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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남아공 백인 농장주 집단학살" 주장…실체는?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남아공의 '백인 농부 집단 살해' 의혹을 공개적으로 추궁했다.
그는 정상 회담 도중 백인 농부 학살 의혹에 관한 영상을 상영하도록 했으며, 백인 희생자 관련 기사를 출력한 문서를 라마포사 대통령에게 건넸다.
그러면서 "그들(백인 농장주)의 땅은 몰수되고 있으며 살해당하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주장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이 같은 트럼프 주장에 "우리에겐 분명 농촌 치안 문제는 있다"며 "그러나 폭력은 모든 인종을 대상으로 발생하며 대다수 피해자는 흑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백인 농민을 조직적으로 박해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모든 난민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트럼프 행정부가 남아공의 백인들에게는 정착을 허용해 형평성 논란이 일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백인 남아공인 49명이 탑승한 전세기가 지난 11일 요하네스버그공항을 떠나 미국에 도착했다. 전세기 비용은 미국 정부가 지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아공 내 아프리카너(Africaner·16세기 이후 네덜란드 등 유럽에서 남아공으로 이주해 정착한 백인 집단)에 난민 지위를 부여하고 미국 재정착을 돕겠다고 밝혔다.
◆ 농장에서의 폭력과 집단 학살
유엔(UN)은 홀로코스트(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 이후 집단 학살을 국제법상 범죄로 인정했다. 유엔은 이를 "국가적, 민족적, 인종적 또는 종교 집단을 전부 또는 일부 파괴하려는 의도로 이뤄진 살해와 위협"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어떤 법률 기관도 남아공 상황을 집단 학살로 규정하지 않았고, 현 남아공 정부의 정책이 특정 집단에 대한 폭력을 부추긴다는 증거도 없다.
남아공 범죄 통계에 따르면 2024년 남아공에서 전국적으로 6032건의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 중 44건(1% 미만)이 농장에서 발생했고, 농부 한 명이 살해됐다. 통계는 인종에 따라 세분화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라마포사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영상 속의 장소를 지목하며 "백인 농부 1000명이 매장된 곳"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지목한 위트크루이스 기념비는 묘지가 아니고 남아공 농장 공격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 이들을 추모하는 십자가는 2004년 이후 추가됐다. 역사적으로 농장에 대한 공격은 흑인과 백인 소유주 모두를 표적으로 삼았다고 미 정치 매체 더힐은 전했다.
남아공 태생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십자가가 희생된 모든 백인 농장주를 추모하기 위한 것이라는 거짓 게시물을 공유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은 또 전임 행정부에서 도입한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은 불공평하며 백인들을 역차별한다고 주장했다.
◆ 트럼프 남아공 토지 수용법 제정에 반발
아프리카너는 남아공 전체 인구의 7% 미만을 차지한다. 이들은 1948년부터 아프리카민족회의(ANC)를 이끈 넬슨 만델라가 대통령으로 취임한 1994년까지 남아공을 통치했다.
라마포사는 만델라의 수석 부대표였으며 이후 성공적인 사업가이자 노동조합 지도자가 됐다. 그는 2018년 제이컵 주마 전 대통령이 사임한 이후 대통령직을 이어받아 2019년 총선에서 57.5%의 득표율로 당을 승리로 이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아공의 '토지 수용법(Expropriation Act)' 제정에 반발하며 남아공에 대한 원조를 전면 중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아공 의회가 법안을 처리하자 지난 2월 해당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토지 수용법은 백인의 토지를 일방적으로 빼앗는 게 아니며 투기 목적으로 보유하거나 버려진 토지 등 특정 조건을 충족하고 소유주와 합의해야 가능하다는 게 남아공 정부의 입장이다.
머스크는 스타링크가 남아공의 흑인 경제 육성법(BEE) 때문에 운영 허가를 받지 못했다며 법이 "인종차별적"이라고 주장했다. BEE는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에 흑인을 포함한 취약 계층이 지분 30%를 보유하도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