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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생존 코드 ‘기후스펙’]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 “청년, 미래 진로에 ‘기후 감수성’ 결합해야”

【투데이신문 전세라 기자 고해진 인턴기자】기후위기는 더 이상 ‘환경 이슈’가 아닌 21세기 국가 생존 경쟁의 핵심 변수다. 이에 단순 선언을 넘어 산업 구조 전반을 바꾸는 실질적 정책 설계가 시급한 상황이다.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은 당내 유일한 ‘기후 전문가’로서 ‘기후위기를 기회로’라는 슬로건 아래 ‘해상풍력지원특별법’, ‘기후금융 특별법’ 등을 발의하며 활발한 입법 활동을 펼치고 있다.
「투데이신문」은 국민의힘 김소희 국회의원을 만나 국내 기후 정책의 현주소와 대응 방향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오는 5월 21일 열리는 제7회 청년플러스포럼에서 김 의원은 ‘기후 정책과 청년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에 나설 예정이다.

제22대 국회의원이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기후위기를 ‘기후 기회’로 바꾸려는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이다.
Q.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한 기후전문가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기후 활동에 나서게 된 계기나 사건이 있다면.
대학 졸업 후 유니세프와 월드비전 등 국제 구호 단체에서 9년간 활동하며 현장 경험을 쌓았고, 학문적으로 좀 더 탐구하고자 2007년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곳에서 ‘개발학(Development Studies)’을 전공하면서, 개발도상국의 정치·경제적 발전을 다루는 이론과 실천 중심의 학문에 깊은 흥미를 느꼈다. 특히 당시 영국이 세계 최초로 ‘기후변화법’을 제정하면서 사회 전반에서 기후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그 영향을 받아 기후변화가 개발 이슈와도 밀접하게 돼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됐다.
기후 분야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되면서, 귀국 후 2010년부터 기후변화센터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센터에서의 활동을 통해 기후변화의 글로벌한 성격과 역사, 정책 흐름에 대한 이해를 넓혔으며, 정부에 정책 제안도 병행해왔다. 약 14년간 기후 현장에서의 일을 통해 국내외 기후 이슈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력을 자연스럽게 축적해왔다.
Q. 현재 환경분야를 대표해서 정책 제안과 기후 관련 입법 활동을 하고 있다. 그간의 기후 관련 활동이 정계 진출에 영향을 미친 건가.
2015년 파리기후협약을 거쳐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기후위기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공감대가 크게 높아졌다. 이전 21대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기후 관련 목소리가 있었지만, 국민의힘에는 관련 전문가가 부족했다. 이에 22대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기후 분야 인재를 찾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영입 제안이 들어왔다.
오랫동안 시민사회에서 정부와 기업을 향해 목소리를 내왔고, 영입 제안이 들어오던 시기에 공공 영역에서 직접 문제를 해결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후 전문 인력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는 시기가 잘 맞아떨어졌다고 생각한다.
기후에 대한 역할은 진보 쪽이라는 의견이 있다. 보수든 진보든 사회의 변화를 원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그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 진보가 빠르고 강한 변화를 추구하는 반면, 보수는 점진적이고 현실적인 전환을 선호한다. 기후 문제는 에너지와 직결돼 있는데, 에너지 시스템은 구조적으로 급격한 전환이 어렵다. 특히 기후 문제에서는 표면적으로 과감해보이는 정책이 아닌, 실현 가능한 전략과 점진적인 변화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솔직히 말해, 아직 충분하지 않다. 최근에서야 기후문제가 에너지·산업·국가·경제로 연결된다는 구조적 인식이 생기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논의는 단편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특히 우리 주요 기업들은 이미 국제 사회로부터 탄소 감축 압박을 받고 있으며,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제품만이 수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국제적 요구가 반드시 공정한 것은 아니다. 산업혁명 이후 선진국은 막대한 탄소를 배출하며 성장을 이뤘고, 이제는 개발도상국이나 후발국에 저탄소 방식만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이는 사실상 후발국의 산업 성장을 제약하는 ‘사다리 걷어차기’에 가깝다. 우리나라는 이 구조 속에서 중간 위치에 있으며, 석탄 중심 산업 구조를 저탄소 체계로 전환해야 하는 절박한 시점에 있다.
따라서 정부는 기후위기를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략 차원에서 다뤄야 하며, 산업 전환과 에너지 구조 개선을 위한 과감한 투자와 실행이 필요하다. 국회 역시 기후정책의 전략성과 경제적 파급 효과를 인식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정책적 논의와 법제화에 나서야 한다. 저는 이러한 구조적 현실과 시급성을 설명하고 있으며, 지금이야말로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Q. 기후변화 문제의 본질은 무엇이며 해결을 위해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기후변화는 국경을 넘는 글로벌 이슈이며, 온실가스는 산업혁명 이후 선진국들이 200년간 배출해온 결과다. 그 피해는 주로 개도국이 감당하고 있지만, 이들은 재정과 행정 역량이 부족해 국제사회의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결국 기후위기는 환경을 넘어 전세계적 정치·경제 구조와 맞닿아 있는 복합적 과제이다. 따라서 기후변화 문제는 에너지·산업·경제와 더불어 국력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고민해야 한다. 시민·기업·청년 모두가 이 복잡한 문제에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주요 과제 중 하나는 탄소 다배출 산업의 전환을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반도체·철강·자동차 등 국내 주력 제조업이 사용하는 석탄 기반 에너지를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들며, 이 과정에서 정부의 R&D 투자와 정책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재 정부 지원은 주로 중소기업에 집중돼 있고, 대기업은 지원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이라 해도 모든 전환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를 기업에만 떠맡길 경우 제조업 이탈이 발생하고 산업 기반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과거 박정희 정부가 중공업 육성에 나섰듯, 정부가 산업 전환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산업보다 녹색 기업에 대한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은 여전히 제조업이며, 반도체·자동차·석유화학·조선·철강 등 주요 산업은 수출과 일자리 측면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을 탄소 배출량으로만 판단해 외면한다면, 국가 경쟁력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일본은 ‘신일본제철’과 같이 정부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탄소중립 기술 개발과 철강 수출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는 반면, 한국은 아직 기후금융이나 전환금융과 관련한 정책적 공감대 조차 부족한 상황이다. 지금이야말로 국회가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필요한 법제화를 추진해야 할 시점이다.
Q. 친환경 정책으로 종이 빨대 같은 대체재가 도입되고 있지만, 생산 과정에서 더 많은 에너지가 소비된다는 비판도 있다. 친환경 정책을 추진 시 실효성과 상징성 중 더 중요하게 보는 부분이 있다면.
정책에는 실효성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사람들을 한 발짝이라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 정책의 출발점이자 실질적인 전환의 시작이다. 단순한 상징성만으로는 지속적인 사회 변화나 시민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또한, 강압적이거나 급격한 변화를 요구하는 방식은 국민의 공감을 얻기 어렵고 정책의 추진력 또한 떨어질 수 있다. 사회는 한순간에 바뀌지 않는다. 오히려 작더라도 현실을 움직이는 실천이 더 바람직한 변화의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Q. 앞으로 추진하고 싶은 기후위기 관련 입법 과제나 정책이 있다면.
기후금융, 풍력법 등 지금까지 내고 싶었던 주요 기후 관련 법안은 대부분 발의했다. 국회에 있으면서 법안은 발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발의한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의원들을 찾아다니면서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에 오래 걸리지만, 정치인으로서 감당해야 할 본질적인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법안을 냈다면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해 정치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현실에 맞는 기후 대응 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주요 과제 중 하나다. 현재 글로벌 기업들이 추진 중인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은 일부 국가들에 비해 한국에서는 구조적으로 실현이 쉽지 않다. 그래서 RE100 대신 ‘무탄소 에너지 인증(CFE, Carbon Free Energy)’ 개념을 활용해 한국형 탄소중립 산업 전환을 위한 제도 마련에 힘쓸 계획이다.

