성장률 전망에는 상방과 하방 위험이 다 있다. 새 정부의 재정정책 효과와 금리인하 사이클도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새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부동산 경기를 자극하는 과오를 범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최근 2년간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은 것은 건설투자인데, 부동산 경기가 좋았던 지난 몇년간 과도한 투자가 이뤄졌기 때문”이라면서 “건설이 나쁘니 이자를 낮춰 건설업체를 도와주자는 얘기가 나올 수 있는데,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면서 경기를 부양하는 것이 새 정부의 중요한 과제”라고 했다.
한편 최근 환율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비정상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지난 6개월 간 우리의 경제 여건에 비해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원화가 많이 절하돼 1400원대 중반까지 치솟았다”면서 “지금은 정치적인 요인이 환율에 영향을 주는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다만 그는 향후 환율의 흐름은 예측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미국 정부와 아시아 몇몇 나라들이 환율을 포함한 관세 논의를 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투자자의 기대 심리가 변화되고 있다”면서 “실물 이동을 수반하는 게 아니라 기대로 인해 환율이 변화하는 게 커서 방향성을 예측하기가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