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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뜨기들의 하드보일드! : 윤태호 만화 <파인(巴人)>
촌뜨기들의 하드보일드! : 윤태호 만화 <파인(巴人)>
―윤태호, ≪파인(巴人) : 촌뜨기≫ 1~4권(e), 재미주의, 2014-2105. ★★★☆



윤태호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이야기를 만드는 작가입니다. 지금 이 시대의 주류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 가치와 영향력을 간과할 수는 없지요. 만화의 전통으로 보자면 명실상부한 허영만의 직계 제자고, 영화와의 관계를 고려하면 최동훈 감독과 같은 결을 가집니다. 이들은 각자 개성이 다르지만 엄연한 동류(同流)라고 하겠어요.


골동품 사기꾼들을 다루는 이 작품 <파인>은 여러 측면에서 <타짜>와 닮았습니다. 악당을 주인공을 내세우고, 그들이 헤쳐 나아가는 이전투구(泥田鬪狗)의 싸움판을 제시했어요. 누구도 정의롭지 않지만, 누구나 제 나름의 사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같아요.
하지만 윤태호는 주인공 오희동에게 동정의 시선을 보내지 않습니다. 이것이 허영만 혹은 최동훈과의 다른 점이지요. 윤태호의 시선과 표현이 훨씬 하드보일드 합니다. 한 걸음 정도 물러서서 사건을 지켜보고, 인물의 행동을 평가해요. 인물들에게 다가가지 않습니다.
적어도 이 작품에서만큼은 이런 특징이 강점으로 작용했어요. 거리 두기로 인해 사기꾼들의 싸움판이 더 명료하게 제시됩니다. 값싼 동정에 빠지지도 않고요.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두고 만들어진 허구적 창작물이라는 점도 가치가 인정됩니다. 실화가 허구보다 우위라는 것이 아니라,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전면에 제시해서 역사를 알게 만드는 활동이 의미가 있다는 뜻이에요.
<파인>에서 다루는 소재는 1976년 발생한 신안 앞바다 보물선 사건입니다. 얼핏 들어보기는 했지만, 내용은 잘 알지 못했어요. 침몰한 배에서 유물, 동전, 도자기가 유출되니 자연이 이를 약탈하려는 세력들이 몰려들고, 그들을 이용해서 돈을 벌려는 쩐주들도 나타납니다.

작품의 주된 현장은 신안 앞바다지요. 유물을 건져 올리고, 그를 위해 준비하는 과정에서 펼쳐지는 왈짜패들의 난장판이 펼쳐집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돈을 대고 판을 키워 더 많은 돈을 벌려는 쩐주들이 있어요. 이들은 다시 정치인과 행정가에게 뇌물을 바치고, 이들은 또 미국인들에게 도자기를 선물합니다. 부정부패의 사슬이 형성되는 것이지요.
그런 점에서 신안 앞바다에서 다툼을 벌이는 이들은 꼭두각시에 불과합니다. 제각각 최선을 다해 발버둥 치지만, 결국 더 상위 포식자들이 짜놓은 판에서 움직일 뿐이지요. 작품의 제목이 ‘파인(巴人)’ 즉 어수룩한 촌사람이라고 붙인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겁니다.


한판의 소동극으로는 잘 마무리가 되었지만, 역사적 소재의 측면에서는 좀 아쉬워요. 더 많은 이야기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데. 이 작품을 계기로 비슷한 사건을 다룬 더 많은 이야기들이 창작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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