기후 관련 역량이 미래 사회에서 점점 더 중요한 ‘스펙’으로 자리 잡고 있어, ‘기후스펙’이라는 주제는 매우 시의적절하다. 기후위기 시대에서 자신의 진로와 기후변화 대응을 연결해 탐색하면, 다양한 정보와 기회가 자연스럽게 열릴 것이다. 반면 ‘솔라스탤지어(기후 불안)’라는 표현은 과도한 불안을 조장할 우려가 있어, 보다 실질적이고 긍정적인 시각에서 기후 문제에 접근해보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겠다.
막연한 불안에 머무르기보다는, 기후위기 속에서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후 불안을 느끼는 청년들의 마음을 이해하지만, 그 불안을 동기로 삼아 행동으로 전환하기를 바란다.
Q. 청년들에게 기후변화 문제와 관련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기후변화는 개인의 의식주와 밀접히 연결된 삶의 문제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다. 이러한 실천은 지속 가능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이며, 자발적인 의식 전환에서 출발해야 한다. 기후 문제는 공학 분야 뿐만 아니라 소비·심리·문화 등 다양한 분야와 맞닿아 있다. 지속가능한 소비를 유도하는 광고를 기획하거나, 경영·회계 분야에서 ESG 관점을 가지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후 문제에 접근할 수 있다. 그렇기에 청년들은 자신이 원하는 진로에 ‘기후 감수성’을 결합해보길 바란다. 지금까지 인류가 수많은 위기를 극복해온 것처럼, 기후위기 역시 기술과 창의적인 사고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본다. 청년들도 이 문제를 하나의 도전 과제로 삼아, 각자의 상황에서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기를 바란다.